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사랑이 맺어준 '60억 분의 1' 인연

열돌을 맞은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에 아주 특별한 행사가 있었다. 연희단거리패 배우 변진호 씨와 홍선주 씨의 결혼식이 이윤택 예술감독의 연출로 마치 연극과 같이 진행되었다. 성벽극장에서 열린 한국식 전통혼례에는 연희단거리패 식구들이 총출동, 일반관객과 한바탕 어울림마당 같은 자리가 연출됐다.

   
 
 
23일 결혼식 1시간 전 분장실에서 밀양연극촌 세 번째 커플인 변진호(30) 씨와 홍선주(31) 씨를 만났다. 연극인이라 그런지 선남선녀 커플이다. 신랑 변진호 씨는 창작뮤지컬 <이순신>의 세 번째 이순신으로 발탁 돼 결혼식 후 첫 무대에 오른다. 홍선주 씨는 연극 <오구>에서 강부자 씨 며느리로 열연, 두 사람 모두 밀양연극촌의 기대주다.

10년 전 대학동기로 만나 친구로 남매로 지내다 결혼

이들은 대학 동기로 만났다. 춤을 사랑했던 그는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연기를 사랑했던 그녀는 꿈을 이루고자 동서대학교 뮤지컬과에 입학한다. 서로의 연기에 대해 냉정하게 지적한다는 그들은 1년 내내 공연일정으로 빡빡한 힘든 기간을 친구같이 동료같이 남매같이 그렇게 10년동안 의지를 했던 모양이다. 1년 6개월의 연애기간, 그리고 5월 16일. 그녀의 생일에 그는 직접 만든 영상으로 프로포즈를 한다. "저를 뺀 단원 모두 참여하고 알고 있었더라고요. 영상을 같이 본 가마골 소극장 관객들 모두 울 정도로 감동이었어요" 그녀는 잊을 수 없는 생일이라고 말한다.

얼만큼 닭살커플인지 대학후배들에게 물었다. 그의 핸드폰엔 그녀가 '홍도르'로 입력돼있다. 표도르처럼 힘이 세서 그러냐는 후배 물음에 그는 "60억분의 1의 여자"라는 대답이 돌아왔단다. 후배들 말처럼 "너무 부럽다."

결혼식장에서 제일 신나 보이는 사람은 이윤택 예술감독이다. '연극촌 공개연애 지상주의자'라는 이윤택 감독은 동서대학교 첫 제자인 이들의 결혼식 주례를 자처했다. 결혼식 전에 열린 세미나가 길어지자 독일·영국·라트비아 초청인사에게 양해를 구하며 "결혼식 리허설 때문에 가봐야겠다"며 자리를 일어서는 그다.

"연극하는 사람들은 평범한 일상 생활이 힘들어요. 이렇게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끼리 결혼하는게 바람직해요. 특히 첫 제자인 자식같은 아이들이 결혼하니 기쁠 수 밖에요." 그러면서 이들 칭찬에 입이 마른다. '경상도 땡 고함' 이라는 별명까지 지어줬다는 변진호 씨는 남자특유의 우직함, 진솔함, 에너지로 세 번째 '이순신'에 대한 기대를 밝혔고 홍선주 씨 또한 실력 있는 연기자로 차기 운영자로 생각할 만큼 신뢰를 보였다.

"연극인 가족으로 진솔하게 관객에 한발 더 다가설 것"
 

   
 지난 23일 밀양연극촌서 치러진 변진호·홍선주 씨의 전통혼례 모습.
 

밀양축제기간이라 신혼여행이 걱정됐다. "밀양예술축제가 끝나면 곧바로 연극 <오구> 서울공연이 7월 30일부터 9월 5일까지 있어요. 9월 5일 이후 이윤택 감독님이 브로드웨이로 보내준다고 하셨어요"라며 개의치 않는다. 시간을 많이 뺏을 수 없어 마지막으로 10년 후의 모습을 물었다. 변진호 씨가 잠시 생각하더니 "신부는 가마골 소극장 대표, 전 밀양연극촌장이지 않을까요?" 대답한다. 어떤 위치에 있든 극단에서 책임을 맡고 이끌어 갈 수 있는 사람의 한 축이 되어 있을 것이라 자신한다.

<오구> 연극에서 홍선주 씨의 남편역을 맡은 오달수 씨의 등장으로 코믹하게 시작된 결혼식은 연극인들의 결혼이기에 가능하겠다. 결혼은 곧 연극이다는 생각도 든다. 신랑 변진호 씨의 말을 듣고 나서 말이다. "남들앞에 서는 건 전혀 떨리지 않아요. 관객에 얼만큼 진실되게 다가서느냐가 긴장되죠. 진솔함이 제일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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