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이다. 습도가 높은 우기가 되면 그 어떤 음식이라도 입맛을 돋우기가 쉽지 않다. 모처럼 외식이라도 할라치면 무슨 음식을 먹을지 무척이나 망설여지게 되는데, 단골 손님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역시 고기를 먼저 찾게 되는 게 보편적 입맛인 것 같다. 특히, 훈제요리처럼 담백하게 입맛을 자극하는 음식일수록 말이다.

고기가 우리의 입맛을 당기게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 몸에 지방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뇌의 60%, 안구의 30%가 지방으로 구성되어 있고 몸 속 대사 활동의 많은 부분을 지방이 관여하기 때문일 것이다.

며칠 전 언론을 통하여 훈제 요리의 허상에 대하여 보도된 바가 있다. 서울·경기 지역 훈제오리 전문점 27곳을 직접 조사한 결과 1곳을 제외한 26곳에서 아질산나트륨이 검출되었으며, 훈제 오리를 직접 굽는 게 아니라 가공품 훈제 오리를 구입해 사용했다는 보도였다.

대부분 음식점 시중판매 가공품 사용

훈제 오리의 식품 유형은 햄류로 분류되어 성분 표시는 비닐 포장에 되어 있는데, 식품위생법상 가공품에는 성분 표시를 의무화하도록 하고 있지만 접객업소에서의 성분 표시는 의무사항이 아닌 탓에 직접 훈제해 판매한다는 과장 광고로 우리의 입맛을 유혹하는 것이 현실이다.

훈제 오리가 인기 있는 이유 또한 간단하다.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한 오리를 주문만 하면 금세 나와 먹기가 편하고, 각종 식품 첨가물이 가미되어 입맛에 맞을 뿐 아니라 별다른 조리 과정이 필요 없어 비용이 싸게 먹히기 때문이다.

3년 전 나 또한 오리 바비큐를 만들어 본 적이 있다. 숯불에 생 통 오리를 구워보면 2시간은 족히 걸릴 뿐 아니라 자칫 탈 수도 있어 자리를 비울 수도 없었다. 금세 먹지 않으면 쉬이 굳어 버려 여간 어려운 요리가 아니었다. 문제는 가공 공정에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소르빈산칼륨, 살리신산, 사카린, 글루타민산나트륨, 안정제 등이 들어간다. 통상 육류를 신선해 보이게 하기 위하여 쓰는 발색제의 일종으로 햄 등에 많이 쓰이는 아질산나트륨은 육류에 있는 혈액 성분인 헤모글로빈에 철 이온과 반응하여 빈혈증을 유발하거나 간 기능을 저하시키고, 육류의 아민 성분과 결합하여 니트로사민을 합성하는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다.

식품 가공품에는 100g당 아질산나트륨 0.007g까지 허용되어 있는데, 사람의 경우 0.18~2.5g 범위에서 사망할 수도 있다고 한다. 미국 농무부도 사용량을 줄일 것을 권고하고 있으나 미국 육가공 협회의 로비로 사용되고 있는 걸로 알려져 있으며, 독일의 경우 1970년대 후반부터 사용이 금지돼 있다고 한다.

건강식 아닌 발색제 등 첨가물 덩어리


45일을 사는 일벌과 3년을 사는 여왕벌의 유전자는 동일하지만, 8일의 유충 기간 중 로열젤리만을 먹는 놈은 여왕벌이 되고, 6일을 벌꿀만 먹는 놈은 일벌로 태어난다고 한다. 생태계를 통한 재미있는 섭생의 단면이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철이 되면 인간도 식물에 소금기를 빼앗기게 되어 자주 나른해지는데, "그 나물에 그 밥"을 먹어보자. 장마철이 되기 전 밥집들은 신선한 채소를 대신할 장아찌나 젓갈 등을 미리 준비한다.

삼천포에서 오랜 기간 멸치젓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한 사장의 귀띔으로는 신선한 새우젓갈에도 타르 색소로 코팅을 한다고 한다. 가려서 먹지 않으면 몸이 결딴 날 지경이다. 새순들의 자양분이 될 비의 운치를 즐기며 제대로 된 음식을 맛볼 일이다.

/윤종식(칠산고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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