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창원 새들원 '새 아저씨' 옥천일 씨

웬만한 마산시민이라면 알만한 조류원이 있다. 마산합포구 서성동 무학초교 맞은편의 새 파는 집 '새들원' 말이다.

마산중·마산고·마산여고·성지여고·제일여고·가포고·합포고·경남대 졸업생 중 버스를 타고 다녔던 사람들은 이 집을 보면 저절로 '아~ 그 집' 할지도 모르겠다. 1983년부터 장사를 했으니 벌써 27년이나 된 집이다.

2002년, 3·15의거 탑 맞은편에서 경남데파트 방향으로 500m정도 한번의 자리 이동이 있었을 뿐 줄곧 같은 간판으로 새를 팔아온 옥천일(55) 씨를 만났다. 늘 새와 함께하다 보니 동네에서나 단골들에겐 그냥 '새 아저씨'로 불린다. 

"그저 요놈 좋아서 27년…10년만 더 같이 살래요"

   
 

"1983년도만 해도 조류원이 여러 군데였지요. 새라는 게 생활에 꼭 필요한 게 아니고 취미잖아요. 경기를 많이 타요. 한창 더운 지금 같은 때나 한창 추울 때는 잘 안되기도 하고. 지금도 경기가 그렇다보니 전만큼은 안 돼요. 마산 창원 진해에서 새 파는 곳은 이제 여기 한 곳만 남았어요."

새 아저씨는 내성적인 성격 탓에 학교 다닐 때부터 집에서 새와 함께하는 시간이 좋았다. 그게 부업이 되고 결국 직업이 됐다.

"직업이란 게 좋아서 해야 하잖아요. 안 그래요? 그래서 공고를 나왔지만, 결혼하면서 본격적으로 가게 운영하게 됐죠. 다른 업종을 30년 했으면 빌딩을 샀을텐데, 솔직히 돈벌이는 안돼요."

왜 하필 이곳일까. 별 다른 사연은 없지만 대답은 의미심장하다.

"창원은 점포세가 비싸고, 진해는 인구가 적고, 마산이 가장 적합했지요. 마산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으로 창원과 통합, 그리고 명칭도 정말 마음에 안 들어요. 주민한테 의견을 묻지도 않고 한 거잖아요. 안 그렇습니까?"

아차차, 얘기가 잠시 다른 데로 샐 조짐이다. 얼른 화제를 바꿔 아저씨가 가장 좋아하는 새를 물었다.

창원시내 단 한곳 남은 조류원…강아지 키우듯 애조가 늘었으면

'새 아저씨' 옥천일(왼쪽) 씨가 1983년부터 운영한 새들원. /이혜영 기자
"아무래도 앵무가 사람도 잘 따르고 가르치면 말도 하니깐 제일 좋지요. 우리 가게에 300마리 정도의 새가 있는데, 제일 비싼 새가 장미앵무라고 한 쌍에 70만 원 해요. 제일 싼 거는 십자매로 한 쌍에 1만 6000원 하기도 하고 체리앵무는 한 마리에 13만 원이고…. 번식조들은 싼데 아무래도 애완조들은 키울 때부터 새밥을 갈아서 묽게 죽으로 먹여줘야 하는 수고가 있어 더 비싸요. 관상용 닭도 작고 예뻐요."

이야기가 술술 나온다. 덧붙여 아저씨의 바람이 있다면 애조가(愛鳥家)가 늘어나 강아지를 키우듯 새를 키우는 것이 자연스러워졌으면 하는 것이다. 사람을 해치지도 않고 깨끗하고 아이들 정서발달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창원시에 하나밖에 없는 새 파는 집, 새 아저씨마저 그만두면 부산·대구·서울까지 가야하나?

"올해 내가 55살인데, 딱 10년 만 더해야지요. 딸 하나 있는데 새를 별로 안 좋아해요. 그 전에 이 집을 이어나갈 좋은 사람 알아봐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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