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식 삼아 따먹던 샛노란 봄꽃…할아버지 관절염도 다스려

지난 주말에는 회원 만남의 날을 맞아 창원 정병산에 약이 되는 야생초를 찾아 산행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작년 이맘때 갔던 길이라 생태 변화의 차이가 눈에 띄었는데요. 화창한 날씨에 땅심은 훈기가 돌았지만 바람은 칼칼했습니다. 풀잎이 자라 한창 너풀거려야 할 으름덩굴잎이나 비목나무 잎은 이제 막 솟아나는데 이미 벚꽃은 지고 있는 등, 어수선한 기상의 변화가 식물들에게 드러나고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생태로 향하고 기상이변 소식은 곳곳에서 흉흉한데 물질적 풍요와 편리함에 젖어버린 사람들은 아직도 발전에만 욕심이 쏠립니다. 새 국도가 들어선다며 한창 공사 중인 용추못 둑은 흔적도 없이 벌건 생살을 드러내고 찻길이 되어갑니다. 사계절 못둑을 가득 메우던 비수리·비자루국화·광대싸리·찔레넝쿨 들과 낮은 그늘아래 울어대던 쓰르라미 소리의 흔적이 불도저 굉음 아래 묻혔습니다.

용추계곡을 자주 찾던 저로서는 그 아이러니 앞에서 망연한 마음이 됩니다. 우리가 찾으려던 행복이 무서운 속도의 찻길에 있는 건지 계곡을 흐르는 물처럼 긴 세월의 지문 속에서 하늘과 땅의 이치를 따르는 삶에 있는 건지 가만히 되물어 보게 하는 자리였습니다.

   
 
 

어린 날은 이맘때쯤 쑥소쿠리 들고 산과 들을 헤매다가 배가 고파지면 찔레 덩굴 아래 들어가 막 솟아 통통하게 살이 오른 찔레순을 따먹다가 새콤한 싱아 줄기로 옮겨가며 여러 풋 맛을 즐겼습니다. 특히 골담초는 아까시꽃이 피기 전 주로 민가 근처 밭가에나 마당가에 많이 심어두고 관상용·식용·약용으로 즐겨 쓰던 우리 식물입니다. 그 꽃송이 맛이란 앞 두 가지 맛을 능가하는 오묘한 맛이었지요.

친정집 담장가에 할아버지가 심어두신 골담초 두어 그루에 꽃이 맺히기 시작하면 그것이 활짝 필 날만 기다리며 뒤꼍을 수시로 드나들곤 했습니다. 꽃이 맺고 왕벌들의 나들이가 한창일 쯤 되면 가지가 휘어지게 피어나던 노란 꽃은 더할나위 없는 간식이었습니다.

따먹어도 따먹어도 오월이 지날 때까지 쉼 없이 피어주던 골담초 꽃가지에는 우리 여섯 형제의 온갖 봄날 추억이 함께했답니다. 얼기설기 쌓아놓은 담장을 몇 번씩 무너뜨리며 따먹던 골담초가 올해도 피었다고 전갈이 오면 우리는 또 예전 할머니가 그러셨던 것처럼 쇠무릎 뿌리를 캐고 잎이 핀 골담초 가지와 접골목·가시오갈피·엉겅퀴 뿌리를 넣고 푹 달인 물에 맛있는 약식혜를 담가 먹으러 고향에 모이곤 합니다. 해마다 봄이 되면 연례행사처럼 약단술을 해주시던 할머니 생각과 무너진 담을 소리 없이 쌓으시면서도 골담초 나무를 갖다 심으시던 할아버지가 눈물나게 그리워집니다.

골담초는 잎이 제대로 핀 것을 써야 약효를 제대로 발휘한다시며 잎이 붙은 나뭇가지를 쓰시곤 했습니다. 봄에 이렇게 약단술 한 단지 해 먹고 나면 신경통이나 관절염 없이 한 해를 거뜬히 난다시며 특히 여자들이 많이 먹어야 한다고 그 보리흉년에도 아낌없이 나눠 주시던 별식이었습니다. 그처럼 골담초는 이름처럼 뼈에 좋은 작용을 하며, 한방에서는 꽃을 금작화(金雀花)로 불렀으며, 관절통풍·골다공증·근육통·발열·

 
   
 

<해수·부녀 백대하·골담·골습·척수신경근염을 비롯해 현대병인 고혈압·혈액 순환 장애에도 고루 작용하는 귀하디귀한 약재입니다. 특히 뿌리의 약효가 좋으며 가지와 뿌리는 술을 담가 반주로 마시면 약효를 더 깊이 누릴 수 있다고 합니다.

돌담가에 노란 새의 부리 같은 골담초꽃 활짝 피면 어린 날의 추억 되새기며 골담초 꽃차도 담그고 화전도 부쳐 먹으며 우리 몸에 이로운 생태살이 하러 떠나는 봄여행 어떠실는지요.

/박덕선 경남환경교육문화센터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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