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음악 그리고 표현주의···음악계 신대륙 발견

현대음악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첫 번째로 거론되는 인물이 바로 오스트리아 출신의 쇤베르크(1874~1951)다.

현대음악의 대표적 작곡기법인 12음 작곡기법을 만들어낸 쇤베르크. 젊은시절 초기 작품들은 낭만주의 성격을 지녔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조성음악의 체계에서 벗어나려는 당시의 새로운 음악 운동에 동감하며 급진적인 사고의 전환을 보인다. 그는 그의 제자 베베른(1883~1945), 베르크(1885~1935)와 함께 자신의 새로운 음악들을 소개하고 이를 동감하는 사람들과 연대한다.

쇤베르크
오늘날 우리가 이야기하는 제2빈악파의 탄생이다. 이들의 음악은 같은 시대를 살던 음악가와 일반인들에게는 너무 낯선 것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노력으로 19세기까지 계속되어온 서양음악은 화성적인 전통에서 벗어나 새로운 음악 세계를 형성하게 된다. 천 년 가까이 서양음악 중심을 이루어왔던 화성체계를 버리고 조성이 없는 음악을 작곡한다는 것은 사회주의 체제에서 자본주의 체제로 바뀌는 것만큼이나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이러한 쇤베르크와 베르크의 초기 무조음악을 가리켜 흔히 '표현주의 음악'이라 한다. 표현주의라는 용어 또한 인상주의와 마찬가지로 미술사조에서 유래한 말이다. 독일어에서 인상주의(Impressionismus)와 표현주의(Expressionismus)는 처음 두 글자만 다르지만, 인상주의가 안으로(Im) 받아들이는 의미를 함축하는 반면 표현주의는 밖으로(Ex) 표출한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서로 대조적인 뜻이 된다.

베베른
20세기 초의 표현주의 운동이란 단순한 예술적 활동의 범주를 넘어선 정신적·사회적 활동의 일환이었다. 현대인의 내면세계를 표출하고 나아가 물질주의와 이데올로기 분쟁에 대한 경고의 기능까지 포괄하는 것이었다. 이렇듯 미술사조에서 비롯된 표현주의는 문학, 연극, 음악, 건축, 심지어 영화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결국, 미술사조에 국한되지 않고 20세기 초 독일을 중심으로 전개된 예술사조의 전반을 가리키는 폭넓은 개념으로 쓰인다.

음악에서 표현주의는 인간 내면세계의 밖은 면보다는 어두운 면, 특히 인간이 겪는 심리적 갈등, 긴장, 불안, 두려움, 그리고 잠재의식 속에 있는 충동 등을 표현한다. 기존의 것에 반항하는 소외된 인간의 모습을 담으려고 일부러 찌그러진 추한 모습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베르크
따라서 그러한 것을 표현하기 위한 새로운 음악 소재와 음공간이 탐구되었다. 가락, 리듬, 음넓이, 셈여림 등 어느 면에서나 중용과 연속감은 제거되고 예상외의 극단으로 변화하는 단편적인 음이 잇달아 나타난다. 음조직 면에선 반음계적 조바꿈의 빈번한 사용에서 마침내는 조가 없어지고, 또한 음렬기법, 12음기법이 발명된다.

또 악구 단편화는 경구적인 매우 짧은 음악을 낳고 분단된 멜로디선은 베베른의 점묘적 텍스처를 낳기에 이르렀다. 표현주의 음악을 처음 듣게 되면 이해할 수 없음은 물론 거부감까지 느끼게 되는 데 바로 이런 특징 때문이다.

19세기 말 20세기 초 조성음악에서 탈피하려는 많은 작곡가의 노력은 '무조'를 낳고 쇤베르크의 12음 기법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는 음악에서 '신대륙의 발견'이라 불릴 혁신적인 사건으로 '음악의 현대화'를 시작하는 첫걸음이었다. 쇤베르크, 베베른, 베르크. 이 3인의 위치는 음악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하지만, 그들의 음악은 고전시대의 빈악파(일반적으로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을 가리킴) 작곡가들과 비교해 여전히 대중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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