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산호동 '매생이나라' vs 김해 장유면 '시골여행'

그냥 맛있다고 먹는 음식이 건강마저 지켜준다는 걸 알면, 먹는 일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바다에도, 육지에도 장소 불문하고 건강에 도움되는 재료들이 많다. 그래서 최근에 뜬 음식 재료들도 있다. 맛집들도 이를 알고, 재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양새다. 들깨와 매생이도 그 가운데 하나다. 들깨칼국수는 이제 보편화했고, 매생이를 주재료로 쓰는 맛집까지 들어섰다. 바다 대표선수 매생이, 육지 대표선수 들깨. 두 재료의 수다(?)를 중계한다.

-매생이와 들깨의 '푸념'

들깨 칼국수

△들깨 : 너 파래랑 진짜 비슷하게 생겼다. 근데 머리카락 풀어헤친 귀신 같잖아.

△매생이 : 내 생긴 꼴을 봐라. 끝 부분이 늘씬하다고. 파래는 굵어. 난 웬만한 사람 머리카락보다 가늘어. 파래보단 색도 검푸르지. 반지르르 빛도 나고 미끈거려. 사람들이 파래 무침을 반찬으로 먹어서 많이 아는데, 난 잘 모르는 것 같아. 섭섭해. 김 양식장에 들어가기도 하는데, 김 자라는 데 방해된다고 날 싫어하기도 해.

△들깨 : 섭섭하긴 나도 마찬가지야. 우린 세력이 꽤 넓어. 이집트·인도·말레이시아 등이 고향이야. 한국뿐 아니라 중국·일본 등에도 동족들이 분포해 있지. 그리고 우린 강한 족속이야. 땅이 메말라도 잘 자랄 수 있어. 산기슭이든 들판이든 상관없어. 그래서 예전 사람들이 흉년이라 먹을거리가 없을 때 심어 먹었어. 사람들이 한때 소중함을 몰랐는데, 요즘 들깨칼국수 파는 집이 늘긴 했어. 넌 고향이 어디냐?

△매생이 : 난 전라도여. 11월에서 3월까지 겨울철 청정 바다에서만 나와. 수온이 조금 올라가도, 바다가 조금만 오염돼도 난 녹거나 죽어버려. 값도 계절마다 해마다 달라지기도 해. 마을 아주머니들이 날 헹구고서 물기를 쫙 빼내 밥공기만 하게 뭉치지. 이걸 '재기'라 하더라고. 이후 바로 밥상에 올라가거나 냉동 창고로 가게 돼. 포장 기술도 워낙 좋아져서. 넌 어떻게 태어났니?

△들깨 : 들깨꽃에서 딴딴하게 잘 익은 씨를 늦여름부터 가을 사이에 따서 말린 거야.

-매생이와 들깨의 '여성 편애'

△매생이 : 여성들한테는 내가 인기가 많을 거다. 식이섬유소가 풍부해 변비 없애는 일을 거들어주지.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돼. 뼈나 피부에 있다는 경단백질, 콜라겐을 알아? 내가 콜라겐 합성을 촉진해주지. 피부 탄력 유지에도 좋다는 말이야. 여성들이 워낙 피부에 민감하잖아. 중년 여성들이 겪는 골다공증에도 효능이 있어.

매생이 칼국수

△들깨 : 웃기는 소리. 내 속에 비타민 E와 F가 많아서 여성들 피부 관리에는 탁월하거든. 피부가 거칠거나 주근깨 혹은 기미가 많은 분은 날 먹어보면 대번에 알 거야. 피부에서 윤기가 날 거니까. 임신부나 산후조리 중인 여성들에게도 회복 차원에서 뛰어나지. 변비로 고생하는 여성도 많잖아? 내가 몸속에서 장을 적셔주기도 해. 변비 치료에도 쓰여.

-건강 지킴이 매생이와 들깨

△매생이 :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에는 나를 두고 '누에실보다 가늘고 쇠털보다 촘촘하며 길이가 수척에 이른다. 빛깔은 검푸르며 국을 끓이면 연하고 부드러워 서로 엉키면 풀어지지 않는다. 맛은 매우 달고 향기롭다'고 평하고 있어. 또, 숙취 없애는 데 날 따라올 선수가 없어. 술안주로 제격이지.

△들깨 : 허준이 <동의보감>에서 내가 '성질이 따뜻하고 독이 없으며 맛은 시고, 기를 내려준다'고 했어. 또, '간을 윤택하게 하며, 씨는 죽을 끓여 먹으면 우리 몸을 매끄럽고 아름답게 만들어주고 기운을 돋워준다'고 썼지. DHA 성분도 많아. 어린이부터 노인들까지 다 좋은 거야.

△매생이 : '미운 사위에 매생이국 준다'는 속담 들어봤지? 난 오랫동안 끓어도 김이 안 나. 열을 뿜지 않고 머금고 있어서지. 모르고 먹었다간 입속을 다치기 일쑤야. 하하.

-경남 유일 매생이 전문 맛집

경남 지역에선 거의 유일한, 매생이 전문 맛집이다. 매생이를 주재료로 국(7000원), 청국장(5000원), 칼국수(5000원), 전, 죽 등 다양한 음식을 내놓는다. 매생이는 본고장인 전남 완도·장흥·고흥에서 들여온다. 40대 후반 김명자·서관수 부부가 비록 생소하지만, 매생이 요리들을 직접 개발해 알리고 있다.

매생이와 모시조개, 굴이 듬뿍 어우러진 국이나 칼국수가 인기다. 북어 머리, 다시마, 양파, 표고버섯 등을 우려낸 국물에 요리 완성 거의 마지막 순간에 매생이를 넣어 살짝 끓인다. 매생이를 오래 끓이면, 찹쌀가루처럼 퍼지고 색도 새까맣게 변해서다. 마산종합운동장 동문 맞은편. 마산 진북면 인곡삼거리에서 5년 가까이 장사를 해오다가 이곳으로 옮겼다. 마산 산호동 25-1번지. 055-248-9364.

-걸쭉한 국물 일품인 들깨 칼국수

다소 걸쭉하게 끓인 구수한 들깨 국물과 손으로 반죽해 쫄깃한 면발로 손님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매운 고추를 곁들여 먹어도 좋다. 들깨칼국수·들깨수제비 한 그릇(5000원)이면 속이 든든하겠다.

들깨를 잘못 끓이면, 비린내가 나거나 텁텁한 맛만 날 수도 있다. 특히, 들깨 국물은 오래 끓이되 면은 퍼지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병수(34) 대표는 "눅눅한 곳을 피해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둬야 한다"며 들깨는 보관에서부터 철저히 돌봐야 한다고 했다. 갑오마을1단지 푸르지오3차 맞은편. 김해 장유면 대청리 290-14번지. 055-312-7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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