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갈 데가 없네요." 초등학생 아이 둘을 키우는 박외식(45·가명) 씨는 외식을 할 때마다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그가 어릴 적에는 그저 중국집에서 자장면 한 그릇만 먹어도 마냥 좋았다. 그런데 요즘엔 사정이 다르다. 아이들 입맛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그렇기에 아이들 건강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러면서 맛나고 다소 넉넉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만, 그런 곳이 도통 쉽게 발견되지 않는 게 문제다. 패밀리레스토랑도 있겠지만, 박 씨와 아내는 기름진 음식뿐만 아니라 비싼 값도 걱정스럽다고 했다. 그만큼 외식의 알뜰함도 중요하다.

그래서 김해 맛집 두 곳을 가정의 달인 5월을 앞두고 들러봤다. 두 집 모두 박 씨의 고민을 덜어주는 듯했다. 김해시 이동 '칠산고가'에서는 고향집의 풋풋한 밥상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김해시 어방동 '秀(수)손짜장'에선 해산물 가득 담긴 중식을 푸지게 먹을 수 있겠다.

해산물 씹는 맛 일품 vs 정갈한 한식의 품격

◇풍부한 해산물과 채소로 우러난 맛 = 김해시 어방동 '秀(수)손짜장'은 이미 동네를 비롯해 김해에서 이름난 맛집이다. 올해 8년째 접어들었는데, 매일 점심 저녁으로 신발을 벗고 올라서는 17개 둥근 테이블이 꽉 차 있는 모습이다.

발길을 그곳으로 옮겼다. 동김해 나들목에서 가깝다. 모퉁이 테이블에 앉았다. 주방 쪽을 바라봤다. 툭탁툭탁. '면은 때릴수록 맛이 난다'는 글귀 뒤로 면발을 뽑아내는 주방장의 모습이 보였다. 이 집에서 따로 마련한 가족정식과 특별정식 메뉴도 눈에 띄었다.

세 사람이 함께 방문해 3인 가족정식 A와 B(3만 5000원) 가운데 하나를 택하려고 했다. A는 양장피, 깐풍기, 삼선쟁반짜장. B는 유산슬, 탕수육, 삼선쟁반짜장. 중국집 음식이 맛있는지 확인하려면, 탕수육을 먹어봐야 한다는 얘기가 갑작스레 떠올랐다. 주저 없이 B를 시켰다.

쫄깃한 면발에 각종 채소 듬뿍

 

김해 어방동 수 손짜장에서 맛볼 수 있는 유산슬. /이동욱 기자

근데 메뉴가 세 개뿐이라서 적은 양은 아닐지 걱정도 됐다. 하지만,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3인이라고 표시해 놓았지만, 넷이 먹어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많은 양을 담아 내놓는다. 각각 커다랗고 넓은 쟁반에 유산슬, 탕수육, 삼선쟁반짜장이 차례로 나왔다. 덜어 먹을 어른 한 손 크기만 한 접시를 내준다.

특히, 유산슬과 탕수육의 달곰한 소스 맛에는 아이들도 반하겠다. 부드럽고 쫄깃한 면이 가장 맛있겠지만, 삼선쟁반짜장에는 잘게 썬 매운 고추를 곁들여 느끼함도 잡아준다. 오징어, 주꾸미, 새우 등 해물도 많이 들어가지만, 양파·부추 등 채소도 아낌없이 넣는다. 함께 마실 수 있는 재스민 차가 입안을 깔끔하게도 해준다.

김해 어방동 수 손짜장의 삼선쟁반짜장. 삼선쟁반짜장은 풍부한 해산물의 씹히는 맛이 제격이다. /이동욱 기자
더구나 모든 음식은 서른 살 신승우 실장이 주도해 만들어낸다는 사실도 놀랍다. 나이는 젊지만, 12년 주방 경력이 있다. 얼큰하면서 깔끔한 짬뽕 육수나 탕수육 소스 등에 대해 신 실장은 "채소든 해물이든 재료를 많이 쓰면, 그만큼 맛이 나온다"고 했다. 탕수육도 그냥 돼지고기를 잘라 튀기는 게 아니라 일일이 갈아 채소를 다져 넣고 양념에 재어놓는 정성이 들어갔다.

