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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에는 솔잎으로 빚은 '맛'걸리가 있다

합천 가회면 솔잎 막걸리

이동욱 기자 ldo32@idomin.com 2010년 05월 18일 화요일

합천 가회면 청목주가 김정순(58) 대표를 만난 곳은 가회면사무소 들머리였다. 김 대표는 양조장을 둘러보자고 했다. 면사무소 근처에 양조장이 있을 줄 알았다. 근데 아니었다. 면사무소 뒤편 봉기마을회관 옆에서부터 나 있는 산길을 따라 법륜사 방향으로 올라갔다.

골짜기 이름도 절 이름을 딴 법륜골. 차를 타고 2㎞ 정도 다소 울퉁불퉁한 아스팔트 길을 달렸다. 김 대표는 시아버지 때부터 60년 가까이 양조장을 꾸려왔다고 말했다. 1982년부터는 산 깊숙이 자리한 지금 터를 닦아왔다. 바위를 걷어낸 곳에 측백나무와 고로쇠나무 등을 심으면서 평지도 만들고 길도 조금씩 냈다. 2002년에는 양조장 시설을 전부 산 속으로 옮겼다.

멧돼지도 노니는 양조장

양조장 터는 꽤 넓어 보였다. 건물도 네 동이나 된다. 너른 야외 마당으로 들어섰다. 김 대표가 말했다. "멧돼지가 내려왔나 보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멧돼지의 흔적. 들쭉날쭉 잡초가 눕혀 있기도 했다. 멧돼지 발자국이거나 주둥이로 파헤친 자리다.

김 대표는 이따금 멧돼지들이 양조장 옆으로 흐르는 물을 마시러 온다고 했다. 한 번은 수퇘지 한 마리가 물 마시고 산으로 올라가려다 나뭇가지에 고환이 찔려 양조장 근처에서 끙끙대는 모습을 보기도 했단다.

마당 한편에 눈길을 끄는 게 또 있었다. 20개가량 독이었다. 60년 세월 깨지지 않고 버텨온 독에 술이 담겨 있지는 않다. 술이 온도 변화에 예민해 바깥에 내놓을 엄두는 못 낸다. 독에는 다름 아니라 '솔 눈'이 담겨 있다.

 

   
 
  산에서 채취한 솔 눈을 60년 세월 깨지지 않고 버텨온 독에 보관한다.  
 

양조장 뒤로는 소나무가 우거져 있다. 양조장을 옮기면서 김 대표는 지역 특산물 등 주변에 풍부한 자원을 활용하는 데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솔 눈이다. 그가 수능 시험을 치고 2001년 대학에 들어간 것도 그 때문이다. 진주산업대에서 식품가공학을 전공했다.

아울러 그는 "합천에서는 가회면이 밤나무를 가장 먼저 심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밤을 쓴 약주를 처음 선보이기도 했다. 밤술에 이어 복분자술, 산머루술 등도 내놓았다. 머루와 복분자는 모두 재배도 했었다.

마을 사람들이 양조장이 있는 산을 옥녀봉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김 대표는 술 맛이 좋을 수밖에 없는 까닭을 덧붙였다.

"술은 물과 공기가 좋아야 하거든요. 산 끄트머리까지 찾아보면 가재도 나오고 이 근처 물이 굉장히 좋아요. 물을 떠놓아도 안 변해요."

그는 자연과 어우러진 막걸리 양조장을 바랐다. 그래서 왔다갔다 까다롭긴 하지만, 맘을 먹고 산속까지 들어왔다. "술이 발효할 때 깨끗한 물과 공기, 자연과 어울려야 좋은 거죠." 자연과의 공존에 대한 맘을 다른 사람들과도 나누고 싶다고 했다.

솔 눈으로 달콤하면서 시원하게

그늘 돌 벤치에 앉아 김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 술 냄새가 바람에 실려 계속 코끝을 스쳤다. 이름은 황매산 생솔잎 동동주다.

김 대표는 다른 약초도 넣어서 술을 빚어 봤다고 했다. 하지만, 솔 눈이 맛뿐만 아니라 건강 면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솔 눈을 갈아서 술과 함께 녹여 거른다. 솔 눈이 부족한 겨울철에는 술이 발효할 때 띄운다.

양조장 뒤편 산길을 따라 걸었다. 사람이 따기에 수월한 낮은 크기 소나무들이 있었다. 주로 이런 나무들에서 솔 눈을 채취한다. 솔 눈을 따고서는 독에다 저장한다. 연중 날짜로 5월 20일이 넘지 않도록 싱싱한 걸 주로 채취한다. 길이가 20~30㎝ 된다. "순이 길게 자라면 아주 보드라워지는데요. 그걸 잘라서 쓰는 거죠."

 

   
 
  저온창고에 보관된 솔잎 동동주.  
 

곡물은 쌀만 써서 빚어낸다. 술은 일주일 숙성을 거치고, 다소 시일이 지나더라도 깊은 맛을 내도록 99㎡ 남짓(30평) 저온창고 두 곳에서 보관된다. 맑고 시원한 느낌이 좋다. 청량감이 있으면서 단맛도 느껴졌다. 달콤한 냄새와 더불어 솔 향도 은근히 풍긴다.

동네 이름인 가회(佳會)는 '아름다움이 모였다'는 뜻이다. 청목(靑牧)은 손님들에게도 푸르고 젊은 기운을 불어넣어 드린다는 의미다. 솔잎 동동주는 두 가지 뜻에도 걸맞다.

하지만, 김 대표가 물려줄 사람이 없다. 그래서 최근 2년 새 규모도 많이 줄였다. 꾸준히 솔잎 동동주를 찾는 사람들이 있기에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

 

   
 
 

근처 황매산에 나들이 삼아 갔다가 솔잎 동동주를 사고 싶을 때, 양조장까지 올라가지 않아도 된다. 가회면사무소에서 스무 걸음 남짓 거리에 합천경찰서 가회분소가 있다. 바로 옆에 술을 파는 장소가 별도로 있다. 옛 양조장 터다. 지금은 현대식 건물로 청목주가 이름도 붙어 있다. 특히, 황매산 철쭉제를 통해서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

가회면 일대 식당에서도 살 수 있다. 택배 주문도 가능하다. 합천군 가회면 덕촌리 440-8번지. 055-932-9130, 010-9108-7227(김정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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