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 흙탕물, 먹는물 공급 언제까지?

지금은 우기(雨期)도 아닙니다. 그런데 낙동강에는 우기에나 발생하는 시뻘건 흙탕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낙동강 모든 구간에서 보와 준설 공사를 하면서 낙동강 금빛 모래 위에 유유히 흐르던 맑은 물은 사라지고 툭툭하고 시뻘건 흙탕물만 흐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6·2 지방선거에서 4대강 사업 중단을 공약으로 내건 김두관 도지사 당선자와는 달리 통합 창원시장 박완수 당선자는 4대강 사업 찬성이 소신이라고 밝혔습니다.

보·준설 공사로 낙동강, 황토빛

◇우리 통합 창원시민은 지금 안전한 식수를 공급받고 있는 걸까요? = 낙동강은 우리 경남도민들의 상수원입니다. 통합 창원시에는 공사장의 흙탕물을 취수해서 먹는물이 공급되고 있습니다. 대산정수장과 칠서정수장에서 정수 과정을 거치는 것이지만 벌써 수개월째 흙탕물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흙탕물을 정수하는 과정에 정수 시설들이 도무지 견디지 못할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낙동강 공사 현장을 살펴보면 곳곳에서 시커먼 오염 퇴적층이 발견됩니다. 지난 주말에 찾은 합천보 강변 둔치 준설 공사 현장에서 두껍게 형성된 시커먼 오염퇴적층이 1km 이격거리에서도 쉽게 눈에 띄었습니다. 아무런 대책 없이 그대로 준설되어 주변 흙들과 뒤섞여 처리되고 있었습니다.

황강이 낙동강과 합류하는 지점(위 왼쪽). 오른쪽 황강에 비해 왼쪽 낙동강이 확연하게 뿌옇다.

지난 상반기에 달성보와 함안보의 시커먼 오니토가 발견되었습니다. 그 시커먼 오니토에는 발암 가능 물질이 기준치 20배를 초과했고, 7가지의 중금속까지 발견되었습니다. 특히 지난 4월 달성보 상류에서 발견된 오니토는 카드뮴·니켈·비소까지 미국 해양대기관리청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되었습니다. 각기 다른 공사현장에서 잇따라 확인되는 낙동강의 준설토 오염은 단순히 몇 개 구간에 한정된 문제가 아님을 반증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공사 중 흙탕물 방지를 위하여 설치하는 오탁방지막과 준설토 가적치장에 침사지를 제대로 설치하고 공사하는 곳은 찾아보기조차 어려웠습니다. 시민들의 안전한 식수 공급을 위한 수조원의 예산을 낙동강오염총량제에 투입하였지만 4대강 공사의 속도전에 결국 시민들의 맑은 물 공급은 관심조차 없는 무용지물이 되었습니다.

낙동강 공사 현장을 돌아보면서 솔직히 분노를 넘어 말문이 막히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현장을 못 보는 시민들이 이런 공사판에서 흙탕물을 취수해서 수돗물로 공급되고 있는 것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마산시와 창원시는 언제까지 공사판 흙탕물을 시민들의 먹는 물로 뻔뻔스럽게 제공할 건지 밝혀야 합니다.

오탁방지막·침사지 설치 않고…눈으로 본 공사 현장에 분노

◇정말 끔찍하고 두렵습니다 = 오염된 준설토가 강물에 뒤섞여 있는 낙동강 흙탕물을 시민들이 먹고 있다고 생각하니 끔찍합니다. 지난 1991년 시민들은 평상시대로 수돗물로 밥을 하고 제사를 지내고 아기의 우유를 먹이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아기가 배탈이 나 놀라서 병원으로 달려가고 제사 밥이 시커멓게 변해 버리고 임신부가 유산을 하는 등 이렇게 영문도 모른 채 생명의 위협을 느꼈습니다. 

남강과 낙동강이 합류하는 지점의 사진으로 왼쪽 낙동강 본류의 탁한 정도가 심하다.

시민들은 마산시에 신고를 하였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대답만 들었습니다. 그러나 뒤에 밝혀진 사실은 낙동강물이 구미공단에서 유출된 페놀로 오염되었다는 것입니다.

독극물에 오염된 낙동강 물을 공급하고도 모르쇠로 일관한 행정의 대응을 떠올리니 지금 상황이 1991년 페놀사태 당시 시민들의 생명을 방치한 행정의 안일함과 다르지 않습니다.
 
4대 강 찬성 박완수 창원시장 식수 안정성 확보 시민 공청회 거부

◇우리는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 정부의 4대강 사업 환경영향평가는 4대강 사업 공사가 진행되더라도 절대 낙동강은 흙탕물이 안 될 거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면 지금 낙동강 모든 구간에 툭툭한 흙탕물이 흐르고 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박완수 창원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4대 강 사업의 환경영향평가는 4개월 만에 끝낸 졸속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낙동강을 먹는 물로 하는 통합 창원시민들을 위한 환경영향평가 설명회 개최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시민 식수의 안정성 확보를 위하여 창원시 조례에 보장된 시민 공청회를 요구하였습니다. 그러나 창원시는 4대강 사업이 창원시 사업이 아니라 국책 사업이라는 이유로 시민공청회 개최 요건이 못 된다며 시민 공청회 개최를 거부하였습니다. 

낙동강 본류 칠서취수장 모습. 취수장 입구 오탁방지막이 2개 있으나 완전 흙탕물이어서 의미가 없다. /이준경 씨 제공

언제까지 공사장 흙탕물을 통합 창원시민들에게 먹일 것입니까? 중금속과 발암 가능 물질로 오염된 시커먼 오염 준설토가 뒤섞여 있는 흙탕물이 안전한 겁니까? 대답은 6·2 지방선거로 출범하는 박완수 통합 창원시장의 첫 번째 해결 과제가 되어야 할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4대 강 사업을 해야 한다고 밝힌 소신은 4대 강 사업을 위해 시민들에게 4대 강 사업 공사장 흙탕물을 계속 먹이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대한 시민의 심판은 반드시 있을 것이고 그 대가는 박완수 통합시장의 몫입니다.

/임희자(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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