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세를 치르는 것인가. KBS 1TV의 인기 드라마 <태조왕건>이 자주 구설수에 올라 안팎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6일 경북 경주지역 박.석.김씨 문중이 지난달 29~30일 방영된 <태조왕건> 내용중 경애왕이 백제 견훤에게 치욕을 당하는 장면이 역사적 사실과 다르다며 시정을 요구하고 나선데 이어, 9일에는 밀성박씨 대종회가 대책회의를 열고 KBS의 분명한 해명과 고증자료 공개를 강력히 요구했다. (본보 10월 10일자 1면)
문중 관계자들은 “역사서엔 견훤이 포석정에서 경애왕을 죽이고 왕비를 겁탈했다고만 기록됐으나 드라마는 신라왕을 마음껏 놀려먹은 것으로 묘사해 후손의 입장에서 보기가 민망했다”며 “술잔을 엎고 핥아 먹게 하는 장면에선 울분마저 느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신라와 백제를 전라도와 경상도간의 대결양상으로 투영, 이른바 ‘지역감정’이 팽배해 있는 이 드라마의 홈페이지에는 하루에도 수십건씩 비난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촌철살인’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한 네티즌은 “백제의 의자왕은 숭배와 동정의 대상으로 미화하고, 경애왕은 만인의 조롱과 웃음거리로 비하해서는 안된다”며 “일본의 역사왜곡보다 더 비열한 짓”이라고 성토했다.
여기에다 같은 날인 9일, SBS 프로덕션이 KBS를 상대로 <태조왕건>에 대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에 냈다고 밝혀 한때 <태조왕건>이 방송중단된다는 성급한 소문이 일기도 했다.
SBS 프로덕션측은 “지난 97년 본사와 전속계약을 맺은 이환경 작가가 당초 100회까지만 쓰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않고 계속 <태조왕건>을 집필하고 있으며 속편격인 <제국의 아침>까지 쓰기로 했다”며 “내년 3월 방송될 본사 제작의 <야인시대> 집필에 차질이 빚어질 것 같아 가처분신청을 냈다”고 밝혔다.
KBS는 이에 대해 “이는 SBS프로덕션과 이환경 작가와의 사적인 계약상의 문제로 KBS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을 뿐 아니라 KBS측이 ‘100회만 쓰게 해달라’고 양해를 요청했다는 것도 사실무근”이라며 “이번 가처분 신청은 <태조왕건>의 방송중단 여부와는 상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태조왕건>은 우리나라 녹차의 효시를 보성인 것처럼 표현한 극중 대사 문제로 하동군의 최성옥씨로부터 정정보도와 손배소를 당하기도 했으며, 최근 이 드라마의 전쟁장면이 <삼국지>의 적벽대전을 표절했다는 비난 등 잦은 구설수에 휘말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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