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 지난 해에 이어 지역에 온다는 소식에 반갑더군요. 28일 오후 7시 ‘Let me love’라는 타이틀로 팬들에 대한 사랑을 명시한 공연을 보러 KBS 창원홀 앞에 도착했습니다. 다른 가수들공연에서는 볼 수 없었던 광경이 이어졌습니다. 포장마차들이 불빛을 반짝이며 장사진을 치고 있고, 오전에 내린 눈때문에 날씨가 제법 쌀쌀했건만 이를 무색하게 팬들의 줄서기도 끝이 없더군요. 도대체 이 인기의 근원이 뭘까, 자못 궁금했습니다.

전치 7주의 부상을 입고 한 팔을 깁스하고 해내는 공연은 또 어떨지, 이 많은 팬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기대 반 걱정 반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콘서트의 묘미는 TV에서는 볼 수 없는 ‘그 무엇의 광란’에 있기도 하니까요. 입장을 하고 보니 걱정은 거의 기우에 가깝더군요. 무대 양 옆은 물론 2층까지 꽉 메워진 객석. 그것도 모자라 1층은 고정의자를 아예 치우고 대신 간이의자를 빽빽히 마련해 팬들을 한 명이라도 더 붙잡기 위한 기획사의 ‘배려’(·)가 눈물겹더군요.

막은 오르고 무대엔 스모그가 가득차 조금씩 기분이 들뜨기 시작했습니다. 아기 천사와 성모마리아상으로 연출된 무대, 조명이 꺼지고 팬들의 함성과 함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형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역시. 다쳤어도 가창력엔 문제가 없더군요. 1·2·3집은 물론 클래식 앨범에 수록된 노래를 하나하나씩 매끄럽게 이어나가고, 애절하다가도 금세 귀여운 모습으로 바뀌는 표정은 무대 옆에 부착된 대형스크린에 사실감있게 잡혀 분위기는 고조됐습니다. 지난 해 콘서트에서는 조형의 독특한 춤솜씨가 인상적이었는데 깁스를 하고 있는 모습을 직접 확인하니 오늘은 아무래도 그 모습을 보기는 틀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3곡 정도를 부르고 난 뒤 팬 역시나 이벤트를 준비했더군요. 팬들로 하여금 소원을 적어 종이비행기를 무대위로 날리면 그것을 형이 읽어나가는 것이였죠. 그것이 무려 20여분. 조성모의 얼굴만 바라봐도 행복한 팬들이야 즐겁겠지만 저처럼 형의 노래를 감상하러 온 사람들에겐 조금 지겹더군요. 그러나 일견 생각하면 그것이 형의 팬관리 능력이 아닌지, 팬을 그저 객체로 두지않고 공연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힘이 아닌지 싶어오더군요.

<상처>를 트로트 버전으로 바꾸어 부르고, <다음 사람에게는> <내 고마운 사람에게> 등 발라드가 이어집니다. <다짐>을 열창하는 지점에선 클라이맥스가 됐죠. 성모마리아 앞에서 탱크톱을 입고 긴머리를 흔들어 대며 춤을 추는 두 여인의 아이러니한 무대연출과 함께 객석의 사람들은 이제 스탠드 공연장을 만들 태세였죠. 조형도 성한 두다리로 열심히 무대 양 옆으로 뛰어다니면서 팬들을 열광시키더군요. 아이를 안은 아줌마도 이젠 아이만을 안고 있기가 힘들어 보일 정도였으니까요.

공연시간은 총 3시간여. 여느 가수보다 1시간 가량 많더군요. 현재의 기획사와 가수간의 시스템에 어떤 문제가 있든, 인기몰이의 함수엔 또 어떤 역학관계가 있든 라이브로 관객과 더불어 땀흘리며 몰입하는 인간적인 모습이 바로 팬들로 하여금 온갖 경계를 허물고 한바탕 어울리게 하는 힘임을 실감했습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