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찰편 비벼 낸 울음소리…유전적 우수성·지위 과시

늦은 여름 밤, 온갖 곤충들의 소리로 쉽게 잠들지 못할 때가 많다. 노래인지 울음인지 논란이 많긴 하지만 곤충이 지닌 악기와 노래 종류를 알아보도록 하자.

가장 흔한 악기는 마찰편(scraper)과 줄칼 모양의 날개맥(file)이라 불리는 두 개 기관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찰편이란 거친 날개막에 비벼대는 기관인데 이 기관의 반복 마찰로 진동이 생성된다. 바로 이 소리가 동종의 배우자 귀에 섹시한 멜로디로 들리게 된다. 곤충 학자들은 이를 '울음소리'라고 부른다.

곤충의 노래는 입이나 후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다리나 날개, 또는 몸의 일부분에 붙어 있는 이 두 기관으로부터 나온다. 사람의 귀에는 소음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암컷들에게는 프랭크 시내트라의 목소리와 다름없다. 여름철 곤충이 내는 난타공연은 울음소리도, 노랫소리도 아닌 동종의 암컷을 유인하여 짝짓기를 위한 감미로운 유혹의 소리인 난타공연이다.

끝검은메뚜기.

◇곤충의 악기는 어디에 있을까? = 메뚜기 무리의 마찰편은 안쪽 허벅지에 있는데, 이를 날개에 비벼서 아름다운 바이올린 소리를 낸다. 귀뚜라미 무리는 양쪽 날개에 마찰편과 날개맥이 있어 이를 비벼 소리를 낸다. 여치 무리는 위쪽 입에 있는 마찰편과 날개맥으로 소리를 내므로 실질적으로는 입으로 소리를 내는 셈인데, 다른 곤충에 비해 특히 드문 경우다.

또 아주 특이한 예외가 있는데, 성기를 이용하여 노래를 부르는 곤충이 있다. 나방 일부와 물벌레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 곤충에게는 섹스를 위한 도구이자 노래를 부르는 악기이다. 그러나 이 소리는 순수 초음파 신호다.

강도래(stonefly) 무리는 자신의 몸을 땅에 부딪혀 두드리는 소릴 내어 암컷을 유인한다. 수컷 나방은 두 날개를 강하게 맞부딪침으로써, 암컷을 유혹한다. 매미 무리는 두 개의 강력한 진동판을 수축시킴으로써 독특한 소리를 낸다.

대부분 소리를 내는 것은 수컷인데 암컷이 화답하기 위해 듀엣이 탄생되기도 하는데 그것이 귀뚜라미 무리 암수이다. 두 개의 굴을 뚫어 소리를 증폭하며, 잎을 말아 소리를 증폭시키기도 한다.

모든 곤충의 노랫소리에는 반드시 의미가 담겨 있다. 수컷은 자기 위치, 자기 과시, 건강 상태, 돌연변이의 유전적 우수성, 재산 상태(활동영역), 집단의 지위, 개인의 능력 등을 종합세트로 보내며, 암컷은 그 소리를 듣고 수컷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배우자의 선택은 하등 동물로 내려갈수록 암컷이 막강한 선택권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늘을 살고 있는 털 빠진 원숭이인 인간의 배우자 선택에서 선택권은 누가 가지고 있으며, 배우자를 위한 노래는 누가 부르는가?

/여상덕(한국곤충학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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