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전 선생님들은 며칠 전 책상 위에 올려진 전혀 다른 관점의 두 가지 팸플릿을 보아야 했다. “우리 교육에 희망의 날개를!”이라는 제목의 교육인적자원부의 팸플릿과, “교사.학생 줄 세우기, 교육이 무너지고 있습니다!”라는 문구로 출발하는 전교조의 팸플릿이었다. 교육부의 팸플릿은 국정홍보 목적답게 ‘선진국 수준으로 도약하는 교육여건’이라며 현 교육정책을 옹호하는 내용이었다. 전교조의 팸플릿은 정책에 대한 비판적 입장에서의 충분한 염려가 담긴 내용이었다.
전국의 교원을 흔히들 40만이라고 한다. 그 중에서 전교조 조합원이 거의 10만을 헤아리고 있다. 전 교원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전교조 10만 조합원들이 교육부의 현 교육정책을 미더워하지 못하고 있다. 전교조는 이미 ‘교육 총파업을 불사한 하반기 총력투쟁’을 준비하고 있고, 조합원들로부터 2만원씩 투쟁기금을 모으고 있다. 정부는 정부대로 신자유주의 교육시장화 정책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성과급.자립형 사립고.7차 교육과정.파트타임 교사제 도입까지 밀어붙이고 있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 될지언정 싸움은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하기야 부정 비리와 이윤 추구만을 목적으로 하는 사립재단들의 전횡을 저지할 수 있는 사립학교법 개혁은 저만치 뒤로 미루고, 각종 설문에서 반대 여론이 분명하기만 한 자립형 사립고등학교 인가를 강행하는 것을 보면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단계는 이미 넘어선 것이 아니겠는가’ 하는 다소 성급한 판단도 해본다.
7차 교육과정을 다른 선생님들은 이렇게 말한다. “뭐 걱정할게 있어. 6차도 그랬어. 결국 5차같은 6차가 됐잖아. 형식만 바뀌고 내용은 똑같아지, 7차도 정부서는 잘 시행되고 있다고 서류로 만족하고, 일선에서는 6차 같은 7차 교육과정을 진행하는 거지.”
10년, 20년 교직생활을 하신 선생님들은 7차를 아예 무시하고 있었다. 교육 과정의 변화를 많이 겪었지만 별 의미 없음을 충분히 봤기 때문일게다. 교사들은 누구도 정부의 정책이 제대로 시행될 것이라고 믿지는 않는다. 교육정책은 이미 오래 전부터 설득력이니 믿음이니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해찬 장관의 좌충우돌식.밀어붙이기식 교육 정책이 교육부가 그토록 내세웠던 ‘학생중심’의 학생에게 학력 저하라는 멍에를 씌워 마지막 기대마저도 무너졌다. 그뿐인가, 학생 줄세우기 반대를 목놓아 외치던 정부가 교사 줄 세우기인 성과급을 밀어붙여 교사들에게 앙금까지 남겼다.
어제는 오랜만에 학생들과 산에 올랐다. 여학생 37명을 데리고 교사라고는 나 혼자 달랑. 정말 꼭대기까지 갈 수 있을까 걱정이었다. 여학생 걸음을 생각하여 2시간 소요 예상이었는데, 4시간이나 걸렸다. 그러나 한 명의 낙오도 없이 전부 올랐다, 함께 손잡고 밀어 줄 마음만 있다면 다 함께 산에 오를 수 있다. 2시간 내 등반을 밀어붙였다면 아마도 3분의 1은 낙오했을 것이다. 낙오를 피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함께 하고, 변화와 상황을 인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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