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음식과 상업 가공 음식의 차이는 아주 크다. 모든 질병의 근원도 음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평소 우리가 그걸 잊고 사는 건 아닐까? 윤종식 씨가 '밥상을 엎어라'를 4주 간격으로 한 번씩 싣는다. 이전에 제조업 일을 하면서도 먹을거리에 관심을 둬온 그는 부산 한살림 창립 멤버였다. 지금의 음식 문화와 유통 질서를 깨고자 현재 김해에서 '칠산고가'라는 한식당을 꾸려가고 있다. 그는 "식당을 운영하는 시민기자가 바라보는 음식 재료, 일상에서 음식에 관한 잘못된 기존 통념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겠다"고 밝혔다.

"식당이죠? 찾아갈 건데 음식이 맛있나요?" 가끔 예약 전화를 받다 보면 맛에 대해 문의해오는 손님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 분이 어떤 맛을 찾는 걸까' '맛에 대해 어떤 기준을 가지는 걸까?' 궁금할 때가 잦다.

우리가 '맛있는 걸 먹는다'는 개념은 영양학적으로 몸에 좋은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고, 역학적으로 더 건강한 신체를 유지함이 목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상업적 음식의 자극적인 맛에 익숙하면

하지만, 나는 음식을 통해 이 두 가지 목표를 얻고자 한다면, 단연코 상업적 음식을 될 수 있으면 피하라고 권하고 싶다. 왜냐하면, 이윤을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음식들은 우리 건강을 챙겨줄 만큼 진정성을 발휘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상업 음식을 만들려면 높은 재료 원가, 많은 인건비, 값비싼 시설과 운영 비용 등 요소들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제대로 된 조리과정은 제외하고, 생태적으로 길러진 재료, 식품 첨가물이 들어 있지 않은 가공식품, 푸드 마일리지가 짧은 자기 땅에서 자란 유전자 자재들은 토양에서 식탁까지 식품의 산업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는 구하기도 어렵다.

이런 결과로 생산량은 늘리고 비용은 싸게 들이는 식품 산업의 가공·포장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확인된 영양소의 정량화만을 너무 중시함으로써 천연식품과 가공식품 간 정성적 차이와 가치를 쉽게 잊고 있으며, 자극적인 맛만을 탐닉하면서 살아가는 건 아닌지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얼마 전, 사업차 독일을 자주 왕래한다는 손님이 방문한 적이 있다. 독일의 식당 음식들은 실제 상당히 맛이 없다고 한다. 거친 호밀빵을 잘못 씹다간 입천장이 까지기도 한단다. 먹을거리에 대해 엄격하기로 소문난 독일 음식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는 단면이다. 소득 2만 달러 시대, 음식에도 유행하는 패턴이 있다. 매콤달콤, 혀끝을 자극할 수 있어야 하고, 시각적으로 그럴듯한 공산품 같은 음식들이라야 한다.

정직한 음식이 전하는 '건강한 맛' 잃어

손만 뻗으면 먹을거리가 넘치지만, 정직한 음식을 맛보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우리는 별 생각 없이 매일 공기를 마시듯 허기를 채우고 음식을 탐하기만 할 뿐, 사려 깊게 먹진 못한다. 이 때문에 초고속 고령화 속도에 걸맞게 각종 암과 심혈관 질환, 당뇨병 같은 소위 문명병이라 일컫는 질병들에 시달리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나아가 우리 몸을 구성하는 유전자와 우리가 먹는 영양분 사이 간극이 점점 커지고 있다. 건강의 유익함을 잃고 있을 뿐 아니라 종의 다양성을 파괴하는 엄청난 환경 파괴를 일으키고 있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프랑스 영양학자 피에르 베일은 현대인의 비축 지방의 과잉 섭취로 비만이 인류를 멸망케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왜곡된 영양 과잉의 '빈곤한 만찬'을 비꼬았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마이클 폴란은 의료비 지출을 줄이고 건강한 신체를 지키고자 식사 비용과 시간에 좀 더 많은 할애를 하라고 권고한다. 아울러 먹는 즐거움을 위해 공산품 아닌 음식을 원래 밥상 위로 되돌려 놓을 걸 간곡히 호소하고 있다.

잡식 동물인 인간이 건강하게 살아가려면 50~100여 가지 화합물과 원소가 필요하다고 한다. 식물이 위대한 이유 중 하나가 햇볕을 받아 광합성 작용을 통해 불포화 지방산(오메가3, 6)을 합성해내는 능력이다. 인간은 불행하게도 스스로 불포화 지방산을 합성해낼 능력이 퇴화되었다. 동식물을 통한 필수 지방산을 섭취하지 않으면 인간은 몸속 대사 활동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건강한 삶의 연속을 위해 '먹는다는 것' '맛있다는 것' 개념에 대해 다시 한 번 살펴볼 일이다. 인류 최초 의사였던 히포크라테스 충고를 다시금 되새겨야 한다. "섭생, 너를 의학의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윤종식(칠산고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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