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대 설문 조사로 본 도민의 외식 문화

맞벌이 부부인 김성진 씨 가족은 올여름 유달리 외식이 잦았다. 늦은 시각에 도착해 차려 먹을 시간도 없을뿐더러, 재료를 사놔도 금방 상해버리기 일쑤였다. 오히려 사먹는 것이 효율적이겠다는 생각에 집 가까운 식당에서 가족이 간단하게 저녁을 해결했다.

30대 독신인 박미정 씨는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동료나 친구를 불러 술자리보다는 '저녁을 겸한 외식 별미'를 즐기고 공연이나 영화를 보러 간다. 그는 맛이 독특하고 청결함이 돋보이는 식당을 찾으면 디지털카메라에 담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다.

경남·부산 고객 외식성향 설문 조사에서 지역민들은 양식보다 한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외식을 하고 있는 가족. /뉴시스

최근 도내 한 백화점이 '도시락과 길거리 음식의 고급형'을 제시해 화제가 됐다. 다양한 메뉴를 즐기려는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 맞춤형'인 셈이다.

외식트렌드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역민의 음식문화'가 보인다. 김해 인제대 경영대학원 외식산업최고경영자과정이 최근 경남 부산지역 344명을 대상으로 한 '경남·부산지역 고객 외식성향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과연 지역민들의 외식경향은 어떠하며 어떻게 변했을까. 조사결과 '맛은 복고형으로, 모임은 가족형'으로 자리 잡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외식의 일상화로 고객들은 외식을 '특별한 날 먹는 특미'에서 '생활 속에서 발견하는 건강식'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연, 고객들이 선호하는 외식종류는 어떤 것일까. 조사결과 한식(56%)과 일식(16%)이 72%를 차지했다. 집에서 손쉽게 해먹기 어려운 '패스트푸드와 양식'은 총 16%에 불과해, '집 밥 같은' 음식을 오히려 많이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호하는 요일도 예상외로 다양했고 외식 횟수도 생각보다 높았다. 예상대로 '금토일 주말'이 65%를 차지한 반면 '상관없다'는 응답도 25%에 달했다. 일주일에 1회가 가장 높게 나왔지만 2·3회도 40% 가까이 차지했다.

이에 강연대 연구위원(외식산업최고경영자과정 총동문회장·이바돔 창원용지호수점 대표)은 "물가상승으로 재료가격이 비싸지면서 오히려 '집 밥' 같은 간단한 외식을 하는 가족형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가족이나 친구와 외식을 하는 경우가 75%에 달했다. 반면, 회사 동료와 외식하는 경우는 16%에 불과했다.

'회식형'일 경우 평일을 주로 이용하지만 '가족형'은 주말을 많이 찾는다.

강연대 연구위원은 "예년에는 직장인들이 많이 모여있는 지역의 식당은 주말에 문을 닫았지만 요즘에는 주말에 문을 여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평일 '회식형'보다 주말'가족형'이 많기 때문"이라며 "최근 문을 여는 식당 역시 이런 경향을 반영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고객들은 조금 비싸더라도 '맛이 있고 깔끔한 식당'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맛이 73%를 차지해 단연 높았다. 청결은 8%, 가격은 7%에 불과했다. '맛과 청결'이 '가격'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주방을 개방하는 형태의 식당이 느는 것도 이런 고객의 경향을 반영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식당을 선택할 땐 '주변의 소개'를 가장 우선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블로거 등 개인이 인터넷에 올린 정보를 활용하는 편이었다. '입소문 홍보'를 중요시하는 최근 마케팅 형태가 식당에도 그대로 적용된 셈이다.

조사결과, 예년에 견줘 외식횟수는 그대로이지만, 외식비용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강연대 연구위원은 "경기는 계속 침체기이긴 하나 '양보다 질'을 따지는 성향이 더 짙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번 결과를 통해 외식 역시 그 지역의 문화를 반영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외식업'을 운영하고자 하는 지역민들의 지침이 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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