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하나 어머니 가르침 따라잘 삶았지만 양념은 따로 놀고

총각 기자가 요리에 도전한답니다. 경남도민일보 이균석 기자가 그 주인공입니다. '셰프'를 꿈꾸는 건 아니고요. 집에서 스스로 밑반찬 정도 해 먹을 수 있는 게 목표입니다. 앞으로 그의 요리 도전기를 소개할 예정인데요. 지난 9일 마산 양덕동 경남도민일보 강당 들머리에서 그는 생애 처음으로 취나물무침을 만들어 봤습니다. 어디 실력 한 번 봐 볼까요?

취나물을 택한 까닭은 4월이 제철이라서죠. 목 근육 뭉친 데나 두통, 기관지염에 효능이 있답니다. 취나물은 가느다란 줄기와 다소 깔끄러운 잎이 음식 주재료죠.

요즘 인터넷 검색만 해도 훌륭한 레시피(요리법)가 많이 나오죠. 그 중 하나를 봤습니다. 하지만, 이런!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왜냐하면, 재료가 이렇게 나왔기 때문이죠. '취나물 생것 150g, 고추장 8g, 된장 10g, 마늘 6g, 참기름 3g, 깨 조금'. 숫자와 단위 앞에 조금은 움츠러드는 듯했죠. 얼마만큼 양인지 헤아리기 어려웠으니까요.

첫 번째는 취나물을 삶는 과정이었어요. 앞서 취나물을 깨끗이 잘 씻고요. 대형 상점에서 사온 취나물 1봉의 절반 남짓을 썼습니다. 문제는 또 생겼습니다. 취나물을 끓는 물에 언제 넣고, 또 얼마나 삶아야 하는지 인터넷 레시피에는 나와 있지 않았죠. 그렇지만, 그에게는 '엄마의 가르침'이 있었습니다. 그 가르침에는 숫자나 단위도 없습니다. "팔팔 끓으면 나물 넣고, 김이 조금 날 때 건지면 된다." 나물무침을 할 때는 삶는 과정이 가장 중요합니다. 맛이 여기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특히, 삶을 때 취나물의 센 쓴맛을 빼줘야죠.

 

이균석 기자가 삶은 취나물을 건져내고 있다. /이동욱 기자

취나물을 건져 꾹꾹 눌러 물기도 빼냈습니다. 3~4분 식혀주고, 맨손으로 무쳤습니다. 무칠 때는 양념을 차례대로 넣었지요. 고추장과 된장은 과감하게 어른 밥숟가락으로 하나 정도 올려주고, 참기름도 골고루 뿌려주고, 다진 마늘은 반 숟가락 정도 넣었습니다.

"왠지 떡이 되는 듯한데?" 조물조물 나물을 만지작거리던 그가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취나물이 양념을 머금고는 확 줄어들면서 그럴싸한 무침 모양이 나왔습니다. 네 식구가 함께 먹을 수 있는 딱 한 끼 분량이 만들어졌어요.

이제 맛보기만 하면 됩니다. 취나물의 향긋함과 맛에 양념이 골고루 배어들었는지 회사에서 일을 하던 사원들에게 평가를 받았습니다. 특히, 아줌마 기자단(?)의 칭찬이 대단했습니다. "와~ 맛있다. 반찬 중에 나물이 제일 어려운데, 적당히 삶았네. 덜 삶으면 풀 냄새도 나고, 너무 푹 삶으면 물러지는데." "공깃밥 생각난다. 밥하고 먹으면 맛있겠다."

그러나 예리한 지적도 있었습니다. "마늘이 많이 들어간 것 같은데. 양념이 섞이지 않아서 어떤 거는 된장 맛이 많이 나고, 또 어떤 거는 참기름 맛이 나고 그렇네."

그렇습니다. 시행착오였어요. 그는 양념을 따로 섞어 먼저 만들지 않았죠. 나물과 함께 무치면서 양념을 섞었기에 당연히 이런 쓴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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