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시 반성양조장 '생생원 막걸리'
재주란 이름은 찌꺼기를 그대로 거르는 방법에서 나왔겠다. 회주는 양조 기술이 서투른 시절 나뭇재나 풀재 등을 술독에 넣어 시게 변한 맛을 중화했다는 대목에서 알 수 있다.
'맛이 좋지 못한 술, 남에게 대접하는 술을 겸손하게 이르는 말'로 박주(薄酒), 조주(粗酒)도 막걸리 이름 대신 쓰였다.
탁배기는 막걸리의 경상도 사투리. 술 빛깔이 희고 탁하다는 의미다. 또, 집집이 담그는 술이라고 가주(家酒), 술 색이 우유 같다고 백주(白酒)라고도 불렸다고 한다.
여과기로 한번 더 걸러 투명한 '맑은 막걸리' 개발 성공
진주시 일반성면 반성양조장이 택한 이름은 '생생원'이다. 약 10일이라는 짧은 유통기한을 극복한 살균 막걸리가 최근 판치지만, '효모가 살아 있는(生)' 게 진짜 막걸리라는 생각에서 붙인 거다.
박종천 대표가 반성양조장을 넘겨받은 지는 3년째다. 이전에 양조장은 반성사거리 쪽에 있었는데, 현재 터에 옮긴 지는 20년이 됐다.
지금은 반성천과 진성역으로 가는 철길을 건너면 바로 나오는 운천리 원당마을에 있다. 마을 들머리에 서면 눈 앞에 반성양조장 이름판이 보인다.
박 대표는 국세청 기술연구소에서 공무원 생활을 했던 이다. 국세청 기술연구소는 우리나라 주류의 본고장이랄 수 있다. 세월을 거슬러 가면, 1909년 주세법이 공포되고 설립된 탁지부(현 기획재정부) 양조시험소가 훗날 기술연구소로 변했다. 모든 술이 이곳 시음을 거쳐 태어난다. 이곳에서 일했던 박 대표는 "그래서 아는 게 술밖에 없다"고 했다.
박 대표는 "여과기 안에는 여과포(濾過布)가 있는데, 이게 술을 걸러준다"고 설명했다. 어슴푸레 곡물 향이 감돌며 시큼 달콤했다. 청주처럼 깔끔하게 마시기에는 좋을 것 같았다. 반면, 일반 탁주와 같은 생생원 막걸리는 텁텁하면서도 조금 무거운 느낌이었다.
맑은 막걸리와 생생원 막걸리 모두 쌀 53%, 밀가루 26% 비율로 빚어낸다. 둘 다 페트병에 담긴다.
반성양조장이 차별되는 이유는 '맑은 막걸리' 개발에서 엿볼 수 있다. 지역 양조장의 열악한 여건상 신제품 개발이 드물다는 걸 고려하면,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박 대표도 "상품 하나를 만들어내는 데 상표 등록부터 기기나 시설 등까지 비용이 상당히 들어간다"며 "잘 팔릴지는 미지수이지만, 위험 부담을 감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 때문에 시골 양조장은 투자에 인색할 수밖에 없다"며 "어느 정도 토대를 마련하려면, 정부 차원 지원도 필요할 텐데,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용기백배 열심히 하는 사람은 계속 힘들다"고 덧붙였다.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재투자가 부담스러웠지만, 맑은 막걸리를 만든 건 그만큼 깔끔한 술을 원하는 소비층이 있어서다. 반성양조장 막걸리는 진주와 사천 지역으로 유통된다. 농협 하나로마트 등에서 살 수 있다. 택배 주문도 할 수 있다. 생생원 막걸리 800원(750㎖), 생생원 맑은 막걸리 1100원(750㎖).
"온도 조절, 술 맛 관건" 온도 제어 장치도 직접 만들어
박 대표는 온도 제어 장치(컨트롤러, controller)를 직접 개발했다. 부품들을 사서 고치고 조립해 완성한 기계다. 기준 온도를 25℃로 정해주고, 술에서 열이 나면 센서(sensor)가 이를 감지해 디지털로 온도를 표시해준다. 또 열이 생기면, 발효 통에 담겨 있는 호스를 타고 냉각수가 술을 식혀 주는 원리다.
예전에는 하룻밤에도 계속 발효실을 들여다보느라 잠을 설쳤는데, 온도 제어 장치 덕분에 박 대표는 잠을 덜 설치게 됐다고 한다. 박 대표는 "술은 빚는 거다. '만든다, 제조한다'라는 말은 안 쓴다. 빚는다는 건 그만큼 정성을 들여야 한다는 얘기"라며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소비자도 지역 술을 이용해주고, 제조사도 매출이 늘면 지역에 재투자하는 순환 고리가 돌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진주시 일반성면 운천리 824번지. 055-754-6027.
이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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