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방면에서 장복터널을 지나 진해구로 들어서 진해군항제가 펼쳐지는 중원로터리로 향하면 진해 중앙시장이 훤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로터리에서 좌회전을 해서 '중앙시장 주차장'이란 간판을 따라가 차를 대고 시장에 들렀다. 어시장 횟집거리부터 따닥따닥 붙어 있는 소규모 옷가게와 소품가게, 버스정류장 근처로 늘어서 있는 채소 노점까지. 규모는 작지만 웬만한 건 다 있어 진해 중앙시장은 마치 마산합포구 어시장과 부림 시장을 합한 축소판과 같다. 과연 진해 중앙시장의 9월엔 어떤 먹을거리가 선보이고 있을까.

색으로 치자면 끝물도 보라요, 첫물도 자색이다. 유달리 긴 더위는 9월 시장의 풍경도 바꿔놓았다. 가지와 포도는 긴 늦더위 덕에 끝물을 면했고 한창일 것 같던 고구마는 오히려 첫물이 됐다. 여기에 한창인 자색 양파와 붉은빛이 살짝 감도는 진해 떡전어까지 가세하니 가히, 시장 가득 '자색 천지'다.

진해서만 맛볼 수 있다는 붉은 떡전어

떡전어.

주차장 옆 골목 입구엔 유난히 덩치 큰 전어가 몸부림치고 있다. 바로 진해만 어귀에서 잡히는 전어 중에 최고 맛을 자랑하는 떡전어다.

"큼지막한 게 딱 보니 진해 떡전어네예. 떡전어는 일반전어랑 어떻게 다른데예."

"크기가 손바닥만 하고 배가 약간 볼록해예. 뼈는 연하고 살은 부드러워예. 약간 발그스름하고 맛은 고소해서 진해사람들은 다른 전어 못 먹어예."

'밭에서 온 가지' 늦더위에 끝물도 잊어

밭에서 딴 가지.

작은 몸을 동그랗게 웅크린 가지. 햇볕에 그을린 흉터까지 있다. 딱 보니 밭에서 햇볕보고 자란 가지다. 꼭지 부분이 오목하게 들어간 오이 또한 밭의 것이다. 키워본 사람은 모습만 봐도 안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값도 제대로 물어보지 않고 알아서 비닐에 담는다.

"밭에서 가져왔는갑네예. 어디서 키우셨는데예."

"저기 진해 경화동 산에서. 새마을 동네라 하는데, 거기서 동네 사람들이 키운 거라. 잔파는 웅천에서 가져왔다. 인제 난기라 파김치 해먹으면 참 맛있다."

"가지는 하우스거랑 모양도 맛도 많이 다르다 그지예."

"그라모. 햇볕보고 크니까 영양이야 밭의 게 좋지. 그래도 맛은 하우스것이 달다. 밭의 거는 반찬을 해 놓으면 씹는 맛이 오들오들하고, 하우스거는 부드럽고 보들보들하다 아이가. 다 입맛 따라 먹는 거지 뭐."

색도 크기도 다양한 양파, 값도 싸네

양파 파는 할머니.

자색도 있고 아기 주먹만한 크기의 것도 있다. 양파다. 채소값이 금값이지만 그나마 양파는 한창때라 싼 편이다. 한 소쿠리 2000원. 어른 주먹만한 것은 8개 정도 오르고, 아기 주먹만한 것은 20개 정도가 오른다.

"이 작은 것도 많이 사 갑니꺼."

"그라모. 요즘은 식구가 적다 보니 작은 양파도 많이 찾는다. 요거는 또 장아찌 해먹으면 맛있거든. 아침에도 한 상자 사갔다 장아찌 한다고."

"자색 양파는 어째 해먹을꼬."

"색깔 있는 거는 그냥 먹는 게 젤 영양가 있다 하데. 흰 거는 볶아 먹으면 좋고. 인제 들어갈 때가 됐는데 더위가 오래가다 보니 많이 싸다. 제철일 때 양파 사서 장아찌 해먹어보지."

진주서 농사지은 깨 '향부터 달라'

깨 담는 할머니.
지금쯤이면 시골마을마다 깨 말리기가 한창이다. 빨갛게 익은 고추도 햇볕과 마주하고 있을 때다. 밤에 서리내리면 덮고, 비 오면 걷고, 햇볕 나면 다시 말리고. 주름진 손을 쉼 없이 움직여야만 맛있는 고춧가루와 깨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래서 농사는 보이지 않지만 손이 많이 가 어려운 것이라지 않나.

버스정류장 인근에 이르자 깨를 됫박에 수북이 쌓는 할머니가 눈에 띈다. 올리고 또 올리고 하니 깨 냄새가 살포시 피어오른다.

"깨를 어디서 이리 가져오셨어예."

"집이 진주라, 거기 깨 농사짓는 데서 가져왔지."

"요즘, 촌에 깨 말리는 집 많겠네예."

"하모, 깨도 말리고 고치(추)도 말리고."

"이 깨는 고마 먹으면 됩니꺼."

"뭐라하노. 집에 가서 볶아야지. 잘 볶아야 깨가 맛있다."

"어떻게 볶아야되는데예."

"센 불에 볶다가 깨가 노래지면 약한 불에서 계속 볶아야지. 씹어서 톡 터지면 젤 맛있게 익은 것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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