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 따서 차 만들고 껍질은 약재로몸의 기 순환 촉진시켜 산후통 효과

후려치듯 봄이 옵니다. 올해는 아지랑이 나른한 꽃그늘 아래 한가한 하품하며 춘곤증을 즐기던 봄의 서곡은, 눈 내리고 비오는 날씨의 변덕한테 빼앗겨 버렸네요. 일조량이 부족해서 하우스 내의 수박이 꽃을 피우지 않아 걷어 내야 할 정도로 따사함을 잃은 봄입니다. 설레던 마음만큼 속상한데요.

그래도 산야엔 막 꽃이 피어납니다. 산수유는 벌써 지고 있고 시장엔 온갖 산나물들이 생기를 돋웁니다. 자주 내린 비로 봄나물들이 4월에나 볼 수 있는 키만큼 자라버렸네요. 쑥이랑 넘나물, 머위나물을 잔뜩사다가 봄 밥상을 차려 놓고 예년에 맞던 봄의 기운을 집안에 앉아 즐겨봅니다. 아무리 비소식이 우리를 우울케 해도 자연은 하늘이 주는 대로 푸른 기운을 더해 갑니다. 집안에 앉아 먼 산만 바라보던 마음을 접고 산길을 나섰는데 진달래도 곧 망울을 터뜨릴 기세고 목련은 흐드러질 기세입니다. 이번 주말에 우리 센터 생태 안내자 선생님들과 지리산에 워크숍 겸 약초 밥상 차리기 체험 계획이 잡혀 있는데 걱정입니다.

생강나무 꽃
지리산의 봄소식도 이처럼 뒤죽박죽이 되어버리진 않았을까 싶어서입니다. 생강꽃 차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미 지는 건 아닐까 싶고, 쇠무릅 약식혜도 만들어야 하는데 이미 잎이 피어 버렸으면 채취기를 놓칠 건데 어쩌나 하는 마음입니다.

등산을 가다보면 산 중턱 간간이 샛노랗게 꽃을 피우고 있을 생강나무 꽃을 보는 사람들은 산수유꽃과 너무 닮아 있어서 헷갈려 합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꽃잎이 많이 다릅니다. 특히 향기로 판단하면 제일 쉬운데요. 생강나무 꽃은 아주 짙은 꿀향을 갖고 있습니다. 햇살 좋은날 산에 오르면 유난히 벌떼들이 붕붕거리는 곳을 보면 생강나무꽃이 피어 있거든요. 동백나뭇과의 생강나무는 중부 이북 지역에서는 '동박나무'나 '동백나무'로 불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김유정은 소설에서 생강나무꽃을 '동백꽃'으로 썼답니다. 이른 봄 잎이 피기 전에 앙상한 산 숲을 햇살처럼 아름답게 펼치는 생강나무는 꽃이 피면서부터 인간들에게 온갖 유익한 것들을 나눠줍니다.

꽃은 따서 차로 만들고, 어린잎도 차를 만들며, 잎이 자라면 잎으로 부각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깻잎처럼 장아찌를 담그기도 합니다. 또 그 가지와 껍질은 한방에서 '황매목' 또는 '삼찬풍'이라 하여 약재로 많이 쓰입니다. 생강나무는 성질이 따뜻해서 몸의 기를 순환시키고 어혈을 풀어내며 뼈를 이롭게 하는 좋은 성분이 들어 있어 산후통이나 타박상, 허리나 발목이 삐었을 때도 차를 마시거나 달여 먹으면 나쁜 피를 풀어내고 몸을 따뜻하게 해서 회복시키는데 좋은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열매는 머릿기름이나 장판지를 질기고 방습하는 데 콩기름보다 귀하게 쓰였다고 하네요. 아름
 
   
 
답고 귀한 우리 식물입니다. 꽃이 필 때나 가을의 단풍이 들 때도 샛노랗고 앙증맞은 모습을 하는 생강나무는 그 쓰임새만큼이나 모습 또한 아름답습니다.

올해는 지리산의 봄이 좀 더디왔으면 하는 바람으로 한 주를 시작합니다. 우리 센터에서 기획한 '생태 밥상 운동'의 첫 체험이 성공적으로 끝나서 산 숲에서 건강을 되찾고 자연을 잘 살려내는 사명을 멋지게 감수하는 출발이 되기를 비는 마음입니다.

/박덕선 경남환경교육문화센터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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