노윤이(48) 사장은 "충북 충주에서 들여오는 고춧가루를 1년에 1300근 쓴다. 이윤 따지지 않고 재료를 아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수손짜장 3500원, 짬뽕 4000원, 탕수육 1만 원(소)·1만 5000원(대). 김해시 어방동 1062-10번지. 055-336-0331.

◇자연 그리고 문화와 즐기는 정갈한 맛 = 한식갤러리? 김해시 이동 '칠산고가(七山古家)'에 들어가기 전, 가게 이름 앞에 붙은 말이 눈에 들어왔다. 돌담부터 마당까지 90년 된 집을 하나씩 공을 들여 복원한 집에서는 그윽한 한옥의 정취가 묻어난다. 내부 벽에 붙은 심수환 화가의 수채화들도 갤러리라는 말을 실감케 한다.

윤종식(49) 사장이 바라는 건 먹을거리와 예술의 접목이다. 집 뒤편 오래된 숲 '칠산(7개 봉우리)'과 주민들은 조마이강이라고도 부르는 인근 조만강 등이 옛 집과 어울리지만, 자그마한 음악회 또는 국악 공연 등도 어우러지게 하려는 뜻이다. "김해는 웬만한 곳이 난개발로 엉망이지 않습니까."

아울러 껍데기가 화려하지 않고 내용이 충실한 음식을 내놓고자 한다. 8개월 전 '정직한 음식! 착한 밥상!'이라고 홍보 문구를 정한 까닭이다.

조미료 안 쓴 고향의 맛 그대로

 

김해 이동 칠산고가에서 차린 푸짐한 한식상. 조미료를 쓰지 않아 맛이 깔끔하다. /이동욱 기자

조미료를 일절 쓰지 않는다. 독에 담아 간수를 뺀 천일염 소금을 쓴다. 된장, 간장, 고추장, 매실 진액 등을 직접 담근다. 이걸로 간간하게 나물도 무친다. 그래서 마당에는 장독이 가득하다. "모든 질병이 음식에서 비롯한다. 지금 음식들로 삶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돈을 벌지 않아도 좋다. 우리 음식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소박한 바람이 있다면, 잃어버린 우리 고향집을 되살리는 것이다."

직접 개발한 옹기솥에 밥을 하는데, 막 지은 밥의 꼬들꼬들함이 입맛을 돋웠다. 전통 한약재를 쓴 간장게장과 한방 육수로 생오리를 삶아 숯불에 구운 오리불고기 등이 모두 건강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다. 투박하지만, 깔끔한 된장도 마찬가지다. 연잎밥이나 왕대통밥에 쓰이는 재료들은 귀농한 농사꾼이 재배한 연잎, 지리산에서 가져온 대나무 등으로 자연에서 얻은 것들이다. 물 대신 감잎차를 내놓는다.

두 곳 모두 가족과 가 볼 만

그는 전국의 음식 고수들을 찾아다녔다. 그들은 최고 음식을 하나로 꼽았다고 한다. "그 나물에 그 밥이지!" 화려한 것을 좇아봐야 몸만 상하게 하고, 누룽지탕 하나도 귀하게 먹으면 건강에 좋다는 게 윤 사장의 믿음이다. 장유 나들목에서 김해관광유통단지 쪽으로 가면 된다. 게장옹기밥 1만 3000원, 연잎밥·왕대통밥 1만 1000원. 유황오리 불고기 1만 원, (예약요리) 전통백숙 4만 원. 김해시 이동 714-5번지. 055-323-2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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