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잎같은 꽃 여름 야산서 눈길…혈액순환 돕고 종창 치료 탁월

장마가 지루할수록 여름의 추억에 대한 기대는 늘어나지요. 이번 주는 주말에도 종일 비가 내렸는데 연이어 계속되는 비 속에서 담장 위 능소화는 송이째로 뚝뚝 떨어져 내리고 벌 나비도 나뭇가지 아래 곤충들도 모두 빗속에 잠겨 빗방울 소리만 소란합니다. 모두들 뙤약볕 내리쬐는 태양이 그리울 듯한데요. 매미가 자지러지듯 울고 나무그늘 아래 앉아 수박 베어 무는 한여름이 그래도 여름의 제 맛이 아닐까 합니다.

뱀무꽃.
젖은 숲길의 꽃들은 죄다 움츠렸습니다. 바닥에는 떨어진 꽃잎이 흘러 다니고 산딸기 열매는 물에 불어 단맛을 잃었습니다. 빗줄기의 난타에 벌서는 아이처럼 후줄근한 숲길에서 햇살처럼 당당하게 빛을 내는 뱀무꽃을 만납니다. 줄기가 길게 뻗었어도 그 굵기가 실팍하고 꽃잎이 튼튼하고 꽃받침에 잘 밀착되어 다른 꽃잎처럼 쉽게 떨어지지 않은 까닭에 물기를 가득 머금고도 어찌 그리 해맑게 빛나는 지요. 금단추 같은 큼직한 꽃송이가 컴컴한 숲 속을 환하게 합니다.

여름 야산 숲 속 길 가에 주로 피는 장미과의 뱀무는 그 잎이 마치 무잎과 같다하여 뱀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또, 꽃이 귀에 들어가면 귀가 먼다는 속설이 있어 '귀머거리풀'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기도 한데요. 아마 계곡에서 멱감는 아이들이 귀마개용으로 꽃을 따서 귀에 넣으면 꽃가루나 화분의 작용으로 귀가 상하는 성분이 들어 있지 않나 추측해봅니다. 꽃송이가 큼직해서 귀에 넣으면 크기가 알맞을 것 같기도 하거든요.

그러나 뱀무는 매운 맛이 있으나 성질은 따뜻하고 독이 없어 어린 순을 나물로 먹기도 하고 여러 증상에 좋은 약재로 쓰는 요긴한 우리 식물이랍니다. 한방에서는 '수양매(水楊梅)'라 하여 보익제로도 쓰이고, 특히 종창을 치료하는 데 좋은 효과를 보인다 하며, 혈액 순환을 돕고 여성의 자궁 출혈을 막아주기도 한답니다. 뿐만 아니라 진정효과도 뛰어나며 눈이 침침하고 어지러우며 불면증이 올 때도 좋은 효과를 낸다고 합니다.

주로 8~9월에 전초를 채취하여 그늘에 말려 마른 전초 15g에 물 700ml를 넣고 달여 아침저녁으로 마시면 좋은 효과를 본다고 합니다. 때로는 생줄기를 즙으로 내어 마시기도 한다는 데요. 종창이나 염증에는 풀을 짓찧어서 환부에 발라도 좋다고 합니다. 어린 순이 올라올 때나 자랄 때의 모양을 보면 언뜻 짚신나물과 비슷해 착각하기도 하지만 자세히 보면 꽃의 크기와 잎이 짚신나물에 비해 훨씬 큽니다.

햇볕이 많은 양지나 건조한 땅에서 자라며 꽃자루에 털이 없는 것은 뱀무이고, 꽃자루에 털이 있으면서 산지 숲 그늘이나 계곡 주변에서 주로 피는 것은 '큰뱀무'입니다.

   
 
비가 그칠 줄 모르는 날씨지만 하늘을 자주 보세요. 아마 그 무거운 구름을 한꺼번에 몰아내고 매미소리 우렁찰 한여름 쨍쨍 비치는 햇살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마음 설레며 휴가 계획 짜다가 보면 어느덧 눅눅한 습기도 견딜만한 무게로 산뜻해지겠지요. 비오는 숲 뱀무꽃 같은 환한 웃음, 꽃말이 '만족한 사랑'이랍니다. 올 여름 뱀무꽃 같은 환한 행복 누리시길 바랍니다.

/박덕선 경남환경교육문화센터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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