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안에서 녹는 달콤한 뒷맛이 일품

한낮에 부는 바람이 제법 선선하다. 바람을 맞으며 마산 중앙동 골목길을 지나는데 문득 구수한 향기가 코끝을 스친다. 가는 길을 잠깐 멈추고 향기가 나는 곳을 좇아 눈길을 돌렸다.

길모퉁이에 깔끔한 황토색 간판에 하이밀 베이커리(마산시 중앙동 1가 12-8)라고 적혀있다. 그 황토색 문틈사이에서 갓 구워낸 빵 향기가 골목길에 한가득 퍼지고 있었다. 군침이 돈다.문을 열고 들어서자 젊은 여사장이 경쾌한 목소리로 반갑게 맞는다. 손님이 들자마자 오른손에 조그만 초록색 빵바구니를 들고 이것저것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것들을 손짓해 가며 권한다. 가지가지 권하는 대로 바구니를 채워가는 기분도 꽤 좋다.

조리실에서는 19년째 빵을 구웠다는 주방장 정우량(38)씨가 생크림 케이크를 장식하고 있다. 능숙한 솜씨! 빵 고르는 것을 멈추고 현란한 손놀림에 잠깐 빠져본다. 놀랍게도 카스텔라를 구워내 반으로 가르고 생크림을 입힌 다음 과일을 올리더니 어느새 생크림 케이크 대여섯 개가 뚝딱 만들어졌다.

그때가 오후 3시께. 퇴근길 손님들이 갓 구워낸 싱싱한 생크림 케이크를 먹을 수 있도록 아침부터 준비해서 주방장이 퇴근하기 바로 전에야 만든다. 아무래도 생크림 케이크는 따끈따끈하게(.) 먹어야 제 맛이란다.
“생크림 케이크는 카스텔라와 생크림이 중요하죠. 부드러워야 합니다. 생크림은 거품이 적으면 흘러내리고 거품이 너무 많으면 딱딱해져요.”

주방장의 말은 계속된다. “생크림과 카스텔라의 수분이 날아가기 전에 먹어야 제 맛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신선도가 떨어지고 맛이 덜하죠. 신선도가 생명이죠. 생명!”
그래서인지 그 시각에 냉장 진열된 생크림 케이크가 한 개도 보이질 않는다. 이제 막 주방장 손에서 빚어진 케이크가 빈자리를 채울 모양이다.

빵을 고르는 사이 주방에서 연이어 철판이 들락날락한다. 철판 위에는 막 구워낸 소보로빵과 팥앙금.입새파이.구리만쥬.베이비만쥬.모카.호두카스텔라가 한가득 올려져 있다.

주방장이 주방에서 쉴새 없이 빵을 구워내면 포장하고 진열대에 올려 장식하는 건 젊은 여사장 몫이다. 올해 1월에야 빵가게 사장이 됐다는데 빵집 터는 물론이고 10년째 이름도 바뀌지 않고 그대로란다.

하이밀에서는 하루에 많은 빵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그날 팔릴 만큼만 만들어내 하룻저녁을 넘기지 않는 게 원칙이다. 그래서 저녁 늦게 가면 군데군데 비어있는 공간이 많다.

“빵집이 뭐 특별한 거 있겠어. 거기서 거기지”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번쯤 가보라. 모르긴 몰라도 빵을 한입 베어 물었을 때 입안에서 녹는 부드러운 맛과 고소한 뒷맛이 사람을 두 번 찾도록 만들게다.

아참! 속이 텅 빈 공갈빵이라는 것도 있었다. 나이많은 어른들이 좋아할 빵이다. (055)223-4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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