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여름 배우자 만나려 '짹짹'…포식자 피하려 둥지도 제각각

   
◇새소리를 찾아서 = 시골 마을에 가 보면 어린이들을 볼 수 없다.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노인들은 어린 아이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들 하신다.

아이의 탄생과 울음소리는 도시인들의 전유물이 되어버린 듯하다. 하지만 그러한 시골 마을에서 사람은 아니지만 다양한 생명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계절의 여왕 5월, 완연한 봄날이 찾아왔다. 짙어가는 녹음 속에서 새소리를 들어보자

◇새들은 왜 우는 것일까 = 새벽녘 개울물이 졸졸졸 흐르고 녹음이 짙은 시골을 찾아보자. 시끄러운 새소리를 들을 수 있다. 새들이 왜 우는 것일까?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대부분 보금자리를 지키고, 배우자를 찾고, 새끼를 키우기 위해서이다.

새는 음성언어가 발달한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새들이 많이 우는 계절이 번식기로 지금 한창 새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새들이 울음소리를 내는 것은 포식자들에게 위치를 노출시킬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한 짓이다. 그럼에도 이 시기에 많이 우는 것은 이 계절이 가기 전에 빨리 배우자를 만나 가정을 꾸리기 위함이다.

늦은 봄과 초여름, 곤충들이 가장 많이 우화하는 시기로 어린 새끼들에게 풍부한 먹을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시기다.

처마밑 제비 둥지와 새끼.
◇둥지에 따라 전략이 =
둥지가 어디에 있을까? 산과 들에 가보면 나무 위에 둥지를 만드는 새, 땅 위에 둥지를 만드는 새가 있다. 나무 위에 정성껏 둥지를 만들고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는 종은 새끼가 알에서 깨어날 때 몸에 깃털이 거의 없고 눈을 감고 있다. 오랫동안 어미는 체온을 유지시키고 지극정성으로 돌보아야 한다.

반면 땅에 둥지를 트는 새들은 알에서 깨어나는 순간 눈을 뜨고 있고 몸에 깃털이 나 있으며 포식자로부터 달아날 준비가 돼 있다. 안전하지 못한 땅 위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다.

◇생명의 탄생과 삶 = 알에서 깨어난 새 생명을 키우기 위해 어미새들은 부단히 노력한다. 점점 자라면서 많이 먹은 새끼를 위해 고달픈 나날을 보내야 하고, 청결 유지를 위해서 새끼 배설물을 멀리 내다버리고, 둥지도 돌봐야 하고, 새끼를 노리는 포식자들과 목숨 건 싸움도 불사한다. 삶이 치열하지만 그 속에서 미래세대의 희망을 찾고 이어가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새들의 삶도 우리 인생과 많이 다르지 않은 듯하다.

새 생명이 탄생하는 5월, 주말에는 산과 들을 찾아보자.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생명 탄생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고 가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귀를 열고 눈을 크게 뜬다면 말이다.

/이찬우(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 사업지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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