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숲 이미지 = 어우러짐 먹을거리 문화와 관계 깊어

더운 여름 삼계탕이나 영양탕으로 허해진 몸과 마음을 보충하려는 분이 많다. 여름철 사람들과 식당을 찾아가다 보면 식당 이름에 ○○나무집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왜 이렇게 식당 이름에 나무 이름이 많이 들어갈까? 나무의 이미지가 가게의 이미지가 되고 영업에 큰 영향을 주는데 식당 주인들은 어떤 뜻으로 나무 이름을 가게 이름으로 붙이게 되었을까? 오래된 호기심을 풀기 위해 무작정 인터넷 전화번호부를 검색해 본다. 세상 참 좋다. 컴퓨터에 앉아 가게 이름만 검색하니 전국의 등록된 가게와 회사가 모두 다 나온다. 한국통신 전화번호부 사이트(www.114.co.kr)를 검색하면서 정리해 보았다.

전화번호를 검색했을 때 가장 많은 가게 이름은 장미꽃이다. 장미는 시화, 교화, 간판에서 모두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꽃인 듯하다. 가게와 회사 이름에 두루두루 쓰이는 것이 장미꽃이다.

국화는 렌터카와 식당, 부동산, 미용실 이름이 많다. 동백은 의외로 여관이 많고 미용실과 유치원도 많다. 목화는 따스한 이미지와 달리 유흥가와 술집이 많다. 예식장과 결혼정보회사도 목화의 이미지를 회사 이름으로 쓰고 있고 부동산, 미용실, 식당도 많다. 섬유인 목화를 소재로 한 세탁소와 옷가게도 많다.

복숭아, 진달래, 동백, 봉숭아처럼 붉은 색깔의 꽃이 피면 유흥가의 단란주점, 술집 이름에 많이 들어간다. 물 표면에 잎이 떠 있는 수련은 제법 많은 가게가 있지만 수련원과 중복 검색이 되어서 통계에 넣지 못해 아쉽다.

   
 
 
꽃 이름을 강조한 가게 이름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보니 우리네 삶 속에 꽃이 어떤 의미로 함께 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겠다.

가게 이름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은 소나무다. 소나무 하나로는 400개 밖에 안 되지만 솔밭 401개, 해송 391개, 곰솔 24개이다. 고스톱 1광에 소나무와 두루미가 그려진 맥락과 같은 의미로 분석된다.

나라꽃 무궁화는 대리운전, 퀵서비스, 부동산에 많다. 나라꽃의 이미지를 회사 이름으로 넣었다고 이해해 보지만 그리 반갑지는 않다. 천년의 나무 느티나무는 식당 이름이 제일 많다. 사람을 품고 아우르는 느티나무의 이미지는 펜션과 한의원 이름에도 제법 많다.

대나무집도 참나무집도 대부분 식당이다. 대추나무집, 등나무집, 버드나무집, 밤나무집, 향나무집, 배나무집 모두 식당이 대부분이다. 거의 모든 ○○나무 집은 음식점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포도나무는 개신교 관련 업종이 많고 마로니에는 서양칠엽수인데 카페와 양식집과 호프집이 많다. 엄나무집은 삼계탕 집이 제일 많다. 앵두나무는 다방 술집 주점 노래방이 많은 것이 재미있다. 그외에도 탱자나무 4, 플라타너스 4, 옻나무 3, 회화나무 3, 자두나무 2개가 있다.

어른들에게 익숙한 포구나무집은 전국에서 부산·경남·전남 지역만 검색이 된다. 전북·경북 이북 지역은 포구나무집이 없고 팽나무로 검색해야 찾을 수 있다.

여름철 몸보신을 좋아하는 분들은 보신탕집에 특히 ○○나무집이 많다고 이야기한다. 궁금점을 풀기 위해 네이버 지도 검색(map.naver.com)을 해 본다. 네이버 지도에서 검색되는 전국 보신탕집 3697개 중에서 152개 보신탕 집이 ○○나무집으로 나무 이름을 가게 간판으로 하고 있다. 전체의 4.1%라는 작은 비율이지만 우리는 ○○나무집이라면 식사를 하거나 영양탕을 먹는 집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짐작된다.

영양탕, 보신탕, 사철탕, 개장, 개장국이라 불리는 개고기집은 소나무집(솔밭), 은행나무집, 대추나무집, 버드나무집, 등나무집이 많다. 참나무, 포도나무, 앵두, 오동나무, 계수나무 집은 전국에 2곳이 있고, 석류, 정자나무, 호두나무, 뽕나무, 잣나무 집도 1곳씩 있다. 경상도에는 엄나무집을 사투리 그대로 엉계나무집이 2곳 있고 응개나무집도 1곳 있다. 아마 영양탕과 삼계탕을 같이하는 집이 것이다. 왜 이렇게 음식점 이름에 나무 이름이 많을까? 아마 음식점 가게에 있는 아름드리 나무나 특징 있는 나무 이름을 그대로 가게 이름으로 연결했을 것이다.

소나무, 느티나무, 은행나무가 주는 정자나무와 동네 마을 숲 이미지는 여럿이 함께 어우러져 맛난 음식을 놓고 행복한 이야기를 나누는 먹을거리 문화와 가장 관계가 깊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 몸보신을 생각하는 나이가 되었을 때 어릴 적 동네 사람들과 옹기종기 모여 앉아 평소 구경하기 힘든 고깃국을 나누어 먹으며 시끌벅적 놀았던 그 시절을 떠올리며 무의식적으로 고향의 품, 엄마의 품을 그리는 사람의 마음이 아닐까?

/정대수 진동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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