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주재기자들의 담합보도에 시달리던 군의회가 기자들을 언론중재위에 제소하는 등 정면대응에 나서 파문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남 화순군의회(의장 김경남)는 ‘최근 화순군의회 죽이기에 나선 지역 주재기자들의 악의적인 담합보도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란 성명서를 통해 “최근 광주 7개 일간지(광주일보·전남일보·호남신문·광주타임스· 광주매일·무등일보·전남매일) 화순 주재기자들과 화순신문의 악의적인 보도에 심각한 우려를 금치 못한다”며 지역언론을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군의회는 “운주대축제 신문홍보비가 줄어들자 7개신문 주재기자들이 지난 9월 이후 ‘보도 담합’을 통해 조직적으로 화순군의회를 공격하고 있다”면서 “대다수 의원들이 이권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것처럼 보도해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고 반발했다. 군의회는 담합 보도는 사이비언론의 행태라고 지적하면서 “정론직필을 가장하여 곡학아세와 거짓을 일삼는 일부 주재기자들의 횡포에 단호히 대응해 나가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군사정권시절에 있음직한 기자실 운영비, 계도용 신문구독료, 시책홍보비 등의 예산을 열악한 재정 형편 속에서도 편성해 집행하고 있으며 의회도 마지못해 동조해 왔다”고 뼈아픈 고백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기자들의 압력과 강요로 각 실·과·소와 읍·면에서 억지로 구독을 강요당하면서 지출되는 신문대 등이 매월 수십 만원에 이르고 있다”며, “일부 주재기자들과 지역신문 사주나 기자들이 각종 이권과 사업에 개입하고, 심지어 공무원 인사에까지 개입하고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폭로했다. 군의회는 이와 함께 △모 주재기자 압력으로 군정조정위원회가 임대한 주차장에 세차기를 추가로 설치한 사실 △축제 안내전단 인쇄청탁 거절에 화풀이식 기사 작성을 비롯해 공무원과 군의원들이 휴가비, 촌지 및 향응요구 등에 시달렸다고 폭로했다.

화순군에 따르면 작년 운주대축제 홍보비 2,450만원을 신문광고가 독차지한 것과 달리 올해는 홍보비 2,500만원 가운데 TV광고 1,500만원, 신문광고 1,000만원으로 신문광고가 대폭 줄어든 것으로 밝혀져 광고비 축소에 따른 군의회 죽이기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화순 주재기자단 회장을 맡고 있는 H아무개 기자는 군의회 성명서 발표에 대한 인터뷰 요청에 “다음에 통화하자”며 일방적으로 거절했다.

화순군의회 한 군의원은 “수차례 고심 끝에 언론의 횡포에 견디다 못해 성역인 언론의 비리를 폭로하게 됐다”고 털어놓으며, “화순 지역신문과 유령 시민단체를 검찰에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고 7개 지역신문은 언론중재위에 제소했다”고 밝혔다.

군의회는 화순군공무원직장협의회와 농민회, 전교조 등 시민단체와 연대해 지역언론의 폐해에 맞서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히고 있어 지역언론 개혁의 불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오마이뉴스 2000.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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