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냥갑 집 싫어 만든 공간 후손도 즐길 찻집으로 싹~

<경남도민일보> 문화체육부가 이번 주부터 격주로 '경남 맛 주·인·공(酒·人·空)'을 찾아갑니다. 술이 있어 더 멋있는 곳, 주인장의 소박한 철학이 깃든 곳, 공간이 맛의 멋을 더하는 곳을 취재해 '맛의 매력'에 우려내려 합니다. 컷은 올해 전국연극제 은상 작품인 경남의 연극 <주인공>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삶이 있고 이야기가 있는 맛 공간, 지금 공개합니다. 

   
  '햇빛 속으로' 바깥 전경

식물 50종 숨쉬는 정원·재활용자재 벽 장식 '눈길'

'찻집'이 말을 거는 듯했다. 50여 종의 식물이 찻집을 포근히 감싸며 미소 짓고 있었다. 대추나뭇가지로 만든 문고리를 잡아당기자 활짝 핀 '나리꽃'이 먼저 웃으며 맞았다. 읽다 만 책 한 권과 돋보기 안경이 눈에 걸렸다.

옆으로 연어알을 닮은 '천사의 눈물'이 창가 정원에 기대어 있었다. 벽면 곳곳엔 오래된 축음기, 전화기 등 몇백 년을 거슬러 오른 소품들로 가득했다.

바닥은 자연석을 이어 맞췄다. 차가운 느낌이 나는 벽면 스탠은 실내장식 하고 남은 나무자재로 낙엽모양을 만들어 이어붙였다.

어느 하나 인위적인 것이 없는 공간이자 주인장의 정성이 닿지 않은 곳이 없는 공간. 창원시 진해구 이동에 있는 '햇빛 속으로'는 주인장 최영칠(62) 씨가 '구들장을 데우듯' 오랫동안 준비한 공간이다. 그만의 집을 만들고 싶어 곁눈질로 건축을 몸에 익혔고 공부했다.

"성냥갑 같은 집이 싫었어요. 이 찻집은 20년 전 제가 직접 지은 집이에요. 2년 전 리모델링 하면서 '이야기가 있는 나만의 공간', '몇 세대가 이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자 생각했죠. 오래전부터 자연과 벗 삼은 고풍스런 찻집을 자주 들러 그곳의 실내장식을 눈에 담고 머리에 모았어요. 몇십 년간 모은 소품, 재활용 자연재료로 꾸미고, 바로 옆 경화 시장에 장이 서면 천 원하는 식물을 사와 정원을 만들었죠. 돈은 거의 안 들었는데 시간은 오래 걸렸죠."

   
 몇십 년간 모은 소품으로 꾸민 부엌
 
누리꾼 사이 소문…작은 음악회 등 소통장소 기대

애초 찻집을 생각했던 건 아니다. 어디에도 볼 수 없는 아기자기한 최씨만의 집이 서서히 만들어지자 주변에서 "'찻집'을 하면 좋겠다", "간단한 식당을 해도 좋겠다"조언이 잇따랐다.

전통차를 잘 만드는 문정순(54) 씨와 30년 제과점 경력 최 씨의 솜씨가 만나니 자연스레 '찻집'이 꾸려졌다.

"둘 다 나이도 든데다, 2층엔 몸이 불편한 아흔이 넘은 부모님 두 분이 계셔 수시로 돌봐드려야 해요. 오후 2시부터 6시까진 손녀를 봐야 하죠. 우리 부부가 쉬엄쉬엄 하기엔 그나마 이 찻집이 젤 낫겠다 생각했죠."

돌복숭아차, 오디차 등 문 씨가 직접 담가 만든 전통차와, 최 씨의 연륜이 묻어나는 투박한 쿠키와 케이크, 부부의 손길이 고스란히 배인 거친 그릇에 오른다. 여름엔 최씨가 30년 기법으로 레시피한 팥빙수가 등장한다.

입구를 들어서 또 다른 문을 열면 2인실, 다인실 등 저만의 색깔을 지닌 '작은 공간'이 드러난다. 손님들이 이 공간을 두고 이야기 나누면 하루가 모자란단 말을 많이 한다고 했다. 한번 오면 또 오고 싶은 공간이 되다 보니 인터넷카페 등에선 이미 소문이 자자하고 생긴지 6개월이 채 되지 않았지만 단골도 꽤 늘었다.

어떤 공간이 됐으면 할까. 음악을 좋아한다는 문 씨가 바람을 전했다.

"다인실의 평상은 무대가 되고 그 맞은편 공간은 객석이 됩니다. 무대가 없어 고민하는 연주단체들의 '작은 음악회' 공간 등 자발적이면서 정이 넘치는 소통공간이 됐으면 더 좋겠어요."

'햇빛 속으로'는 진해구 이동 아이존빌 아파트 정문 큰길을 따라 500m 지나 커브길에 있다. 커피, 전통차 등 3500원에서 5000원 선이며 팥빙수는 1인 5000원, 2인 9000원이다. 전화번호는 055-547-5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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