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아재비·물달팽이·미꾸리…논습지, 다양한 생명체의 터전

   
주남저수지 옆 용산 마을에서 아이들이 모내기를 하였습니다. 5월의 논은 바다와 같이 물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마을 어르신의 가르침대로 못줄에 맞춰 모상자의 모를 4~5포기씩 떼내어 심습니다. 못줄을 넘길 때는 다 함께 "어이!"를 외쳐야 합니다. 심고 나서 이렇게 여린 모가 튼실한 쌀알을 맺을 수나 있을지 걱정을 하였습니다. 작년에도 주남마을에서 1년 동안 모내기에서 추수까지 마을 어른들의 지도를 받으며 농사를 지었습니다.

모내기를 하기 전에는 논에 사는 생물도 찾아보았습니다. 참 많이도 살고 있었습니다. 논우렁이, 게아재비, 수정또아리달팽이, 물달팽이, 미꾸리, 잠자리수채 등을 보면서 아이들은 재미있어 하였습니다. 채집과 관찰이 끝난 후 아이들은 논 생물들을 놓아주면서 무럭무럭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잘 가라 미꾸리야! 논우렁이도 무럭무럭 자라라."

해마다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논에 사는 생물도 관찰하고, 다양한 농사체험을 하는 것은 2008년, 창원에서 열린 제10차 람사르총회에서 논습지 결의안이 통과되었기 때문입니다.

밀이 주식인 외국 사람들은 논이 왜 중요한지 잘 모릅니다. 아시아 많은 나라들의 주식인 쌀이 만들어지는 논에는 많은 생물들이 살아가고 있는 것을 압니다. 논은 '습지시스템으로서 논의 생물다양성을 증진하는 장소'이기 때문에 람사르결의안으로 통과된 것입니다.

6000년 전 논농사가 시작되면서, 논은 쌀 생산을 위해 만든 인공습지로서 광범하게 존재합니다. 지하수 함양, 홍수조절, 기후 완화, 수질 정화는 물론, 물새를 비롯한 다양한 생물의 서식처를 제공하고, 지속적으로 생물다양성의 확보에 커다란 공헌을 하고 있습니다.

창원 주남저수지 옆 용산 마을 논에서 미꾸리를 잡는 아이들.
평소 습지보전운동을 하는 필자도 일찍부터 "논은 습지다"라며, 우리나라 논농사가 식량생산의 터전뿐만 아니라 수자원 확보와 다양한 생명을 키워내는 자연유산이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마침 올해가 UN에서 정한 '생물다양성의 해'입니다. 일본 나고야에서 10월 열리는 제10차 생물다양성협약총회에서는 논습지의 생물다양성에 주목하여 아시아의 논 농업이 생물다양성 증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알릴 것이라고 합니다. 비록 지금은 벼농사가 천대를 받지만 우리 정부도 람사르총회에서 결의된 논습지 결의안을 꼼꼼하게 챙겨보아야 합니다. 정부는 습지로서 논의 가치 제고를 위한 기초자료 수집과 논 습지 인식증진을 위하여 다양한 정책을 준비해야 합니다. 민간단체가 앞서서 주남저수지 근처 농민들과 친환경 농사와 논 모니터링을 하는 것도 람사르 정신을 이행하는 과정입니다.

특히 논습지가 기후 변화 대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도 알아야 합니다. 4대강 사업으로 사라지는 논습지의 면적만큼 기후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평가해 봐야지요. 미래세대를 살아갈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논은 먹을거리뿐만 아니라 논과 공생하는 지역 고유의 문화, 민속, 사회제도를 부양해 왔음을 이 참에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인식(우포늪 따오기복원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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