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고 끓이고 튀겨' 조리법만 50여개

언제나 쉬 접할 수 있는 식품을 떠올리라면 빠지지 않을 것 중 하나가 두부인 듯하다. 오늘도 약방의 감초처럼 장바구니에 들어앉아 있으니. 수시로 접하는 두부이니 만드는 수고스러움이나 종류 정도는 머릿속에 그려진다. 콩을 충분히 불린 후 물을 부어가며 곱게 간 다음 무명 자루에 넣어 걸러서 두유만 모은다. 두유를 저으면서 끓이다가 온도가 80℃ 정도로 오르면 간수를 넣어 고루 저어주면 두부 응어리가 꽃처럼 피어난다. 이것을 두부 틀에 모은 후 눌러 굳히면 우리가 먹는 두부가 된다. 두유만 빼고 남은 찌꺼기가 비지이고, 굳히기 전의 부드러운 두부를 모은 것이 순두부이다.

밭에서 나는 쇠고기인 콩으로 만들어진 두부는 두말할 것 없이 단백질이 풍부하고, 식물성 지방이 풍부하다. 콩의 단백질을 응고시켜 만들었으므로 영양분과 수분이 많아 영양학적으로는 우수하지만 오래 저장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 쉬 상하는 두부는 말려 두었다가 필요할 때 불려서 국이나 찜으로 요리하여도 되며, 수분을 제거하고자 두부를 얇게 저며서 튀긴 것은 유부라 하고, 냉동고 넣어 얼렸다가 말린 얼린 두부는 수분이 빠져서 속이 스펀지처럼 되어 쫄깃해진다.  

'아언각비(雅言覺非)'에 두부의 이름은 본래 백아순(白雅馴)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방언이라 생각하여 따로 '포'라 하였으며, 두부를 만드는 승원(僧園)을 조포사(造泡寺)라고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두부는 기원전 150년 전 한나라의 유안이 처음 만들었는데 중국 안휘성 회남시에 있는 유안의 무덤 인근에 두부 발상지라고 적힌 비석이 있고, 중국은 유안의 생일인 9월 말경에는 두부의 종주국임을 알리는 두부제를 성대히 연다고 한다. 중국은 두부의 종주국이라고는 하나 조선시대에는 우리나라의 두부 만드는 솜씨가 뛰어나 오히려 중국과 일본에 그 기술을 전해주었다 한다.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전해진 두부 제조술은 일본의 가공기술과 결합하여 우리나라에서보다 더 빠른 속도로 발전하였다.

두부는 모양이 반듯하고, 맛과 향이 좋고, 광택이 나며, 먹기에 간편한 오미를 갖춘 식품으로 조리법이 50여 가지에 달한다. 흔히, 밥상에 올리는 두부구이, 조림, 찌개나 두부김치 외에 공들인 음식으로 납작하게 썰어 지진 두부 두 장 사이에 양념한 고기를 채워서 채소와 함께 돌려 담아 끓인 두부전골, 으깬 두부와 닭고기, 갖은 양념을 섞어 반대기를 만든 후 고명을 얹어서 쪄낸 두부선, 얇게 썬 두부를 꼬챙이에 꿰어서 지져낸 다음 닭고기와 섞어 국으로 끓인 연포탕 등이 있다.

중국요리 중의 하나인 마파두부는 우리의 입맛에도 잘 맞는 요리 중의 하나로 고추기름과 두반장 소스로 볶아 중국식으로 만들어도 좋지만 두반장 소스 대신 고추장을 넣어서 매콤하게 만들어도 좋다.

요즘 같은 여름이면 한번 쯤 두부 만들기를 시도해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날도 덥고, 귀찮은데 왜 그리 수고스런 일을 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한 번의 시도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쏠쏠하기 때문이라고 답하고 싶다.

일단 콩을 불렸다가 곱게 갈아서 두유를 만들면 두유만 먹어도 맛있지만 여름 별미인 콩국수를 먹는 즐거움이 있고, 남은 비지로는 별미로 비지찌개를 한번 끓여 먹고, 두유를 끓여서 응고제를 넣어 두부를 만들면 굳이 굳히지 않아도 순두부를 먹는 즐거움이 있다.

식초를 응고제 대신 쓰면 더 안전하고, 맛있는 두부를 만들 수 있으므로 응고제가 없어도 고민하지 않아도 좋다. 손쉬운 두부요리가 너무 평범하다면 한 번쯤은 튀긴 두부인 유부를 활용해 보는 건 어떨지.

/신정혜(재단법인 남해마늘연구소 기획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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