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소리 떠들썩하던 우포 바람소리만 가득

◇고요한 우포늪

찬바람이 며칠 시새움을 하고 갔지만, 어느새 따뜻한 바람이 옷깃을 풀어헤치고 있다. 둘레 어디나 봄이다. 우포늪에도 봄이 왔다. 늘 새소리로 떠들썩하던 곳이 바람 소리만 가득하다. 겨울 한때를 잘 보내고 북쪽 먼 데까지 아무 탈 없이 갔는지 걱정도 없이 고요하기만 하다. 올겨울 다시 돌아올 때까지 잘 있을 테니 걱정 없이 다녀오라는 마음만 바람에 실려 다닌다.

봄 우포늪, 새가 떠나 빈 곳은 바람이 채우고 있다.
◇푸른 내음은 넘치고

봄바람이 어루만지고 지나간 들에는 마른 풀 사이로 온갖 푸나무가 제 빛을 낸다. 겨울 동안 멈추고 있던 자람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땅속으로 흐르는 물을 힘껏 끌어올리는 것에서부터 삶을 위한 고된 싸움이 시작된다.

이를 바탕으로 많은 벌레가 나타나고, 새를 비롯한 많은 동물이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이 만들어진다. 비로소 생태계가 바르게 자리 잡은 것이다.

물오른 버드나무 사이로 걸으며 봄을 느낄 수 있다.
◇살아 있는 우포늪

우포늪에서 눈에 잘 띄는 것은 살아있는 생물이다. 그래서 물을 뒤덮은 풀이나 새를 보기 위해 우포늪을 찾는 일이 많다. 보지 못하고 그냥 다녀가면 언짢아지기도 한다. 우포늪이 살아있다는 것은 잘 알지 못한다.

흔히 사물을 '살아있는 것'과 '살아있지 않은 것'으로 나눈다. 우포늪에 사는 생물이 '살아있는 것'이면, 흙과 물, 바람 따위는 '살아있지 않은 것'이 된다. '과학'으로 뚜렷하게 나누면 이렇지만, 여러 일 가운데는 '과학'으로 풀지 못하는 것이 많다.

뭇 생명을 품은 우포늪도 살아있다. 흙 한 주먹, 물 한 방울, 바람 한 점도 살아있다. 이것 모두가 모여서 우포늪을 이루고, 그 위에서 생명이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괴로워하는 우포늪

우포늪이 시끄러운 일로 괴로워하고 있다. 더 쉽게 둘러보기 위해 일부러 길을 트고 시설을 갖추려 한다. 사람을 위한 일에만 힘을 쓰고, 살아있는 우포늪을 보살피려는 마음은 도무지 없다. 언제쯤이면 우포늪이 제대로 된 대접을 받을 수 있을까? 모두가 따뜻한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박성현 우포생태교육원 파견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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