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상한 일을 경험했다. 친구와 약속시간을 정하고 통화를 하는데 13분 뒤 도착예정인 버스를 타고 회사앞에 온다고 했다. 그런데 15분 뒤 친구는 내 눈앞에 나타났다. 택시타고 왔냐고 물었더니 "생각지도 않게 버스가 빨리와서"란다. 뭔말이냐고 했더니 전화를 바로 끊고 1분도 안돼 BIS에 뜨지도 않은 버스가 운좋게(?) 정차해 그 버스를 타고 왔다는 것이다.
갑자기 BIS라는 기계가 정확하긴 한건지, 문제는 없는지 모든것이 궁금해졌다. 다음날 바로 마산역(마산역 방향)에 수첩을 들고 자리잡고 앉아 체크하기 시작했다.
(19일 오후 3시 54분) 113번-7분/ 109번-10분/ 703번-14분/ 20번 15분 후 도착 메시지가 뜬다. (4시) 1분 뒤에 도착해야 할 113번이 지나간다. (4시 5분) 1분 늦은 109번이 지나간다. 1~2분 차이로 도착시간이 꽤 정확하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엉터리 정보를 제법 흘린다. 친구 말과 함께 세가지 문제가 발견됐다. ①14분 후 도착한다는 703번이 잠시후 도착이라는 곳에 표시되더니 15분 후 차는 오간데 없고 기계에 [703번 11분 도계주유소 앞]이라고 뜬다. ②15분 후 도착한다는 20번은 지나가지 않고 예고도 없던 23번이 지나가니 사라진다. 혼선된건가? ③ BIS에 안 뜨는 차량들이 너무 많이 정차한다. 24번, 115번, 122번, 110번이 온다간다 말도 없이 왔다 사람들을 태우고 간다.
재확인! (4시 11분) 108-3분/ 103-8분/ 100번-9분/ 109번-9분/ 703번-10분 후 도착한다고 뜬다. 도착시간은 1~2분 늦거나 빠른 정도다. 근데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703번은 도착시간이 지나자 다시 [9분 태광주유소]라고 뜬다. 대체 뭥미? 차 구경은 못하는데 정보만 흘리고 있다. 또 그 사이 정보 없는 유령같은 버스들 102, 122, 111번들이 왔다 갔다.
(4시 27분) 703번 3분 한국전력 (4시 30분) 드디어 세번 만에 기다리던 703번 도착! 버스기사에게 사실확인을 하기 위해 낼름 탔다.
“아저씨, 온다는 정보는 세 번이나 뜨던데 두 번은 안오고 30분 만에 703번 겨우 탔어요, 정보가 안뜨는 버스들은 뭐죠?”했더니 “왜 그렇지? 오류 났나보네, 그런 경우 많다” 그러고 만다. 좀 더 설명해 달라고 했더니 부착된 버스정보시스템이라고 적힌 차량 단말기를 가리키며 새벽 출발 때 전원을 켜고, 운행하는 버스 번호가 바뀔 땐 버스번호와 노선을 선택․저장해야 한단다. 또 노선을 한바퀴 돌면 다시 ‘입력’이라고 적힌 단추를 일일이 눌러줘야 하는 수동시스템이다. 다른 지역은 다 자동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그래서 버스기사들이 깜빡하고 안 누르고 달리는 차도 종종 생긴다고 한다.
정보 없이 정차했던 버스들이 이제야 이해가 간다. 하지만 ‘입력’ 누르는 것을 까먹기는 힘들다. 차량단말기가 네비게이션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노선을 보고 앞․뒤로 달리는 버스정보를 수시로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창원시 대중교통과 시내버스담당에게 확인한 결과 703번 버스기사의 말과 같다. 마창지역은 12개 업체 버스를 골고루 공동배차 하기 때문에 100번, 200번 전담버스를 운행할 수 없다. 그래서 두 달에 한두번 정도씩 버스 번호가 바뀔 때마다 정보를 재입력해야하고 수동으로 입력을 누를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정보 오류에 대해서는 도로, 통신 상황에 따라 때때로 생길 수 있으며 고장은 24시간 내에 수리하고 있다고 한다.
뭐, 설명이다 다 이해가 가지만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은 공동배차이건, BIS 정보오류이건, 기사 아저씨의 깜빡증이건 불편한 것은 사실. 703번과 같이 정보와 맞지 않는 차들은 시민들에 큰 피해를 준다. 친구가 표현한 '운좋게 빨리오는 버스' 또한 공동배차라는 이유로 정보 없는 달리는 유령버스인 셈이다.
창원시는 구마산지역에 31곳에 추가설치 중이고 올해 안으로 구진해지역 20곳에 BIS 설치하게 된다. 설치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