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거제향인회(회장 이원태)는 경남지역 18개 시·군향우회 중 가장 ‘개성이 강한’ 향우회로 알려져 있다.

모임 이름도 향우회 대신 향인회로 쓰고 있으며 구성원들의 기질 역시 독특하다.

청정해역인 한려수도에서 가장 큰 섬인 거제도의 꾸밈없이 빼어난 풍광과 매우 닮았다는 게 ‘바깥사람들’의 거제사람들 평이다.

할 말은 꼭 하지만 뒤춤에 잡다한 계산을 숨겨놓지 않는 게 거제사람들의 기질이며 이런 모습이 거제의 자연스런 아름다움과 닮은꼴이란 것. 대통령을 비롯, 국내 내로라하는 거물 정치인들을 낳은 것도 그같은 흐름에서 비롯된다.

거제사람들도 비슷한 평을 하고 있다.

“거제사람들은 섬사람 특유의 거친 기질이 있는 반면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용기가 남다르죠. 어떻게 보면 뭍사람들보다 배짱이 나은 편입니다.” 지난해 5월부터 거제향인회를 이끌어 오고 있는 이원태 회장이 펴는 ‘거제사람론’이다.

거제인들의 기질이 이렇다 보니 재경거제향인회도 잘 굴러갈 수밖에 없다.

거제향인회는 창립이래 총회와 송년회 등 정기행사를 거의 거른 적이 없다.

더욱이 향우들의 주소와 직업·전화번호 등을 읍·면별로 담은 회원수첩도 해마다 새롭게해서 내놓아 다른 향우회 사람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다.

따라서 경남지역 향우회 관계자들은 거제향인회를 두고 ‘향우회 모범답안’이란 애칭을 붙이기도 한다.

서울 등 수도권에 살고 있는 거제사람들은 5만여명으로 추산되며 이들 중 주소가 파악된 5000여명이 거제향인회 회원으로 돼 있다.

모임 이름을 향우회에서 향인회로 바꾼 것은 ‘고향사람들의 모임’이란 공감대를 더욱 다지기 위함이었다는 게 이 회장의 설명이다.

거제향인회는 지난 1977년 6월 서울 도봉구 수유리 4·19탑에서 발기인(대표 정영서) 23명이 첫 모임을 갖고 ‘재경거제군향우회’를 결성, 첫 모습을 드러냈다. 이듬해 5월 서울 도봉구 우이동에서 창립총회를 열어 회칙을 만들었으며 작고한 백세기씨를 초대회장으로 뽑았다.

1980년엔 계엄령으로 연기된 정기총회를 10월에 열었으며 회원수첩을 처음으로 제작, 향우들에게 나눠줬다. 이듬해 12월엔 송년회를 겸한 ‘1981년 송년 거제인의 밤’행사를 처음 열었으며 행사때마다 1000여명의 향우들이 참석하는 열띤 호응 속에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15일 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송년행사 때도 김영삼 전 대통령 등 1000여 거제인들이 부부동반으로 참석해 대성황을 이뤘다.

1983년 10월엔 향인회보인 <재경거제회보>창간호를 냈고 제1회 체육대회도 열었다. 1990년 6월엔 ‘자랑스런 거제인 상’을 제정, 시상했고 그해 10월엔 고향사람들과 출향인들의 글을 담은 <거제>지 창간호를 냈다.

또 향인회보 이름을 <재경거제향인소식>으로 바꿔 6호째를 발간했다.

거제향인회가 지금껏 가장 활기찼던 때는 장목면 출신인 김 전 대통령이 14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부터이다. 1992년 12월26일 있었던 ‘송년 거제인의 밤’은 김 전 대통령 당선축하연을 겸해 열렸고 거제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장이 됐다는 게 향인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거제향인회는 5월 정기총회와 체육대회, 송년회(12월) 등을 정기행사로 치르고 있고 회장임기는 2년이다. 고문과 역대회장· 회장·수석부회장·상임부회장 등으로 구성되는 운영협의회를 두고 있는 게 특징이다.

협의회는 향우회의 장기 발전방안을 마련하고 향우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향인회 운영에 반영하는 대의기구 역할을 하고 있다.

회장단은 회장밑에 수석부회장(1명), 상임부회장(10명 이내), 비상임부회장(22명 이내) 등으로 이뤄지며 감사(3명), 사무총장, 사무차장, 업무이사(10명 이내), 지역간사(11명) 등이 실무진이다.

거제향인회는 20여개의 직능별 모임이 활성화 돼 있다.

공직자들의 모임인 거공회, 청·장년층의 친목회인 거제사랑청년회, 재경 대학생들의 모임인 거제학우회, 거제골프회, 재경거제산악회, 거경문우회, 동갑모임인 갑장계 등이 대표적이다.

거공회는 현직 공무원들의 친목모임으로 회원수가 100여명에 이른다. 거제향인회 사무총장인 문병권 소신여객자동차(경기도 부천시 소재) 사장이 이끌고 있는 거제사랑청년회는 회원이 200여명으로 거제출신 젊은 사람들의 사랑방 역할은 물론 고향발전에도 한 몫 하고 있다.

재경거제산악회는 매달 정기산행을 갖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모임이다.

“고향사람들끼리 만나서 정을 나누는 것도 고향을 위하는 길이라고 봅니다. 향우들 중엔 가진 게 없어 고향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섣부른 판단으로 모임에 잘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고향에 물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도 좋겠지만 고향을 아끼고 사랑하는 맘을 갖는 정신적 도움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져줬으면 합니다.”

이 회장은 여느 향우회들처럼 거제향인회도 돈가뭄에 시달리고 있긴 하나 향우들이 자신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가 진정한 고향사랑이라는 마음가짐을 가져 줄 것을 늘 강조한다.

거제는 정·재·관계 등에서 굵직한 인물들을 많이 배출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정계에선 거제사람들의 대부격인 김 전 대통령을 꼽을 수 있고 한나라당 김기춘·권철현 의원 등이 뒤를 잇는다. 또 헌정회장을 지낸 김주인 전 의원과 청와대 총무수석을 지낸 홍인길 전 의원, 국민의 정부에서 행정자치부 장관직을 맡았던 김정길 전 의원 등도 거제인의 한 사람이다.

재계에선 윤병철 하나은행 회장과 김경우 평화은행장 등이, 관계에선 이기우 교육부 기획관리실장이, 군에선 전도봉 전 해병대 사령관이, 경찰에선 경남경찰청장을 지낸 김금도 경찰공제회 이사가 명함을 내민다.

또 법조계에선 신종대 창원지검 특수부장과 옥준원 부산지검 형사부장 등이 대표격이며 새박사로 이름난 윤무부 경희대 교수와 신치용 삼성화재배구단 감독이 장승포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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