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독도를 다케시마(竹島, たけしま)라 부르며, 자기네 땅이라고 억지를 부리고, 우리는 자국의 영토 문제로 국민이나 정부가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억지 주장에 강력한 대응은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한국 음식이 일본 음식으로 둔갑해 세계 외식시장에서 활개를 치고 있음에도, 어느 누구도 관심을 두거나 이에 대응하는 정부, 단체, 학자는 하나도 없다. 자국의 영토 침략만 침략이 아니다. 문화 침략도 침략이다.

일본은 한국처럼 주·부식이 분명한 식생활을 가지고 있어 한국 음식이 일본 음식화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보다 더 쉽다. 뉴욕 맨해튼(Manhattan)에 가면 'Gyu-Kaku, Japanese BBQ Dining'(규카쿠, 牛角, 일본식 바비큐)라는 간판을 내건 일식 레스토랑이 있다. 이 레스토랑을 런치 타임에 가면, 100여 좌석이 꽉 차 문 앞에서 대기해야 식사를 할 수 있는 집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일식집 규카쿠(牛角) 레스토랑 음식의 50~80%가 한국 음식을 일본화한 음식들이다. 아니, 엄밀히 말해 이름만 일본어로 바꾼 한국 음식들이다. '가루비(Karubi)', '비빔바(Bibimba)', '기무치(Kimuchi)', '차푸채(Chapu Che·잡채)'부터 '나무루(Namuru·나물)', '구파(Kuppa·국밥)' 등 이런 식이다.

이 레스토랑의 현지 종업원은 물론 현지인들 모두 위에서 열거한 음식이 당연히 일본 음식인 것으로 알고 있다. 남의 것을 자기 것으로 둔갑시켜 파는 일본인들이 우리와 이웃해 살고 있다.

일본화된 우리음식 세계시장서 활개

일본 대표 음식이라 하여 니혼소바라 불리는 소바키리, 소바(そば)의 뿌리 역시 조선이다. 일본의 <본산적주(本山荻舟)>에 의하면 "일설(一說)로 에도시대(江戶時代, 1603~1867년) 초엽에 조선의 승(僧) 원진(元珍)이 남도(南都) 동대사(東大寺)에 건너 와서 연결제(連結劑)로서 밀가루를 메밀가루와 섞는 '니하치'(2:8)를 가르치므로 비로소 일본에 메밀국수가 보급되었다"고 기록되었다.

일본 소바는 메밀가루 100%의 '주와리소바'부터 밀가루 1에 메밀 10의 비율로 섞는 '소토이치', 1:9로 섞는 '잇큐', 5:5로 섞는 '도와리'까지 다양한 비율을 나름대로 노하우로 내건다. 원진 스님이 처음 일본에 전한 비율은 2:8이었다고 전해지는데, 지금도 일본의 소바집들 중에는 이 '니하치'(2:8)를 황금비율로 생각하는 곳이 많다.

다쿠앙은 임진왜란 직후 조선에서 당시 에도시대 초기의 일본으로 건너가 교토땅의 다이토쿠지(大德寺·교토시 기타쿠 무라사키노) 주지가 된 고승인 택암(다쿠앙·1573∼1645년) 스님이 만든 지물(漬物, 채소를 절임한 일본 저장 음식)이다.

엄연한 문화 침략 '끝나지 않은 전쟁'

위의 음식들은 불교 포교 차원에서 전해진 음식이지만, 두부는 아픈 역사를 가지고 일본으로 전해진 음식이다. 일본 시코쿠(四國) 고치시(高知市) 현립도서관에 소장된 <카이잔슈(皆山集)> 전 10권 중 9권의 기록을 보면 "두부에 관해서 어떤 책에 전해져 오기를 옛날, 이 나라에는 두부가 없었다. 1592~1595년에 초소카베 모토치카(長宗我部元親)가 조선의 포로들을 끌고 이곳으로 돌아왔을 때, 그중에 박호인(朴好仁)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 자손도 역시 이 나라에 살았는데, 이곳의 영주 야마노치 카즈토요(山內一豊) 공이 고치성을 쌓을 때, 박 씨를 지금의 토진마치(唐人町)에 두고 부렸다. 토사군 카가미가와(鏡川)의 북쪽 땅에서 두부를 제조하기 시작했다"고 되어 있다.

이렇듯, 일본 대부분 음식이 그 뿌리를 한반도에 두고 있고, 지금도 일본의 식품학자, 요리연구가, 외식업자들은 한국을 드나들며, 한국 음식들을 정탐하고 다닌다. 우리가 우리 음식이나 문화를 폄하하며 소홀히 하는 동안 일본은 우리 음식을 일본화하여 세계시장으로 내놓고 있다. 독도가 우리 땅이듯, '가루비'는 분명히 우리의 '갈비'이며, '기무치'는 '김치'다. 우리 음식을 조금씩 일본 음식화하는데, 우리는 남의 집 불구경하듯 한다. 지금 일본과 음식문화 전쟁을 치르고 있는데도 말이다.

/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미국 캘리포니아주 ASU 부총장)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