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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물 캐는 사람끼리 나눈 정겨운 봄내음

마산 푸른내서주민회 봄나물 캐기

이동욱 기자 ldo32@idomin.com 2010년 04월 06일 화요일
지난달에는 김해시 진영읍내에서 봄나물 파는 아지매를 만났다. 아지매는 직접 봄나물을 캐볼 걸 권하기도 했다. 그래서 지난 4일 손수 봄나물 캐는 이들을 만났다. 마산 푸른내서주민회(회장 남애경)의 제11회 봄나물 캐기 행사에서다. 비록 많은 양은 아니었다. 나중에 팔려는 목적도 아니었다. 그저 들에 난 풀을 조금이나마 캐서 나물이나 국거리로 식탁에 올리기 위해서였다. 아울러 가족이 함께했기에 의미가 깊었다. 이날 근래 보기 드물게 바람이 온화했고, 하늘도 푸른 빛깔을 드러냈다. 화창한 날씨에 소풍을 나온 서른 가족(100명 정도)은 오순도순 이야기와 먹을거리를 나눴다.

아이·어른 할 것 없이 봄나물 캐러 나서고

   
 
  비빔밥을 먹는 사람들.  
 
오전 10시. 마산 내서읍 감천초등학교 운동장 한편에 사람들이 천막을 쳤다. 다음에는 아이와 어른 할 것 없이 소쿠리, 비닐봉지, 문구용 칼이나 가위 등을 손에 쥐었다. 감천초등학교 뒤편에서 봄나물을 캤다.

학교 정문 반대쪽 길을 따라 20m 정도 걸어 올라가면, 그리 넓지 않은 들이나 길가에서 쑥이나 냉이 등을 쉽게 볼 수가 있다. 쑥이 많이 난 작은 들을 발견하고는 "여기, 쑥 천지네"라고 자연스레 외치게 되겠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물 만난 고기'처럼 봄나물을 찾고, 준비해온 칼이나 가위로 뚝뚝 끊어냈다. 당연히 솜씨는 없어도 되는 일이다.

소일거리 하는 데 아주머니들의 수다도 빼놓을 순 없다. 쑥에 관한 추억도 있고, 먹을거리에 대한 걱정도 녹아 있다.

"쑥이 이래 거친 것도 괜찮나?" "괜찮아. 국에 들어가면 다 똑같지 뭐."

"우리 어머니가 쑥 넣어서 커다란 솥에 해주는 떡이 참 맛있어. 찹쌀이 막 씹혀." "어릴 때는 쑥털털이 많이 먹었잖아. 친정 엄마가 그러더라고. 지금은 단것도 많이 먹고, 입맛이 변해서 맛이 없을 거라고." "쓴맛도 있었는데 옛날에는 잘 먹었지." "맛있는 거 많이 없던 시절이니까. 안 먹으면 배고프니까. (웃음)"

30~40대 어른들이 어릴 적 즐겨 먹었던 쑥털털이(쑥버무리). 밥 대신 끼니를 잇는 음식이었다. 쑥털털이는 털털 털어서 먹는 모양에서, 쑥버무리는 쑥을 밀가루나 쌀가루와 한데 버무리는 조리법에서 나온 이름이다.

냉이는 뿌리째 뜯고, 쑥은 뿌리 없이 잎이 진 걸 떼면서 깔끔하게 잘랐다. 나물들은 비닐봉지나 소쿠리에 차곡차곡 담았다. 봄 냄새를 물씬 풍기는 쑥이 최고 인기였다. 쑥을 비롯해 돌나물, 냉이, 민들레 등 네 가지를 골고루 캐낸 가족도 있었다.

진달래꽃잎 올려 화전으로 부쳐 먹고

   
 
  진달래 화전. /이동욱 기자  
 
쑥과 냉이 둘 다 된장국에 넣거나 나물로 무쳐 먹으면, 봄 밥상 따로 차리지 않아도 된다. 초고추장에 버무린 돌나물무침도 떨어진 입맛을 돋우고, 민들레차도 봄철 나른해진 몸에 활력소가 되겠다. 민들레는 뿌리째 씻어 햇볕에 말리고, 볶아서 가루를 내 물과 함께 끓이면 차가 된다.

점심때가 됐다. 다소 따가운 햇볕을 피하려고 나무 그늘에서 사람들이 자리를 펼쳤다. 10살 아이가 양팔로 감싸 안을 만한 크기 양푼에 밥과 콩나물, 당근, 도라지, 시금치, 취나물 등을 넣고 고추장에 쓱쓱 비볐다. 비빔밥은 가족과 이웃이 서로 나눠 먹었다.

조금씩 꺾은 진달래는 화전 재료가 됐다. 찹쌀가루는 소금으로 간하면서 뜨거운 물에 익반죽하면 된다. 반죽을 손으로 빚어 얇게 펼쳐 구우면서 그 위에 진달래 꽃잎을 얹는다. 아이들은 초등학교 가운데 출입문 들머리에서 자라는 동백나무 꽃잎도 떼 깨끗이 씻어 올렸다.

민들레, 냉이 등을 써서 엄마나 친구가 예쁜 모양을 만들면, "우와!" 감탄사가 나왔다. 전을 굽는 과정에서 반죽이 부풀어 오르는 걸 신기해 하기도 했다.

솜씨 없이 뜯어내도 넉넉한 향과 맛

   
 
 
박창식(48)·양인자(45) 부부는 12살 정윤이를 데리고 행사에 참여했다. "힘들기도 하고, 재밌기도 해요. 쑥은 된장찌개에 넣으면 먹어요." (정윤이) "들에서 나물 캐고 화전 굽는 경험을 아이에게 주고 싶었어요. 이런 행사나 놀이를 하면서 가족이 못 나눈 이야기도 하고, 함께 운동도 하고, 좋은 추억 만드는 거지요." (양인자 씨)

요컨대 지금 봄나물을 캐거나 화전을 굽는 건 먼 미래를 위한 일이랄 수 있다. 집에서는 소금, 간장, 고춧가루 등 재료로 깊은 맛을 내긴 어렵고, 조리법도 간편해질 수밖에 없다. 먹을거리에 관해 편히 맘을 놓을 순 없는 요즘, 그래서 자연 밥상에 대한 관심 또한 높다. 조미료를 과감히 줄이고, 자연 재료로 만든 음식을 즐겨 먹고 아이들도 익숙해한다면, 앞날은 달라질 것이다.

"저도 아이를 키워 봤지만,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면 그냥 잡초라고 여기잖아요. 근데, 그 가운데는 꽃도 있고. 냉이, 달래……. 제각각 이름이 있다는 걸 봄나물 캐면서 알게 되죠. 주변을 관찰하는 눈을 키워주는 거예요. 경험해봤느냐, 안 해봤느냐의 차이는 큰 것 같아요. 요새는 거친 음식도 많잖아요. (아이들에게는)나물이 맛 없겠지만, 우리 몸에 좋다는 것도 알려주고요." (푸른내서주민회 남애경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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