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만난 옥수수.
나물처럼 해먹는 여린 '채소 잎'

"이거 다 무슨 잎입니꺼?"

"뭐긴 뭐라. 이거는 고춧잎, 요거는 고구마잎, 요거는 호박잎."

"밭에서 바로 따 오신 겁니까?"

"딱 보면 모르나. 이 벌레 기어가는 거 봐라. 피다 만 꽃도 안 있나. 오늘 아침에 따 온기다. 새순은 지금 아니면 못 먹는다. 좀 있으면 쌔지거든."

"저건, 고구마 줄기 아닙니꺼?"

"뭐라카노, 저건 머구대 아이가 머구대. 못살기다. 지금 나오는 고구마 줄기는 하우스다. 밭에 나오려면 좀 더 있어야 된다. 지금은 잎이 젤 맛있다."

"어찌 해먹으면 되는데예. 해먹을 줄을 몰라서."

"하이고, 답답해라. 어찌 해먹기는. 끓는 물에 살짝 삶아 꺼내서 마늘, 참기름, 깨소금, 소금 넣고 나물처럼 무쳐먹으면 되지."

"얼만데요?"

"한 다라이 2000원."

"너무 많은데 해먹을 수 있겠나."

"안 사갈 끼가, 실컷 시불어 놓고. 어!"

더우면 맛난다는 박.
흥부네 '박' 벌써 나왔나?


"'박'이 벌써 나왔으예?"

"이건, 하우스끼라. 밭에서 나오려면 20일쯤 지나야지. 그래서 하우스 박은 비싸다. 작은 거는 7000원, 큰 거는 1만 원."

"박은 한여름에 나는 갑네예."

"작년에 8월 초에 한창 나오더구먼. 원래 박은 더울 때 맛이 달달해지고 추우면 맛이 가고, 무는 추우면 맛이 들고 더우면 쓰다아이가."

"근데 하우스라 그런지 너무 비싸네예."

"그래도 없어서 못 판다. 여름에는 탕국에 무를 넣으면 맛이 없어서 맛이 드는 박을 쓰거든. 그래서 제사 있는 사람은 비싸도 박 사 간다아이가. 들어보이 경상도만 그렇다 카데. 안동은 맛이 쓰도 무를 꼭 써야된다하대."

"어찌 해먹으면 맛 있으예."

"새우 넣거나 조개 넣고 볶아 먹어도 되고, 삶아서 나물처럼 무쳐먹어도 되고. 저기 빨간고추있제. 길고 납작한 거 골라서 총총 채 썰어 같이 넣고 볶으면 색이 너무 예쁘다 아이가. 박은 소금 안 넣어도 색이 아주 좋거든. 빨갛고 파랗고 해서 입맛 없는 여름에 최고다."

쌉싸래한 맛을 내는 민들레 잎.
쌉싸래한 '민들레 잎'

"할매 이거 무신 잎입니꺼. 방금 따왔는가베. 토끼풀도 곳곳에 보이고."

"민들레 잎 아이가. 인제 가져와서 개란다(잎을 고른다)아이가."

"민들레도 나물로 먹으예?"

"하모. 이건 좀 잎이 긴 종인데. 3년 전에 진동 우리집 앞에 종자가 날라와서 민들레 밭이 됐다아이가. 집에 민들레 꽃, 수세미 꽃, 오이꽃 천지가 돼서 사람들이 사진도 찍어가고 그런다."

"맛이 어떤데예."

"쌉싸롬하지. 식초랑 설탕 넣고 나물처럼 해먹으면 새콤달콤하고, 요구르트랑 사과랑 해서 갈아 먹어도 좋고, 삼겹살 넣고 싸 먹어도 좋고."

"옥수수가 한창이네. 옥수수수염도 파네예."

"요즘 이거 많이 찾아서 일부러 판다아이가. 신장 안 좋은 사람들 많이 사간다. 이거 넣고 푹 끓이면 옥수수수염찬가 뭣인가 그것처럼 되는데, 부기 빼는데 좋다하대."

"나는, 수염 붙은 거 사갈란다, 차도 해먹게."

"아나,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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