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따라 바다 간 아이 있을까

◇동요와 자연을 삼켜버린 도시 문화 = 둘레에서 동요가 들리지 않는다. 학교 교실과 운동장, 아이들이 어울려 노는 곳에서도 동요는 쉽게 들을 수 없는 귀한 노래가 되었다. 번듯하게 꾸며진 도시에서 동요는 설 곳을 잃어버렸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동요를 많이 부른다고 한다. 어떤 웹사이트에는 멀티미디어로 만든 동요를 여럿 모아 두고 있어서 많은 사람이 쓴다고 한다. 이렇게 동요가 아직 불리고 있는데 어째서 동요가 들리지 않느냐고 도리어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동요를 부르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동요가 동요답지 못한 것이 문제다. 어릴 때 밖에서 동무들과 놀며 부르던 동요는 바로 아이들의 노래였다. 둘레 자연이 그 안에 있고, 아이들 삶이 제대로 들어있는 노래이다. 지금은 이런 동요를 쉽게 들을 수 없다. 도시 문화가 자연을 비롯한 아이들 삶까지 집어 삼켜 버렸기 때문이다.

<오빠생각>에 나오는 뻐꾸기.

"뜸북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 제"로 시작하는 동요 '오빠 생각'(최순애 작사, 박태준 작곡)에는 뜸부기와 뻐꾸기가 나온다. 여름에 찾아오는 흔한 새다. 이 노래를 부르며 자란 아이들은 여름에 논에는 뜸부기가 숲에는 뻐꾸기가 있다는 것을 잘 안다. 요즘 아이들 가운데 뜸부기와 뻐꾸기에 대해 알고 있는 아이는 몇이나 될까? 뜸부기는 환경 오염과 농약 따위로 쉽게 보기 어려운 새가 되었다. 천연기념물 446호이다.

◇자연과 생태를 바르게 드러내지 못한 동요 = 아카시아 꽃이 활짝 핀 동구 밖 과수원 길을 노래하는 '과수원 길'(박화목 작사·작곡)에는 하얀 아카시아 꽃이 나온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아카시아 꽃을 피우는 나무는 없다. 열대에서 자라는 아카시아와 비슷한 아까시나무를 잘못 쓴 것이다. 아카시아 꿀과 아카시아 껌도 많이 쓰는 말이지만 틀렸다.

아까시나무 꽃.
산에서 아까시나무를 만나면 아이나 어른 할 것 없이 아카시아라고 한다. '과수원 길' 노래를 부르며 자란 사람은 누구나 틀리기 쉽다.

창작동요제 대상을 받은 '네잎 클로버'를 보자. 행운을 준다는 이야기가 널리 알려진 네잎 클로버는 토끼풀이다. 노래에는 토끼풀이 '깊고 작은 산골짜기 사이로 맑은 물 흐르는 작은 샘터'에 자란다고 한다. 아이들이 산골짜기 물가에서 네잎 클로버를 찾으며 기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토끼풀은 유럽에서 들여온 식물인데, 지금은 들에 퍼져서 스스로 나고 자란다. 사람이 일부러 심어 놓지 않는 한 산골짜기 샘터에서 토끼풀이 나고 자랄 일이 없다.

네잎 클로버는 토끼풀이다.
아이들은 산에서 지저귀는 새 소리를 어떻게 나타낼까? 많은 아이가 '짹짹짹', '호롱호롱', '쪼로로롱' 따위로 나타낼 것이다. 자연에서는 같은 새라도 환경이나 생활에 따라 다른 소리를 낸다. 짝짓기 할 때와 새끼를 품고 있을 때 소리가 다르며, 위험을 알리는 소리 또한 다르다. 하지만 새 소리를 실제로 많이 들어보지 못한 아이들은 위처럼 나타낸다. 창작동요제에서 상을 받은 '이슬'과 '아기 다람쥐 또미'에서는 "호롱호롱 산새 소리"와 "쪼로로롱 산새가 노래하는"이라고 쓰고 있다. 널리 알려진 노래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삶과 생활을 바르게 드러내지 못한 동요 = 어릴 때 동무들과 함께 고기 잡던 기억을 떠올려보자. 가까운 냇가에서 헤엄도 치고 즐겁게 놀던 생각이 날 것이다. 그런데 '고기잡이'(윤극영 작사·작곡)에서는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갈까나, 고기를 잡으러 강으로 갈까나"라고 한다. 이 노래를 부르면서 강이나 바다로 간 아이들이 몇이나 될까?

창작동요제에서 상을 받은 '여름 냇가'는 "파란 물 속에서 보는 하늘은 요술 도화지. 솜털 구름 울퉁불퉁 기차 바퀴 되어 굴러가네요"라고 노래한다. 물에서 놀 때 하늘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하는 아이가 있기나 할까? 아니면 아이들이 이런 생각을 하기를 바란 것일까?

◇자연과 생태, 아이들 삶을 어우르는 노래 = 노래에는 삶과 정서, 문화가 들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전통음악의 가치를 찾고 이어가는 일에 많은 힘을 쏟는다. 하지만 여태 어른 노래만 소중히 여겨 왔다. 동요는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라 업신여겼기 때문이다.

자연과 생태, 아이들 삶이 어우러진 동요를 귀하게 여기는 세상이 오면 좋겠다. 자연을 살리고 아이를 살리는 것이 모두를 함께 살리는 일이 될 것이다.

/박성현 우포생태교육원 파견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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