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노랑 꽃 수줍게 피우는 봄의 전령사인 우리 고유식물

   
4월의 봄꽃 향연엔 노란색, 하얀색, 보라색, 주황색 등 여러 가지 색의 꽃들과 향을 경험할 수 있다. 얼레지와 현호색의 꽃들이 들판에서 지천을 이룰 때 우리나라 고유종인 히어리가 수줍게 잎에 앞서 연노랑 꽃차례를 황갈색 가지마다 매단다. 연노랑 꽃차례엔 10여 송이의 꽃이 이삭처럼 뭉쳐 있다. 꽃은 고깔 모양으로 다섯 장의 노란 꽃잎과 그 속에 핀 다섯 개의 적갈색 수술이 어울려 더욱 돋보인다. 그러나 산수유, 생강나무와 같이 노란색 꽃을 비슷한 시기에 피워 히어리를 알아보는 것이 쉽지 않다.

경남에서는 하동과 산청의 지리산 자락과 남해 금산에서 히어리 군락지를 발견하였다. 히어리는 지리산, 광양 백운산 등의 남부 지역뿐만 아니라 수원 근교의 광교산과 경기 포천의 백운산에서도 군락을 이루고 자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히어리는 전남 순천 송광사에서 처음 발견되어 송광납판화라고 불렸다.  

봄소식을 알리는 연노랑 히어리꽃. 히어리는 산수유, 생강나무와 같이 노란색 꽃을 피우는데다 개화 시기도 비슷해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히어리와 같이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나무들은 많다. 매화, 벚꽃, 앵두꽃, 개나리 등등. 그러나 이들은 우리 편리에 따라 우리의 정원에, 길가에 심어 봄을 느끼게 해 준다. 이것은 겨울에 마침표를 찍고 봄을 빨리 느끼고 싶은 우리의 급한 마음을 반영한 것이다. 히어리가 봄을 기다리는 우리의 소망만큼 화려하게 봄소식을 알려주지 않더라도 조용하게 봄의 노래를 듣게 해 준다. 봄에 피는 야생화를 보기 위해 들렀던 청계계곡에서 식물원이나 수목원에서 보아왔던 히어리를 만나는 행운을 가졌다. 봄을 알리는 들꽃들이 각자의 시간에 맞추어 화사하게 저마다의 빛깔로 자태를 뽐낼 때 잎 하나 없는 가지에 맛난 연노랑 사탕이 달리듯 주렁주렁 꽃차례가 달렸다. 우리나라의 고유 식물이라는 것을 알고서는 더욱 마음이 가는 것은 무슨 연유였을까?

히어리는 그 이름 자체가 독특하다. 뜻을 알 수 없는 말처럼 들려 어색하지만 친근하기도 하다. 유래를 알기는 어려우나 우리 고유어이다. 이름이 독특한 만큼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식물로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2급으로 보호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만 있다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자연생태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많아지는 요즘 우리 스스로 지키고 보호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것을 무엇을 통해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그 원론을 실천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자긍심을 경험하게 될까? 우리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되도록 우리나라의 고유 식물, 나아가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다양한 생물에 대한 우리의 사랑을 그 생물에 맞게 보여줄 때가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히어리는 봄맞이하기에 충분히 아름다운 생명이다.

/최진태(진주 대아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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