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마산합포구 어시장 가 보니

8월 9일, 말복을 하루 넘긴 날 창원시 마산합포구 어시장. 사람들이 많이 북적이는 곳은 과일을 파는 곳이다. 과일 중에서도 분홍빛, 노란빛을 환하게 띠며 보슬보슬한 몸을 살포시 드러내고 있는 것이 가장 눈에 띈다. 복숭아다. 손님들은 복숭아 하나를 소쿠리에 더 올리려하고 주인장은 얼른 다시 하나를 내려놓는다. 흥정이다. 공급이 많은 까닭이요, 제철임을 실감케 하는 모습이다.

'선택과 집중' 전략을 내세운 손수레가 모습을 드러냈다. 백도, 천도, 황도 등 복숭아만 종류별로 가득 실었다. 빛깔이 아주 고와 어머니께 말을 건네는데…. 

지난 9일 마산합포구 어시장에서 만난 복숭아 장수의 손수레. 점선 친 곳이 새가 쪼아 멍이 든 백도이다. /박종순 기자

"복숭아를 손수레 한가득 실어 오셨네예. 어디서 가져오셨는데예."

"농산물도매시장에 새벽에 가서 골라왔다 아이가. 일찍 가야 좋은 거 가져오지. 지금은 복숭아가 젤 달길래 종류별로 가져왔다 아이가."

"어떤 게 젤 맛있습니꺼."

"그 앞에 크고 털 보슬보슬한 백도 있제."

"벌레 먹고 멍든 이 백도예?"

그때 아주머니 두 분이 나타났다. 벌레 먹은 백도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손님이다.

"아지매, 어디서 요런 걸 갖고왔습니꺼. 이 맛있는 것을. 하나 얼만데예."

"하나 4000원인데, 멍이 있어서 3000원."

"아는 사람은 요런 거 산다아이가. 원래 새가 맛있는 거 젤 잘 알거든. 복숭아 중에 젤 맛있는 것을 골라 쪼아먹어서 이리 시커멓게 구멍이 났다 아이가. 모르는 사람은 작고 예쁜 거 찾는데 원래 백도는 크고 새가 먹은 자국이 좀 있는 게 젤 맛있다."

손님의 말에 주인아주머니가 맞장구쳤다.

"맞아예. 잘 모르는 사람이 싼 거 찾고 예쁜 거 찾거든. 돈 가지고 숫자놀음이나 하고. 근데 먹을 줄 아는 사람은 요런 거 찾는다 아입니꺼. 맛있는 거 좀 싸게 팔라고 일부러 요런 것만 골라왔으예. 지금 아니면 언제 또 이 맛있는 복숭아 먹겠습니꺼."

"그래, 복숭아는 하우스도 잘 안돼서 지금 아니면 먹지도 못한다."

동의보감에서 '여자가 복숭아를 먹으면 안색이 좋아지고 미인이 된다'고 했던가. 나무열매인데다 보관도 까다로워 하우스가 어려운 만큼, 복숭아는 두고두고 먹을 수 있게 자연통조림을 해먹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만들까.

"여름엔 복숭아 통조림도 많이 해먹지예."

"하모. 이때 아니면 이 맛을 못 느끼니까. 복숭아를 잘라서 유리병에 넣고 물 자작하게 붓고 복숭아 한 개에 설탕 두 숟가락 정도 넣어서 은근한 불에 폭 끓이라."

"언제까지 끓이면 되는데예."

"빨갛고 딴딴한 천도는 색이 노르스름해질 때까지 끓이고, 백도는 허물어지지 않을 정도 하면 되고."

눈 깜짝할 사이, 아저씨 한 분이 새가 쫀 자국이 있는 복숭아 하나를 잡더니 얼마냐 묻는다. 주인아주머니 3000원이라고 하자 얼른 3000원을 주더니 바로 아그작 씹으며 가버린다.

값싸고 멍든 복숭아 알고보니 꿀맛, 조선오이 인기…가을 전어도 신고


버스정류장이 있는 어시장 입구로 나오면 언제나처럼, 촌에서 갓 따온 채소를 내고 손님을 맞는 할머니들이 있다. 후덕하게 생긴 오이. 오후 3시경인데 다 팔고 5개 남았단다.

"조선오이네예. 어디서 오셨는데예."

"함안서 왔다."

"찾으시는 분들 많은 갑네예. 이거밖에 안 남았네."

"조선오이 찾아 일부러 오는 할배들이 많다. 요즘은 이런 오이 잘 못 본다 아이가."

"가시오이랑 맛이 어찌 다른데예."

"씹으면 아싹아싹해. 물이 많아서 가시오이보다는 싱겁다. 그래도 가시오이보다 아싹아싹하다. 씨 빼고 마늘, 소금, 깨소금 넣고 볶아먹으면 쫄깃쫄깃하다. 양념 그대로 해서 국으로 먹어도 맛있고."

"뜨리미다. 5개 다 사가라."

"식구는 적고 놔두면 썩어서…."

"오이는 신문지에 싸서 냉장고에 넣어두면 오래간다."

생선도 함 볼까. 여름하면 떠오르는 것이 장어다. 그래서 마산 장어구이 거리는 이맘때면 사람들로 북적인다.

반면 횟집은 한산한데. 하지만 이곳엔 8월초 신고식을 한 전어가 팔딱거리고 있다.1kg 1만 원. 전어축제가 펼쳐지기 전, 싸게 먹을 수 있는 때가 또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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