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교직사회에서는 도저히 있어서는 안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해 지급예정이던 교원성과상여금이 차등 지급되면서 3등급 교사가 학교장에게 항의하는 등 반목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1등급을 받은 교사도 마음이 편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2등급이나 3등급을 받은 사람 앞에서 당당하지 못하다. 왜냐하면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없이 나이 많은 교사는 S급으로, 또는 부장교사는 A급으로 평가되는 등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성과상여금 제도가 교원 구조조정을 위한 수순 밟기며 계약제.연봉제 시행의 전 단계라는 것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교직사회를 황폐화시킬 성과상여금을 받지 못하겠다는 교사가 하루에 5000여명으로 늘어나 9월 말 현재 7만여명이 반납하겠다고 서명한 상태다. 전체교원이 성과급을 모두 반납한 학교도 있다.
애초 전체교원의 70%만 지급하겠다던 성과상여금을 교원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치자 7개월 동안 미뤄오다가 추석 전에 모든 교원에게 지급하되, 3~4등급으로 차등 지급한 것이다.
현장에서는 교육부의 방침대로 시행된 학교는 그렇게 많지 않다. 이번 추석 전에 지급된 성과급은 S등급이나 A등급은 67만3,465원을 지급받고, B등급은 46만6245원, C등급은 31만830원을 받았다.
이러한 원칙은 일부학교에서나 지켜졌다. 추석 전에 지급된 성과상여금은 대부분 학교에서 N분의 1로 균등 지급됐다. 일부 학교에서는 호봉순으로 차등지급하고 일부 학교에서는 제비뽑기로 차등화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성과상여금을 억지로 지급하겠다는 교육부와 반납하겠다는 교원들간의 자존심 싸움은 교육부의 판정패로 끝난 셈이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성과상여금의 지급을 강행하려는 이유는 ‘교원들의 업무 능력 향상을 내세워 능률주의 보수체계로 바꾸자는 의도’다. 그러나 교원들은 ‘교육의 특성상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교원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혼란만 부추긴다’고 맞서 왔다.
그렇잖아도 7차 교육과정이 도입되면서 교직사회는 적잖게 흔들리고 있다. 성과상여금은 신자유주의라는 경쟁을 바탕으로 한 수요자중심의 경제논리다. 교육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시작된 것이 수요자중심의 교육이다. 이는 소규모학교 통폐합, 자립형 사립고.부전공교사제.파트타임교사제.성과급제 등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급변하는 사회에서 교육계만 무풍지대로 남아 있을 수는 없다. 지식기반사회에 대비한 나름대로의 성취동기를 부여해 새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는 이의가 있을 리 없다.
그러나 무조건 서열화시켜 경쟁체제를 갖추면 교육이 살아날 것이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교육부는 의욕이 앞서 여건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론만 앞세우다가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다. 열린교육을 한답시고 준비도 안된 서투른 개혁을 시행하다 교육의 위기를 앞당겨 놓았는가 하면 교육부 장관이 바뀔 때마다 입시제도를 바꿔 수험생과 지도교사가 방황하고 있다.
교육정책에 대한 불신이 교육의 근본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교육정책뿐만 아니다. 교원정책 또한 예외가 아니다. 나이 많은 교사 한 사람을 퇴출시키면 2.8명의 신규교원을 채용할 수 있다던 교원정책이 교원부족 사태를 몰고 와 중등 자격증을 가진 사람을 초등교사로 충원하고 있다. 심지어는 예체능전담교사까지 동원해 담임을 맡기기도 하고 있다.
교원성과급도 마찬가지다. 현장정서를 무시하고 교직사회의 업무능력을 향상시킨다는 명분으로 능률만 강조하다 교원들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는 것이다.
교육의 성과는 행정능력이 아니다. 학교장의 절대권이 인정되는 사회에서는 비판적인 교사는 무능한 교사로 순종적인 교사는 유능한 교사로 분류되어 왔다. 하물며 객관적인 기준도 없이 보직을 맡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1등급교사가 된다면 신념을 가지고 교육에 열정을 쏟을 교사가 나올 리 없다.
대학을 서열화시키고, 고등학교도 자립형이나 이상적인 학교로 서열화하다 못해 교원까지 줄을 세우면 경쟁력이 살아날 것인가. 교원들의 자질하락은 잘못된 교원정책의 책임이 더 크다. 교원들의 자존심을 놓고 투항을 강요하는 교원정책은 교단을 황폐화시킬 치졸한 경쟁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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