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물막이 넘친 강물 주변 농경지·주택지 침수 이어질까 '불안'

낙동강은 7월16일부터 18일까지 내린 장맛비를 틈타 4대강사업 함안보와 합천보를 집어삼켰습니다. 경남 지역에 내린 비는 어김없이 지류를 따라 낙동강으로 내달렸습니다. 하지만 낙동강 둔치에 쌓여 있는 모래더미에 부딪히고 낙동강 한가운데 서 있는 보에 부딪혔습니다. 수자원공사는 4대강 사업 공사 현장을 보호하기 위하여 보 가물막이 안에 물을 채웠습니다.

경남지역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낙동강 수위가 계속 상승하자 한국수자원공사가 4대강 살리기 사업현장인 창녕군 길곡면 함안보 물막이 내부에 물을 채우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둔치에 쌓여 있는 모래더미 주변에는 가배수로를 내었습니다. 이번 장맛비를 통하여 우리가 확인한 것은 정부가 4대강사업 공사 현장을 보호하기 위하여 낙동강을 오염시켰고 주변의 침수 피해 우려는 방기하였다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정부의 4대강 사업 재해 대응 수준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에는 아랑곳 않는 일개 건설업체의 이기적인 재해 대책과 같았습니다.

16일에 이어 17일에도 쏟아지는 폭우로 합천보는 17일 아침 일찍 낙동강에 잠겼습니다. 함안보도 곧 잠길 것이라는 소식이 파다하였고 수자원공사가 보 공사 현장이 힘이 세진 강물에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가물막이 안에 물을 채우기 시작하였습니다. 원래 계획은 가물막이 위로 강물이 흘러들어오기 전에 물을 다 채우겠다는 계산이었으나 강물이 먼저 가물막이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강물이 가물막이 안으로 쏟아져 들어가는 모양새는 흡사 폭포였습니다. 이런 물이 가물막이 안으로 쏟아지면 가물막이 공사 현장은 한 마디로 난장판이 될 것 같았습니다. 아무리 콘크리트를 강바닥에 발랐지만 이런 물살을 견디지는 못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가물막이를 튼튼하게 만들어 어떠한 폭우와 강물에도 무너지지 않게 한다면 불어난 강물은 주변의 지천, 농경지, 주택지를 침수시키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이런 정부의 4대강 공사 현장의 대책을 어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대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폭우로 물길이 생긴 본포둔치 준설토. /임희자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제공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함안보 하류에는 수중 준설을 한 준설토를 투기하는 장소가 두 군데 있습니다. 물 속에서 나온 준설토는 물이 많이 함유되어 있으며 침출수가 바로 낙동강으로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침사지를 3단계로 만들어 두었습니다. 정부는 이 침사지 덕분에 준설토로 말미암은 수질 오염은 걱정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수자원공사는 투기장의 물빠짐을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투기장 가장자리에 가배수로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가배수로 깊이가 침사지로 연결되는 관로보다 깊었고 가배수로 배출구는 강변으로 향해 있었습니다. 참 너무 어이없는 광경이었습니다. 이것은 명백한 환경영향평가법 위반입니다.

준설토 투기장의 준설토가 폭우에 휩쓸려 내려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물을 빨리 빼내기 위하여 가배수로를 만들었습니다. 가배수로를 타고 낙동강으로 내려간 것은 모래와 흙이 뒤섞인 시뻘건 흙탕물이었습니다.

그런데 낙동강은 우리 경남도민과 부산시민의 상수원입니다. 영남 주민의 상수원이 준설토 투기장 보호를 위하여 희생당하였고 영남 주민들의 생명은 외면당한 것입니다. 4대강 사업 공사 현장의 재해 대책은 일개 사기업의 공사 현장 재해 대책에 불과합니다. 일개 기업의 사장 정도에 불과한 마인드를 가진 대통령에게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내맡기고 있는 우리 국민이 불쌍할 뿐입니다.

그런데 4대강 사업 관련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무시하는 것도 잘하지만 거짓말도 잘합니다. 폭우 이후 4대강 사업 공사 현장의 홍수 피해에 대한 4대강살리기 심명필 본부장의 인터뷰를 보면 둔치에 쌓아놓은 준설토가 없었기 때문에 준설토 유실은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참 황당한 답변입니다.

낙동강 둔치에 준설토 적치가 안 되어 있었다니요? 함안보 하류 수중 준설토 투기장 두 곳, 본포 둔치, 밀양 옛 수산대교……. 낙동강 공사 현장에만 가보면 뻔히 보이는 준설토 적치장이 없다니요? 준설토 적치장을 가보면 곳곳에 강으로 향한 물길이 깊은 계곡의 모양으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엄청난 양의 준설토가 폭우에 휩쓸려 낙동강으로 떠내려간 것입니다.

19일 창원MBC 정영민 기자가 보트를 타고 낙동강 안으로 들어가보았습니다. 함안보 하류 가배수로를 내어 흙탕물을 낙동강으로 무단 방류한 준설토 투기장 주변의 낙동강 수심이 1m도 채 못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18일 현장에서 만난 공사감독관은 이 구간은 준설이 끝난 곳이라고 하였습니다. 이곳의 준설 깊이는 3~4m였고 수심은 5~6m였다고 합니다. 함안보 하류 준설토 투기장 가배수로는 준설토를 낙동강으로 운반하는 관로 역할을 한 것입니다.

현장 상황이 이러함에도 정부는 현장조사도 한 번 안하고 새빨간 거짓말을 늘어놓고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있습니다. 이번 폭우로 함안보·합천보 공사는 당분간 중단한다고 합니다. 중단한 김에 정부는 기간을 더 늘려 4대강 사업에 대한 국민 여론을 듣고 재검토를 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합니다. 국민 반대에 부딪혀 중단하기보다 자연재해를 핑계삼아 중단하는 것이 체면도 살리는 방법 아니겠습니까?

/임희자(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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