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말고도 살고 있네요] 산호랑나비 2

◇허물을 벗으며 자라는 애벌레 = 탈바꿈을 하는 곤충은 애벌레 때 많이 먹고 빨리 자라서 어른벌레가 되는 데 온 힘을 다한다.

알에서 깨어난 1령 애벌레는 닥치는 대로 먹이를 먹어서 크기를 키우고 무게를 늘린다. 허물을 벗을 때마다 꽤 커진다. 열 배가량 커지면 번데기가 되어 어른벌레로 탈바꿈한다.

◇살아남기 위한 노력 = 애벌레는 산이나 들에서 사는 새들이 좋아하는 먹이다. 움직임이 느리고 스스로 지켜 낼 무기도 없다. 기껏해야 보호색을 띠거나 가짜 눈으로 천적을 놀라게 하는 따위일 뿐이다.

산호랑나비 애벌레는 위험을 느끼면 머리에서 붉고 노란빛이 나는 뿔을 내민다. 냄새가 아주 고약한데, 사람이 맡아도 인상을 찌푸리게 될 만큼이다.

거미 무리나 사마귀 무리, 기생벌 따위도 애벌레를 노린다. 기생벌은 나비 무리의 애벌레나 번데기 몸 안에 알을 낳는다. 아무 탈 없이 번데기가 되어 어른벌레로 탈바꿈하는 애벌레는 열에 하나쯤일 뿐이다.

번데기가 되어도 어른벌레가 되었을 때 기형이 나타날 수도 있다. 여러 까닭으로 땅에 떨어진 번데기는 어른벌레가 되지 못한다.

◇번데기에서 어른벌레로 = 다 자란 5령 애벌레는 몸을 붙일 곳을 찾은 다음 번데기로 모습을 바꾼다. 이 때 몸 안에 있는 찌꺼기를 모두 밖으로 빼낸다. 줄기에 단단하게 붙은 번데기는 10~15일이 지나면 어른벌레가 된다.

탈바꿈을 끝내고 어른벌레가 된 산호랑나비는 3주쯤 사는데, 꽃에 있는 꿀 따위를 먹는다. 애벌레 때와 생활하는 모습이 아주 다르다. 짝짓기를 마친 암컷은 알에서 깬 애벌레가 바로 먹을 수 있는 식물 잎에 알을 낳는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스스로 해내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초등학교 3학년 과학 교과서에 배추흰나비 한살이를 살펴보는 활동이 있다. 아이들이 사육 상자를 꾸미고 먹이를 준다. 이 활동을 위해 배추흰나비 알과 사육 상자를 꾸러미로 묶어 판매한다고 한다.

가까운 둘레 자연에서 배추흰나비를 찾아 한살이를 살피는 것이 마땅한데, 그저 활동을 위해 자연을 도구로만 쓰는 것이 안타깝다. 어른이든 아이든 자연에서 생물이 사는 모습을 살펴보고, 그것을 바탕으로 우리가 사는 자연이 얼마나 놀라운 곳인지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박성현 우포생태교육원 파견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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