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루>의 원작은 소설입니다. 알무덴나 그란데스라는 작가가 쓴 <수직적 미소>라는 에로소설이 그것이죠.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들려고 하자 스페인 영화계는 대단히 시끄러웠죠. 포르노물에 가깝다는 것이 그 이유였죠. 주연 여배우만도 다섯명이 넘게 바뀌었답니다. 이 때가 1989년인데 그로부터 10여년 뒤 2000년에 이르러서야 우리나라에 개봉될 수 있었네요.



열다섯의 나이에 사랑과 성적 즐거움에 눈뜬 룰루가 점점 타락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는 것이 전체적인 줄거리죠. 일반적으로 이 영화에 대해 ‘한 소녀와 함께 성장하는 그녀의 열정에 관한 에로틱 로맨스’라지만 예술이냐 외설이냐, 포르노냐 에로물이냐 하는 논란은 남기고 있습니다. ‘백양사건’으로 시끄러운 우리 사회는 또 한번 포르노물에 대한 담론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포르노, 엄밀히 말해서 포르노그라피는 시대나 학자마다 정의가 다릅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성행위나 성기를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글이나 그림, 영상물의 총칭’으로 내려지죠. 우리나라는 보통 ‘야한 영화·야한 테이프·빨간 딱지가 붙은 제목없는 비디오’로 불립니다. 포르노라는 것이 처음 한국에 유입될 때 ‘비디오영화’라는 매체형식을 띠고 들어왔기 때문에 비디오매체로 한정하여 이해되고 있는 편이죠.



포르노는 또한 몸과 성에 대한 표현의 노골성과도 결부되고 있습니다. 포르노물은 섹스나 성기·여성과 남성의 몸 등을 직접적이면서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고, 보다 덜 노골적인 것으로 불리는 ‘에로물’은 대다수의 연구와 논의에서 ‘소프트 포르노그라피’로 규정됨에도 불구하고, 포르노와는 분명히 다른 것으로 여겨집니다. 일종의 예술성이 담긴 것으로 말이죠. 그러나 노골성여부를 떠나서 여성을 재현하는 방식, 성을 상품화한다는 점, 둘 다 성적 욕망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서, 포르노나 에로물·광고 등이 모두 포르노나 다름없는 연속성을 지니고 있다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따라서 폐해론에 대한 톤이 높을 수 밖에요. 포르노물에서 보이는 남성 중심적 성묘사는 성차별 뿐만 아니라 건전한 성담론 형성에 장애를 야기시키는 만큼 금지되어야 한다, 청소년 성사고에 악영향을 미치고 성폭력을 조장한다, 납치·강간·인신매매·국제범죄 등 사회적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들을 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포르노시비는 1980년 컬러 TV 방영이 시작되면서부터 해마다 끊임없이 일고 있지만 항상 냄비처럼 끓다 사그라들고 또 어떤 사건이 터지면 여론이 들끓는 식으로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불법 비디오 제작이 날개를 단 것은 공중파방송을 통해 ‘몰래카메라’가 대인기를 끌면서였고 여기에다 인터넷의 보급은 포르노물의 범람을 도저히 제어하기 힘든 지경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알다시피 여대생을 화장실·여관·목욕탕 등에서 몰래 찍은 ‘몰래카메라류 비디오’가 대량 등장했고, O양을 비롯한 수많은 ○○양들이 사회적 물의의 주범처럼 치부됐죠. 2000년의 대미는 ‘백양’이 장식하고 있습니다. 이젠 이러한 일련의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 대처하는 시스템에 변화가 와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나 또 얼마나 시간이 걸려야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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