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원시적 생명체가 창원천에…원핵·원생생물, 지구 산소공급기

식물도 동물도 아닌 괴생명체가 창원천에 산다고 하면 믿겠습니까? 그런데, 식물도 동물도 아닌 생명체는 창원천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도 흔히 있으며, 심지어 우리가 즐겨 먹는 반찬도 있습니다. 뭘까요?

식물도 동물도 아닌 생명체가 뭔지를 설명하려면 분류에 대한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지구상의 생명이 식물과 동물로 분류된다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흔히 먹는 미역이나 다시마는 위태커의 분류 체계에서 식물계가 아니라 원생 생물계에 속합니다. 또한 우리가 흔히 보는 버섯들도 식물이 아닌 균류(Fungi)에 속합니다. 그러니까 식물이 아닌 생명체는 아주 흔하게 있습니다. 우리가 단지 관심을 두지 않을 뿐입니다.

그럼 다시 창원천의 괴생명체로 돌아가볼까요? 개구리 조사를 하러 창원천으로 나갔던 생태가이드 권영숙 선생님이 이 친구의 사진을 보여주었을 때 무슨 종인지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창원천의 염주말. 염주말 세포 하나 크기는 0.5mm정도이다. 염주말은 한 세포가 염주처럼 길게 붙어 군체를 형성한다.
나중에야 이것이 남조류(Cyanobacteria)에 포함되는 염주말(Nostoc)의 일종이리라는 얘기를 듣고 더욱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염주말은 원핵생물(Prokaryota)에 속하는데, 원핵생물은 세포핵이 세포막으로 보호되지 않는 가장 원시적인 생명체로서, 지구상에 생명체가 처음 나타난 약 35억년 전에 나타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원핵생물은 주로 크기가 아주 작은 단세포 미생물로 존재하는데, 창원천에서 발견한 염주말은 한 세포의 크기가 지름 0.5mm정도로 매우 크고, 세포들이 붙어 있는 한 개체의 크기도 약 10cm정도로 흔히 우리가 보는 물풀처럼 컸습니다.

이렇게 큰 형태의 것들을 대형조류(macroalgae)로 묶어서 부르기도 하는데, 미역 등도 대형조류로 부릅니다. 그런데, 바다에는 미역과 다시마 등 대형조류가 흔히 있지만, 민물에서 미세조류(microalgae)가 아닌 대형조류(macroalgae)를 보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기 때문입니다. 창원천에서 발견된 이 친구가 어쩌면 35억년 된 조상의 직계후손일 수도 있다는 점, 바다가 아닌 민물에서 발견되었다는 점 등은 정말 희한하고 특이한 것입니다.

   
 
 

우리가 관심을 두지는 않지만, 식물계도 동물계도 아닌 원핵생물이나 원생생물, 균류 등도 우리 지구의 생태계에서 엄청나게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지구의 산소를 50%이상 생산하는 생명체는 브라질의 열대우림이 아니라 바다에 있는 조류(algae)인데, 이들은 대부분 식물계가 아닌 원생생물계나 원핵생물계 등에 속합니다.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지구상에서 너무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런 미세한 생명체들에도 우리가 관심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장용창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 행정지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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