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학부제의 학과별 부실문제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경남대 인문학부의 경우 작년에 철학전공이 2명이었던 반면, 국제언어문화학부는 총 160명 중 125명이 중어중문 전공을 선택했다. 이에 따라 노어노문.불어불문.독어독문 학과는 전공수업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중어중문학과나 국어국문학과는 학생이 너무 많아 수업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다.
학부제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는 문제도 심각하다. 전공을 선택하기 전 여러 학문을 접하고 계열별 교육과정 및 최소전공 학점인정제를 도입하여 학과벽을 낮추는 등 원하는 전공을 여러 개 이수할 수 있다는 학부제의 취지는 찾아 볼 수 없고 학문의 깊이를 낮게 하고 오히려 전공의 부실화를 초래하고 있다. 실제로 공과대 3학년 학생들의 경우 전공수업이 어렵다는 이유로 타 학과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28일 본교 문과대학생회 주최로 학부제 토론회가 열렸다. 학교.학생.교수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 토론회에서 학생들은 인기학과 집중, 선후배간의 공동체의식 결여, 학문의 다양성 부족, 전공학과간의 과당경쟁, 대학원 위주의 교육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학교측은 사회의 다양성과 특수성에 맞추어 나가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정책이라며 학부제 문제점의 대안책 19가지를 소개했다. 그러나 학생들의 인기학과 편중 문제에 대한 대안책은 뚜렷하게 제시하지 못했다.
현재 학부제의 문제점 중 가장 큰 문제점은 학생들의 인기학과 편중에 따른 비인기학과의 위기와 인기학과의 교육부실이다. 비인기학과 대부분이 철학과 같은 기초학문이어서 응용학문까지 흔들릴 수 있다.
때문에 인기학과 편중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 학문은 비정상적으로 발전해 결국 혼란을 초래할 것이다. 기초학문이 없는 모래밭에 학문의 집을 지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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