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판 총기사건 피해자 모임 첫 오프라인 모임 가져

7일 사이판 총격사건 피해자인 박재형ㆍ박명숙 부부를 다시 만났습니다. 다음 카페 ‘사이판 총격사건 피해자 모임’ 회원들이 지난 7일 댓거리에서 첫 모임을 가졌는데요. 만남 후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그들이 부럽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습니다.

황당한 사고로 몸을 잃고 제대로 보상도 받지 못해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 그들에게 무슨 위로 정도의 아양이냐고요? 글쎄요. 그 모임에서 제가 되레 위로를 받고 왔다는 말이 맞을 듯 합니다.

사이판 총기난사 사건 해결을 위한 동맹블로거들과 첫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한 피해자 박재형 씨와 박명숙 씨 부부.
박재형씨 부부와 친구이자 사이판에서 같이 피해를 입은 울산의 김만수 씨 부부, 박규화 씨, 실비단안개, 파비,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기자와의 조촐한 만남이었습니다.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힘이 되어주려 두 손 두 발 걷고 나서는 ‘또 다른 가족’ 이들이 있어 부러웠습니다.

마치 내 동생이 사고를 당한 것처럼 억울해하며 실비단안개 님은 도의회, 진해시회의는 물론 김두관 도지사에게 도움을 얻을 수 있을까 하여 6일 도청홈피 ‘도지사에게 바란다’에 글을 남겼습니다. 전라도 곡성에서 왔다는 박규화 씨는 자신의 생일날임에도 가족들과의 시간을 뒤로 한 채 단걸음에 댓거리로 와 반가움을 전합니다.

전날 과음으로 ‘팬더 눈’을 하고 온 파비 님은 일찍 도착해 이 부부를 맞이합니다. 김주완 기자 역시 일등으로 도착해 첫 만남의 설레임을 비칩니다. 같은 피해자인 김만수 씨 부부(아내가 카페운영자 ‘사랑’님 입니다)가 박재형씨를 업고 옵니다. 하반신 마비가 된 그의 다리가 되어 줄 좋은 친구이지요. 여러분은 주위에 이런 사람들이 있나요? 저는 없습니다. 그래서 부럽습니다.

첫 만남이지만 늘 만나왔던 사람들처럼, 마치 8월 달 계모임처럼 어색함은 별로 없었습니다. 진통제를 미리 맞고 왔다는 박재형씨도, 공황장애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박명숙씨도 참으로 밝습니다. 이분들의 천성과 의지가 부럽습니다.

맨 왼쪽이 전남 곡성에서 온 박규화 님, 그리고 오른쪽에 서서 사진을 찍고 있는 이가 실비단안개 님.
파비님 말씀처럼 ‘내가 저 상황이라면 나는?’ 이라고 생각을 많이 해봅니다. 파비님은 집에서 나오지도 못할 것 같다고 합니다. 저 또한 이렇게 빨리 여유를 찾지 못할 듯 합니다. 박재형 씨는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앞으로는 제가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거듭 강조합니다. 갑자기 닥친 불행, 너무나 고통스러운 휴유증, 조국에 대한 배신감. 이런 상황에서 감사한 마음을 잃지 않고 박재형 박명숙 부부처럼 지낼 수 있을까요? 제 성격으론 자신 없습니다. 그래서 부럽습니다.

대화 도중 박재형·박명숙 씨는 자주 눈을 마주칩니다. 박재형씨는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 같고 박명숙 씨는 눈이 마주치면 ‘쌩긋’ 미소 짓습니다. 제 본 것만 한 두번이 아닙니다.  박명숙씨가 전하길 부부의 교감은 사고 이후 더 돈독해졌다고 합니다. 하루에 몇 번씩 대소변을 직접 빼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박명숙 씨를 아내를 둔 박재형 씨가 부럽습니다. 여러분은 이런 상황이 아니라도 남편과 아내와 눈을 마주치며 미소 짓나요? 저는 못 그러고 삽니다. 이들의 부부애가 참으로 부럽습니다.

이제 자주 모임을 갖자며 아쉬운 마음에 인사를 몇 번이나 하고 헤어졌습니다. 여러분도 다음 모임에 참석해 보는 건 어떠세요? 집으로 가는 길 저와 같은 마음 느끼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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