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한식 세계화 프로젝트를 정부나 학계, 민간단체들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식생활 문화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늦게나마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국내에서는 정부나 학계, 민간단체들이 한식 세계화의 방향을 잘못 잡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정부가 주축이 되어 민관 합동 '한식 세계화 추진단'을 만들고, 한식 세계화의 하나로 떡볶이 개발과 한식 재단을 설립하는 등 부산을 떨고 있지만, 그것은 한국에서 벌어지는 이벤트일 뿐이다.

한식 세계화 추진단이나 한식 재단 등의 구성원 중에 전문성을 가지고 외국의 문화(culture)를 이해하고, 직접 외국의 주방을 들여다본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될까 하는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우리 것 심겠다는 이벤트에만 매몰

김영복 ASU부총장(앞줄 맨 왼쪽)과 타코 트럭 '고기(Kogi)' 대표 로이 최(앞줄 가운데), /김영복 연구가 제공
그리고 외국에서 김치나 갈비, 비빔밥이 인기가 있다고 떠들고 있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우리가 인기가 있다고 생각하는 김치, 갈비, 비빔밥의 세계화조차 갈 길이 멀다. 좀 더 현실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코스코(Costco), 웰마트(Wellmart) 등 미국의 대형마트에 김치나 한국형 갈비 등이 진열되어 있지 않다. 아니, 간혹 몇몇 주류 사회 마트에 깍두기, 김치가 보이기는 하지만, 이는 한국의 김치나 깍두기와는 거리가 먼 미국 현지에서 만든 것들이다.

기내식으로 비빔밥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기내식의 비빔밥을 선호하는 승객은 외국인이 아닌 한국인들이 대부분이다. 더욱 안타까운 일은 정부나 민간단체들이 한식 세계화를 위해 외국에 나와 1년에 몇 차례씩 행사를 하는 것이다. 그 행사장의 단골 손님은 주로 교포들이고, 외국인들 몇몇이 참석하지만 한식을 공짜로 맛보게 하고 보도 사진의 모델이 될 뿐이다. 일부는 몰라도 그들이 돈을 주고 사먹을 정도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전혀 비관적인 이야기만 할 것은 아니다. 'LA 북창동 순두부' 같은 집의 고객층이 멕시코계 미국인이나 동남아계 미국인들이 다수이며, 뉴욕의 맨해튼 금강산, 큰집 등 한식 레스토랑에도 뉴요커들이 자주 찾는다. 이것들은 한국 관광객보다 점차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레스토랑이다.

그런데 이런 한식 레스토랑 역시 교포들이나 한인 관광객들을 배제하고는 영업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한식 세계화가 가능할까? 멕시코계의 타코(taco, 밀이나 옥수수가루로 빈대떡처럼 만든 토르티야에 여러 재료를 넣어 먹는 멕시코 전통 요리)가 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처럼 미국에서 한식 세계화에 성공하려면 미국인의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

세계화 시작은 타문화에 대한 이해

지난달 캘리포니아 주 오렌지 카운티 가든 글로브 중국 식당에서 LA 타코 트럭 '고기(Kogi)' 대표 로이 최(사진)와 그의 부모를 만나 식사를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로이 최는 이렇게 말했다.

"단순히 한국의 불고기라는 메뉴만을 고객에게 호소했다면, 성공을 기대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미국에서 인기리에 팔리는 타코에 고기가 들어가 불고기의 특유한 맛과 함께 인기를 끌게 된 것입니다."

바로 그것이다. 미국의 문화에 우리 음식이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한 다음, 한식의 대중화로 이어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한식의 원형이 변하는 것을 금기(taboo)시한다. 음식을 퓨전화해 가치 창출을 할 수 있다면, 외국의 문화(culture)에 쉽게 접근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한식 세계화가 성공하려면, 우선 그 나라의 문화와 주방을 배우자! 그다음, 요리(cuisine)가 아닌 재료(Food)와 요리법(recipe)을 팔자!

/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미국 캘리포니아주 ASU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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