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 100만명에 이르는 중산층 인구가 미술관과 화랑을 찾아주고 5만~10만명의 소장가층이 형성됐을 때 미술시장의 기본틀이 잡힌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미술시장은 공급자 위주로 돼 있어 정부가 미술시장을 소비자 위주로 전환하는 정책을 과감히 시도할 단계에 이르렀다.

<월간미술> 2001년 1월호 특집 코너에서 국민대 경제학과 김재준 교수가 쓴 ‘한국미술시장의 전망과 대안’이라는 글은 지역미술인과 화랑들도 깨우쳐야 하는 부분이어서 눈길을 끈다.

김교수는 “수요자가 없다는 것이 미술시장이 가지고 있는 모든 문제의 핵심”이라며 “많은 수의 애호가가 있어야 미술이 활기를 띠고 수요자층이 두터워야 화랑의 경영이 정상화되며 작가들의 창작열기가 달아오를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2001년에 예상되는 미술시장의 중요 이슈’를 통해 수요자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온라인 미술시장의 활성화다. 온라인 시장은 인터넷 미술사이트와 온라인 경매관련 사이트를 말한다. 지난해 달아올랐던 온라인 시장의 열기가 올해까지 이어질지 미지수이지만 온라인 시장이 활성화되면 정보의 공유를 통해 미술시장이 상당히 투명해진다.

둘째, 경매제도를 권장한다. 미술시장의 왜곡된 가격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경매는 작품가격을 작가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병폐를 막기 위해 마련된 제도로서 소비자가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다. 경매제도의 시행과 함께 가격구조를 공식화하고 공개하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셋째, 화랑의 기능이 바뀌어야 한다. 화랑은 상업성을 추구하면서도 지역사회의 문화센터 구실을 하는 방향으로 운영돼야 한다. 젊은 작가들에게 전시장소를 제공하는 등 대안공간으로서 화랑을 내주면 다소 효과적이다.

넷째, 신인작가의 작품가격이 조정돼야 한다. 그동안 원로작가들의 가격이 비싸다는 것만 지적돼 왔으나 사실은 젊은 작가들의 그림값이 더 비싸다. 아직 미술시장에서 자신의 위치가 확립되지 못한 대부분의 작가를 신인이라 하는데 이들의 작품가격을 턱없이 비싸게 받는 예를 종종 본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술대전 수상·개인전 2~3번·유학경력의 30대 후반 작가의 추상 100호 대작이 200만~300만원 수준이 적당하다고 한다. 구상 10호는 대략 50만원 수준으로 조사됐다.

도내의 경우 화랑이나 전시장에서 경매제도의 도입 등을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작가들의 편협된 생각과 자신의 작품가격을 공개하지 않으려는 태도 때문에 사실상 이런 대안요소를 접목시키지 못하고 있다. 미술인들이 잠재적 미술애호가들을 위해 작품가격을 공개하고, 화랑에서 수요자들이 미술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방안을 계속 모색해주면 수요자를 늘리는 일은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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