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주곤충 물가로 데려가는 신기한 동물

◇물에 사는 무서운 벌레 = 어릴 때 냇가에서 놀면서 흔하게 보았던 것 가운데 실처럼 길고 가는 벌레가 있었다. 손가락이 감기면 잘린다는 이야기 때문에 무서워서 손으로 만질 수가 없었다. 실거머리, 철사벌레 따위로 불렀던 이 벌레가 곤충에 기생하는 유선형동물 무리인 것을 어른이 되어서야 알았다.

◇유선형동물 무리는 = 학교에서 배운 동물 나누는 방법을 떠올려보자. 척추가 있는 것은 척추동물, 그렇지 않은 것은 무척추동물로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어릴 때 무서워했던 유선형동물 무리는 어디에 들어가는 것일까? 무척추동물인 것은 아는데 그 다음은 알 수가 없다.

흔히 무척추동물을 절지동물(곤충 무리), 연체동물(조개, 달팽이 무리), 환형동물(지렁이 무리), 극피동물(불가사리 무리), 강장동물(해파리 무리), 편형동물(플라나리아나 촌충 따위)로 나누는데, 사실은 이보다 훨씬 많은 서른한 개 무리가 있다. 유선형동물도 여기에 들어간다.

귀뚜라미 몸에서 나온 유선형동물(위).

선형동물과 닮았다고 유선형동물(類線形動物)이라 하는데 사람 몸 안에 기생하는 회충·요충 따위가 선형동물이다. 유선형동물 무리에는 320여 종이 있는데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이름도 연가시, 철선충, 사마귀선충 따위가 섞여 불린다. 여태껏 알려진 바는 곤충 따위에 기생하고 어른벌레가 되면 숙주를 물가로 움직이게 해서 몸 밖으로 빠져나온다는 것이다.

◇알수록 더 놀라운 자연 = 물속으로 들어간 어른벌레는 짝짓기하고 알을 낳는다. 알에서 깬 애벌레는 다시 물가로 올라가 풀잎에 자리잡는다. 풀을 먹는 곤충이 잎을 먹을 때 함께 몸 속으로 들어가고, 귀뚜라미나 사마귀 무리가 이 곤충을 먹을 때 다시 옮겨 간다. 

이 유선형동물은 길고 가는 몸을 가졌고, 그 길이가 20cm가 넘어 숙주인 귀뚜라미보다 훨씬 길다(오른쪽).

물가에 있는 귀뚜라미나 사마귀에서 긴 벌레가 나오는 모습을 보았다면 바로 유선형동물을 본 것이다. 어떻게 숙주를 물가로 움직이게 하는지는 아직 제대로 알려진 것이 없다. 지구 밖을 살펴볼 만큼 과학이 발달했지만, 지구 안에 사는 생물에 대해서도 알지 못하는 것이 많다. 알면 알수록 더 놀라운 것이 바로 자연이고 그 안에 사는 생물이다.

/박성현(우포생태교육원 파견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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