교포 2세엔 우리 명절 생소…LA 떡집만 오후에도 붐벼

한인들이 제일 많이 모여 사는 LA(비공식집계 120만 명). 추석 전날 거리를 찾았지만 한국처럼 명절을 느낄 만한 장면은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싶어 LA 올림픽가 코리아타운 갤러리 안 '호원당'에 가보았다. 떡과 한과를 사러 온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 떡집에 송편이나 쌀가루를 사러 오는 장면이 추석을 느끼게 할 뿐이다.

LA를 비롯한 미국의 추석 차례는 60세 이상이나 1세대 교민들의 집에서나 지낼 뿐이다. 60대 이하 직장을 가진 직장인들은 직장 나가기 바쁘고, 1.5세대나 2세들 대부분은 추석이 뭔지 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추석이라고 해서 공휴일로 지정된 것도 아니기에 직장인 대부분은 차례를 지내기는 고사하고 아침에 직장으로 출근하기 바쁘다.

추석 전날 저녁 대학에 다니는 교포 2세 학생이 필자의 집에 놀러 왔기에 송편을 내주며, "추석을 아느냐?"라고 물으니 "추석이 뭐냐?"라고 되물었다. "미국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과 의미를 같이하는 한국 고유의 명절로 돌아가신 조상에게 절을 하는 것이다"고 하니 "왜 죽은 조상에게 절을 하느냐"고 물었다. 이 학생의 부모 역시 중학교 3학년 때 미국으로 부모를 따라 이민을 왔으니 한국의 추석이 생소할 수도 있으나 관심의 차이인 것 같다.

2007년 필자가 LA 월셔(Wilshire) 라디오코리아 앞 잔디광장에 무대를 마련하고 차례상을 차린 후 전통차례와 예절에 대한 설명과 합동차례를 지내는 행사를 한 적이 있다. 이때 남자 중학생 한 명이 무대 위로 올라와 자신이 "술잔을 올리고 절을 하면 안 되겠느냐?"라고 물었다. "누구에게 절을 할 거냐?"라고 물으니 "2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님에게 꼭 한국식으로 차례상을 차려 놓고 절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직장생활에 바쁜 어머니에게 무리한 부탁인 것 같아 말을 못했는데, 오늘 차례상을 차려 놨으니 돌아가신 아버님께 잔을 올리고 절을 하고 싶다"해 잔디광장에 나와 있는 많은 사람의 마음이 짠했던 기억이 난다.

미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지만 역시 추석날 아침에 전날 떡집에서 사온 송편과 과일로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일찍 집을 나서야 했다. 물론 어떤 가정들은 직장에 다녀오면서 떡집이나 반찬집에 들러 떡이나 전, 과일을 사들고 와 아침이 아닌 밤에 차례를 지내는 집들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LA 떡집에는 추석날 오후에도 사람들이 붐빈다.

직장 때문에 이러지도 못하는 사람 대부분은 라이온스 클럽, 실버아카데미 등 봉사단체들이 추석 합동행사를 한다든가, 매년 10월 초(올해는 10월2일부터) LA축제재단이 주최하는 코리안 퍼레이드를 한다는 언론 보도를 접하면서 추석을 상기할 뿐이다.

   
 
한국은 흩어진 가족들이 추석이나 설 명절을 기해 고향이나 부모가 사는 곳으로 모여 차례를 지내면서 객지에서 지난 이야기꽃을 피우고, 미국사람들은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에 부모·형제들이 함께 모여 연휴를 즐기지만, 외국에 사는 교민들은 어쩌면 고국의 추석이나 현재 사는 미국의 추수감사절이 모두 낯선 명절로 여겨지는 듯하다. 음력 8월15일 미국의 밤하늘에도 둥근 보름달이 떴다. 비록 차례를 지내지는 못했지만 집 앞에 나가 보름달을 바라보며 거창한 소원을 빌어 본다. "남북통일이 되고 한국의 경제가 좋아져 국운이 달까지 치솟아 달라"고. 이게 대부분 재미교포의 고국에 대한 바람이다.

/김영복(식생활문화연구가·미국 캘리포니아주 ASU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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