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24일 두 번이나 밀양연극촌을 방문했다. 분위기와 연극내용 다 좋았지만 걸리는 게 있다. <연극교육과 젊은 연극인 육성지원방안> 세미나가 목에 가시가 걸린 듯하다.

세미나는 영국·독일·라트비아인 연출가 혹은 교수가 발제를 했고 독일어·영어 통역사 2명이 있었다. 외국인 3명은 영어 통역사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 그 중 라트비아 교수는 전달을 제대로 못 받은 탓인지 발제에서 주제를 벗어난 이야기를 계속 했다. 진행을 맡은 이윤택 예술감독은 세 차례나 지적을 했고 결국은 부랴부랴 발제를 마무리했다.

문제는 이후 최정일 교수의 발제 때였다. 라트비아인 옆에 있던 영어 통역사는 갑자기 말없이 자리를 옮기더니 영국 예술감독 옆으로 가서 그 사람이 들릴 정도로만 통역을 한다. 발제 교수와의 거리로 말이 잘 안 들려 가까운 곳으로 옮긴 점, 떨어져 있는 한 명보다 두 명이 있는 곳으로 옮긴 점 등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영국 예술감독도 자기에게만 속닥거리는 게 맘에 걸렸던지 통역사 자리를 독일 연출가와의 가운데 자리로 다시 제안했고, 그 독일 연출가는 라트비아 교수가 신경쓰였는지 옆으로 오라지만 라트비아 교수는 "OK~!" 됐단다. 안 들려도 옮기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그리고 끝까지 동떨어져 토론하는 동안에도 가만히 부채질만 하고 있다. 민망했을 수도 있고 자책일 수도 있고 무슨 말을 하는지 들렸다 말았다 하니 당연하지 싶다.

그런데 보는 내가 찜찜한 이 기분은 뭐지? 얼핏 통역사의 실수로 보이지만 주최 측의 잘못으로 해석돼야 한다. 독일 통역사도 있었지만 영어 통역사 혼자 고군분투했고 혼자서 세 명을 감당하지 못해 전문가를 초청해 놓고 의견 한 번 제대로 못 들은 꼴이 됐다. 비록 주제에서 벗어난 내용을 준비해 왔다 하더라도 그 분야의 전문가이기 때문에 토론에는 충분히 참여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밀양시 지원으로 마련된 세미나에서 주최 측의 정보전달 미흡과 통역사 부족으로 자리만 지킨 발제자에게 예산을 날린 것이다. 밀양 여름공연 예술축제에서 옥에 티로 남을 장면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