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동 떡볶이 노점상 최순열 할머니 "푼돈이라도 벌어야"

창원시 대원동 대원아파트에 살고 있는 최순열(67) 할머니는 교회에 나가는 일요일만 빼고 매일 오전 11시 어김없이 장사 준비를 한다. 대원아파트와 현대아파트 사이 사거리에서 떡볶이, 핫도그, 감자튀김, 닭튀김, 슬러시를 파는 일이다.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한 지도 15년이나 됐다.

"그 전에 9년 동안 식당을 했는데 남편이 죽고 이걸 하게 됐어요. 식당할 때는 손님 오는거 먹는거 가는거 모든게 너무 신경쓰였어요. 지금 하는 건 일도 아니지 뭐. 단속 있는 날에는 좀 힘들고…."

창원 대원동에서 떡볶이·핫도그 등 먹을거리를 파는 최순열 씨. /이혜영 기자

가격은 작은 종이컵에 담긴 건 500원, 큰 건 1000원이다. 역시나 아이들이 많이 찾는다. "동생이랑 나눠 먹어" "오랜만에 왔네" "그 집 아무개는 다리를 다쳤다며?" 웬만한 동네 아이들은 다 알고 인사를 건넨다. 의외로 아줌마와 아가씨들도 많이 찾는다. "사람이 많이 오가는 것 같아도 다 푼돈이라 하루 3만 원 넘는 날이 별로 없어요."

그래도 그만둘 수 없는 이유는 집에 있는 아들 때문이다. 캐나다로 유학까지 가 취직한 아들은 4년 전 스키장에서 머리를 심하게 다쳐 왼쪽 손은 움직일 수 없고, 왼쪽 다리를 전다. 보통사람 5분 걷는 거리를 20분 넘게 걸어야 한단다.

"4년 간 캐나다에서 치료받다가 올 2월에 한국으로 완전히 왔어요. 우리 며느리도 캐나다에서 간호사였는데 다시 캐나다로 갔어요. 지극정성이었는데 이젠 내가 아들 책임질테니 신경쓰지 말라고 다시 보냈어요. 애는 없어 다행이지."

시간이 흘러서일까, 나무젓가락을 꽂은 소시지에 밀가루를 돌돌 말며 마치 남의 집 이야기 하듯 덤덤히 말했다.

사진 한장 찍어가고 싶다 했더니 이내 분주해진다. "뭘 사진까지 찍는다고…." 말은 그렇게 해도 교회 사모님이 오늘 사주고 갔다는 앞치마도 새 것으로 갈아입고 거울도 한번 보고 자연스럽게 핫도그 튀기는 포즈를 취한다.

"아, 이걸 자랑해주슈. 내가 개발한 야채 반죽인데, 우리집 핫도그 맛있다고 다른 동네에서도 와서 먹어요." 힘들어도 할머니가 만드는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