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주꾸미, 가을 낙지'. 계절을 따지면, 지금은 주꾸미가 맛있는 철이다. 주꾸미와 낙지는 둘 다 서해안에서 많이 잡힌다. 미식가들이 산란하기 전 주꾸미를 찾는 건 다름 아니라 보통 '머리'라고 불리는 몸통에 알이 꽉 차 있어서다. 삶아서 몸통과 알을 함께 오도독 씹는 그 맛이다. 이때 살도 보드랍고 연하게 씹힌다고 한다.

낙지도 마찬가지다. 가을날 썰물 때 깨끗한 갯벌에서 건져 올린 낙지가 가장 맛있다는 평을 듣는다. '바다의 산삼(?)'이라고 할 만큼, 낙지는 어촌 주민들뿐 아니라 애호가들에게 귀하게 여겨진다. 비실거리던 싸움소도 낙지 서너 마리 먹으면 벌떡 일어난다고 하지 않는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낙지 또는 주꾸미만을 전문으로 하는 맛집을 찾긴 어려웠다. 하지만, 참살이 열풍으로 낙지와 주꾸미도 꾸준히 주목을 받고 있다. 고단백 저칼로리로 떨어진 기력을 북돋우는 데 낙지가 탁월하고, 불포화 지방산과 DHA가 풍부해 살 빼는 데와 아이들 건강에 주꾸미가 좋다고 한다.

요즘 대부분 음식을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다. 제철에 먹어야 제맛이라고 여긴다면, 때를 맞춰 찾아가도 좋을 것 같다. 창원 상남동 '목포세발낙지'와 김해 어방동 '아라쭈꾸미 김해점'이다.

김해 어방동 '아라쭈꾸미 김해점'

   
 
 

대부분 식당이 '쭈꾸미'라고 쓰고 있다. 사람들도 보통 그렇게 부른다. 하지만, 표기상 주꾸미가 맞다. 덧붙여 쭈깨미는 전라도 표준어, 쭉찌미는 경상도 표준어란다.

김해 어방동 '아라쭈꾸미 김해점'은 사시사철 주꾸미를 맛볼 수 있는 곳. 3~5월이 제철이라 식당 안이 더욱 분주하긴 하다. 살짝 데쳐 먹는 샤부샤부를 팔진 않는다. 볶음이 메인 메뉴다. 삼겹살, 곱창, 돼지갈비와 함께 즐길 수도 있다. 뻘건 양념으로 버무린 아라주꾸미(1만 원)를 비롯해 삼겹주꾸미, 곱창주꾸미, 갈비주꾸미(1만 2000원) 등 세 가지가 있다.

주꾸미를 값싸고 푸지게 먹을 수 있도록 했다. 더군다나 가게 위치가 인제대 앞 대학가다. 젊은 대학생들이 많이 찾는다. 그래서 '아라특선'도 선보이고 있다. 한 사람이 5000원만 내면, 밥과 주꾸미를 함께 즐길 수 있다.

된장찌개, 깻잎과 상추, 김, 소스 등이 함께 나왔다. 주꾸미를 구웠다. 주꾸미와 함께 나오는 떡도 있다. 두 가지 맛인데, 치즈가 들어간 것과 고구마가 들어간 것이다. 젊은 층은 치즈맛, 40~50대들은 고구마 맛을 선호한단다. 그 옆에 양파와 콩나물도 함께 얹어 구우면 된다.

살짝 구운 주꾸미 갓 지은 돌솥밥과 찰떡궁합

주꾸미의 매콤함을 살짝 잡아주는 소스는 직접 개발한 머스터드 소스로 김해점에서만 맛볼 수 있다. 10분 정도 지나면 돌솥밥도 나온다. 살짝 구워진 주꾸미가 갓 지은 밥과 어울리고 더욱 감칠맛 나기 때문이다.

아라주꾸미를 맛있게 먹는 방법(?)도 있다. 손님마다 제각각 먹는 방법이 다르겠지만, 박동식(42) 사장은 볶은 주꾸미를 제일 맛깔스럽게 먹는 방식이라고 일러줬다. 먼저 깻잎이나 상추를 집는다. 그 위에 김을 얹는다. 그리고 주꾸미를 소스에 찍어 살짝 구운 콩나물이나 양파를 곁들여 싸 먹으면 된다. 또, 이 집에서 꼭 맛봐야 하는 게 있다. 바로 계란찜. 2000원으로 달걀 8~9개가 들어가 뚝배기가 넘치도록 부풀어 오른 모습이다. 김해 어방동 521-5번지. 055-329-4941.

창원 상남동 '목포세발낙지'

   
 
 

전남 신안군과 무안군은 낙지의 본고장이다. 창원 상남동 '목포세발낙지'는 신안군 압해도와 하이도에서 낙지를 들여온다. 세발낙지는 발이 가늘어 붙은 이름이다.

숙취를 없애는 데는 연포탕만한 게 없다. 산 낙지를 비롯해 각종 채소를 넣어 맑게 우려낸 국물이 속을 풀어주는 데 그만이다. 끼니를 때우려면, 낙지전골이나 낙지볶음도 좋다.

낙지전골을 시켰다. 반찬들이 나왔다. 갓김치, 파김치, 묵은 김치, 두부김치 등 여러 김치가 눈에 띄었다. 이혜숙(53) 사장이 새우젓, 멸치젓 등을 써서 직접 담근 거다. 전골 냄비가 나오기 전에 시커먼 파전도 하나 나왔다. 색이 새까만 까닭은 낙지 먹물을 밀가루 반죽에 넣어 부쳐내기 때문이다. 일명 '낙지먹물찌짐'.

호박, 팽이버섯, 콩나물, 당근, 매운 고추 등 갖가지 채소와 모시조개가 담긴 냄비를 불 위에서 끓였다. 국물이 부글부글 끓자 맹철호(60) 사장이 낙지 두 마리가 붙어 있는 놋그릇을 들고 나타났다. 있는 힘껏 낙지를 떼어냈다. 꿈틀대던 놈이 뜨거운 물 속으로 들어가더니 사방으로 국물을 튀겼다. 곧 거친 기운이 잦아들었다.

본고장 신안낙지 꿈틀꿈틀 신선함 입안까지

국물에 빠진 낙지는 1분 남짓 지나고 먹으면 된다. 오래 익히면, 살이 딱딱해지고 질겨 먹기 어렵다. 고추냉이를 푼 간장에 낙지를 찍어 먹는다. 통째 들어갔던 낙지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잘랐다.

살이 부드럽고 쫀득했다. 속에 든 즙이 달콤했다. 몸통(머리)을 자르니 간이 나왔다. 가려내지 않고 그냥 먹어도 된다. 사장은 깨와 김을 뿌린 생낙지도 선보였다. 참기름 장에 찍어 먹는데, 마늘종과도 궁합이 잘 맞단다.

신안과 무안 낙지가 유명한 이유는 갯벌이 깨끗해서다. 미네랄과 게르마늄도 풍부하다. 갯벌이 오염되면 낙지가 자라지도 못한다. 낙지전골·볶음(2인) 3만 원. 창원 상남동 9-2번지 롯데리더스빌 2층. 055-262-5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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